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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이슈! 완전자급제]②이해관계자 얽혀 난관

  • 2017.06.29(목) 17:31

유통 고비용 문제해결 vs 고가단말 부담 떠안아야
제조, 유통, 통신사 현안 감안..신중한 접근 필요해

정부가 통신비 절감 대책을 내놓았으나 통신 요금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가계 통신비 부담이 크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시장의 근본 구조에 손을 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급부상한 대안이 단말기 완전자급제다. 이 제도가 무엇인지, 왜 관심을 받는지, 장단점은 뭔지를 진단한다. [편집자]

 

 

"응? 10만원이나 차이가 났어?"

 

삼성전자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8(64GB)를 이 회사 유통점인 삼성디지털프라자에서 사면 102만8000원이다. 그런데 통신사에서 사면 93만5000원이다. 똑같은 스마트폰인데 가격이 10만원 가까이 다르다. 통신사는 스마트폰이 정식 출시되기 전에 물량을 대량 구매하므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 12~24개월 등 약정 기간 통신 요금도 따박따박 받을 수 있으니 통신사 주장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 산 가격보다 싸게 판다고 한다.

 

그러나 삼성디지털프라자는 통신사처럼 판매 이후 기대되는 수익이 없으니 한 번 팔 때 유통 마진을 더해 팔아야 남는 장사다. 게다가 통신사보다 판매 물량이 현저히 적으니 통신사보다 10% 정도 비싸다고 한다.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이들도 아주 쉬운 장사를 하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로부터 갤럭시S8을 싸게 샀다고 해서 장사가 끝난 게 아니라서다. 팔아야 한다. 안 팔리면 재고다. 그러니 각종 프로모션을 한다. 다른 통신사와도 마케팅 경쟁을 벌인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작년에 쓴 마케팅 비용은 7조6187억원이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언제까지 이 짓을 해야 하나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따지고 보면 통계상 가계 통신비 상승의 주된 원인은 고가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 때문으로 분석되므로 통신사 입장에선 억울하다. 실제로 지난 2008년 가계 통신비 가운데 단말기 등 통신장비 지출은 월평균 2500원에 불과했으나, 작년엔 1만9200원까지 치솟았다.

 

소비자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수 있다. 통신사의 입장이 어떻든, 휴대전화를 파는 중간 상인들이 중간에서 마진을 남겨 먹으려 장난을 치는 것 같아서다. 가계 통신비가 지난 2007년 13만3500원에서 작년 14만4000원으로 오르면서 불만도 껑충 올라갔다. 휴대전화 판매자의 현란한 전자 계산기 두드리기에 속아 '호갱'이 된 경험담은 차고 넘치므로 불신은 휴대전화 판매의 역사만큼 깊다.

 

 

어쨌든 휴대전화 없이는 사회 생활이 사실상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생활 필수품 가격이 너무 비싸니 가계 통신비를 낮추라는 목소리는 더욱 강해졌다. 주된 타깃은 통신사다.

 

이런 배경에서 통신사는 '통신 기본료 폐지'라는 핵펀치에 맞을 뻔했다가 선택약정 할인율의 5%포인트 상향, 노인·저소득층 기본료 1만1000원 할인이라는 레프트·라이트 훅을 맞았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기본료 폐지 공약에서 후퇴한 것이라며 불만을 터뜨리는 상황이다.

 

이런 까닭에 단말기 유통에서 손을 떼는 것, 즉 단말기 완전 자급제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얘기가 SK텔레콤의 박정호 사장 같은 통신사 CEO의 입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소비자의 비난을 사면서 늘 요금 인하 압박을 받고 마케팅 경쟁은 경쟁대로 해야 하니 포기하는 게 낫겠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완전 자급제 장단점은 이것!

 

단말기 자급제는 장단점이 있다.

단말기 자급제는 소비자가 통신사 관련 유통점뿐만 아니라, 제조사, 마트,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유통점에서 단말기를 구입한 후 원하는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완전 자급제는 통신사가 유통에서 손을 뗀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통신사 중심의 단말기 유통 구조에서 벗어나면 일단 통신사들이 휴대전화와 통신 서비스를 묶어 팔면서 발생하는 불분명한 가격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마트, 온라인 쇼핑몰, 제조사 판매점 등 다양한 유통점 간 활발한 경쟁에 따른 단말 가격 하락도 부를 수 있다.

 

통신사들의 요금과 서비스 경쟁을 유발해 요금 인하가 촉진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긍정적이다. 소비자는 약정의 굴레에서 벗어나 단말기와 요금제를 본인의 사용 행태에 맞게 고르면 되므로 선택권이 넓어진다.

 

문제는 자급제가 시행된 뒤 유통점들이 과감한 할인 프로모션을 할 수 있을지다. 통신사가 프로모션을 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2년 약정에 특정 요금제를 선택하는 등 정해진 기간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인데, 유통점에 이런 미래 수익이 없다면 굳이 프로모션을 할 유인이 없다. 에어컨을 팔 때처럼 제휴 카드 할인 방식 등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프로모션 방식이 동원될 가능성도 있으나 또 다른 가격 거품을 불러올 수 있다.

