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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 전쟁]下 자동차 두뇌를 심다

  • 2017.07.26(수) 14:38

이용자 주행 데이터 쌓일수록 정밀해져
완성차社와 협업…자율차 핵심 플랫폼화

이달초 폭스바겐 본사의 고위 임원들이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카카오 판교사옥을 방문했다. 폭스바겐 차량에 카카오 내비게이션이나 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하는 '커넥티트카'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독일 완성차 업체인 폭스바겐 임원진이 국내 대표 모바일 기업을 직접 찾은 것이라 주목 받았다. 폭스바겐의 판매와 마케팅·애프터서비스를 이끄는 위르겐 스탁만 총괄임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에서 소셜 플랫폼과 모빌리티 사업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카카오에 방문했다. 임지훈 카카오 최고경영자와 흥미로운 전망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 위르겐 스탁만 폭스바겐 총괄임원이 지난 5일 자신의 트위터에 임지훈 카카오 대표와 정주환 모빌리티 사업 총괄 부사장 등과 만난 사진을 올렸다. [사진 출처: 위르겐 스탁만 트위터]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카카오의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카카오택시 블랙)를 함께 내놓으면서 손을 잡았다. 이번에 한발 더 나아가 카카오의 모바일 서비스나 인공지능 기술을 차량에 접목하기 위해 더 끈끈한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이다. 4차산업 혁명의 핵심 분야인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위해선 전자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내비게이션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 내비 업체-자동차 제조사, 협력 이어져

 

카카오-폭스바겐 조합처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완성차 업체들의 협력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기아차·재규어·랜드로버 등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과 손잡고 일부 차량에서 T맵을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즉 차량 모니터에 스마트폰 화면을 연동하는 미러링 방식으로 T맵을 사용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아울러 지난 4월 서울모터쇼에선 인공지능 비서 누구(NUGU)를 자동차와 연동하는 시연을 했다. 여기엔 기아차 차량이 활용됐다. 이용자가 집안에서 누구에게 음성명령을 내려 자동차 위치를 찾거나 원격으로 시동거는 것이다.


카카오도 최근 현대∙기아자동차와 협력해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현대차 제네시스 G70에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기능을 탑재키로 했다. 현대차는 내비게이션 전문 계열사(현대엠엔소프트)를 두고 있으나 음성인식 기술면에서 앞서고 있는 카카오를 사업 파트너로 삼아 서비스 경쟁력을 키우려는 것이다.

▲ 카카오는 인공지능 플랫폼 '카카오 I'를 외부 업체들에 개방하고 이를 적용한 제품이나 서비스에는 기술 인증을 위해 ‘Kakao I Inside’ 인증마크를 부여할 예정이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G70 운전대(스티어링휠)에 달린 음성인식 버튼을 누르고 목적지를 말하면 내비게이션 첫화면에 목적지가 곧바로 뜬다. 카카오의 내비게이션(카카오내비) 서비스가 현대차에 직접 탑재되는 것은 아니고 카카오의 인공지능을 차량에 이식하는 개념이다.

 

카카오는 현대·기아차와의 협력을 계기로 자사 인공지능 생태계에 외부 완성차들을 끌어모은다는 계획이다. 이 플랫폼 안에는 내비게이션을 비롯해 카카오톡이나 카카오의 모빌리티(차세대 이동수단) 서비스들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구글이 구글맵을 무기로 수많은 완성차 업체들과 협력, 자율주행 기술을 활발히 개발하고 있다.

 

중국 최대 인터넷기업 텐센트는 작년말 유럽 최대 내비게이션 서비스 기업 히어의 지분 일부를 사들였다. 히어는  독일 다임러와 BMW, 폭스바겐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2015년 인수한 곳이다.


◇ 불붙은 차량정보 수집 경쟁


현재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인터넷 기업들이 제공하는 내비게이션 서비스는 모두 무료다.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다. 그럼에도 서비스 확대를 위해 적극적으로 외부 업체들과 손을 잡는 것은 4차산업 혁명의 핵심 플랫폼 역할을 담당할 내비게이션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내비게이션은 이용자가 많으면 많을 수록 똑똑해진다. 보통 내비게이션은 기존에 쌓아놓은 이용자 운전행태 정보 외에도 이용자의 실시간 운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로 상황을 파악해 다른 이용자에게 길 안내를 해준다.

 

예를 들어 내비게이션을 켜고 운전하는 차량이 특정 도로 구간에 한대 밖에 없다고 가정해 보자