 

단말기 자급제는 이미 2012년 5월에 시행됐으나 여전히 통신사 위주의 유통 시장인 배경이다. 제조사도 자체 유통에 적극적이지 않다. 소비자들 또한 단말기를 일반 유통점에서 사고 통신사에서 개통하는 자급제 방식을 불편하게 느낀다는 지적이다. 합리적인 가격의 휴대전화와 요금제를 선택하는 소비자도 많아져야 자급제가 활성화될 수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지난 2012년 단말기 자급제 도입 직후 "자급제의 효과는 제조사와 유통업체의 대응에 따라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자는 통신사 유통점에서 벗어나 구매처를 다양화하고자 하나, 단말기 가격 경쟁력과 종류의 다양성 등 구매 조건이 비슷할 경우 서비스와 단말기 구매를 동시에 처리하는 의향이 분리 구매보다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 완전자급제에 대한 이해관계는

 

완전 자급제를 둘러싼 이해 관계자들의 입장도 제각각이다.

 

논란의 주역인 SK텔레콤만 완전 자급제를 택하고 통신 개통서비스만 하겠다고 선언하면 소비자들은 KT나 LG유플러스에 가서 보조금을 받고 단말기 구매와 개통을 한 번에 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SK텔레콤은 가입자 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반대의 상황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이 마케팅 비용에 쓰던 돈을 통신 서비스 향상이나 요금인하에 쓸 경우 소비자의 발걸음이 바뀔 수도 있다. 조 단위의 마케팅 비용을 아껴 신사업에 투자하는 게 낫겠다는 계산도 담겨있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 CEO 발언의 진짜 의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제조사는 안전한 유통 경로인 통신사를 배제한 새로운 방식으로 대전환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제조사 관계자는 "수요가 있어야 공급이 있는 법"이라며 소비자가 통신사에서 사는 방식을 선호하는 현실을 당장 바꾸는 게 어렵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단말기를 대량으로 구매해주고 팔아주는 초대형 유통업체가 있는데 아무런 수요 예측 없이 자체 유통망을 확대하고 개별 소비자를 상대로 물량을 소화하는 선택은 제조사 입장에서 어려운 선택이다. 외국 제조사들은 자급제를 환영한다.

 

중소 단말기 유통점은 생계 수단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자급제를 반기지 않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자급제 검토 발언이 나오자 단말기 유통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자급제가 활성화돼 이마트나 롯데하이마트 등 대형 쇼핑몰에서 유통되는 단말기 수가 많아지면 이들의 입지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란 우려다.

 

그렇다고 대형 마트 등이 단말기 유통의 선봉이 될지도 미지수다. 기존에 통신사를 겨냥하던 화살이 자신을 향할 수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자급제 구매와 통신사 계약과 연계된 단말기 구매한 경우의 정당한 경쟁을 보장해 통신사 절대 우위의 시장 지배력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는 자급제로 가는 방향성에 대해서는 긍정하지만 전격 도입이 아닌,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래부 고위 관계자는 "자급제 도입 관련 민간 업계의 발언을 순수하게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곤란하겠지만, 규제를 통해 어느 날 갑자기 어느 곳은 단말기를 유통하지 말라고 하면 유통점 종사자의 생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자급제 기반이 서서히 조성되면 유통점도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저렴한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선진국 사례는…"이해 관계자·소비자 고민 들어야"

 

선진국은 자급제와 통신사 주도로 단말기를 유통하는 모델이 혼재돼 있다. 전자통신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한국과 유사하다. 통신사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통신사 중심의 유통 구조다. 애플의 경우 자체 유통망도 강력하게 유지했으나 구글 안드로이드폰이 강세를 보이자 통신사 보조금을 지급하는 변화도 보였다.

 

유럽은 대체로 단말기와 서비스가 분리 유통된다. 통신사는 계약조건을 전제로 특정 단말기에 보조금도 지급하지만, 직영 대리점과 독립 유통업자에도 동일한 조건으로 지급한다.

 

특히 핀란드는 지난 1997년부터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 여부에 따라 단말기 가격에 차별할 수 없다'고 법에 명시했다. 통신 사업자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무료 통화 시간을 제공하거나 디지털 카메라 등을 서비스 가입 대가로 제공하는 등 경쟁에 나섰다고 한다. 일본은 통신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소비자에게 지급하는 대신 단말기 사업자의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다양한 이해 관계자의 건전한 경쟁을 유도하고 가계 통신비에 대한 고민이 깊은 소비자를 고려한 섬세한 대안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자급제에 대한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있다면 가격 할인 효과가 기존에 비해 커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매우 민감한 사안이므로 각계의 의견을 듣고 사회적 합의 과정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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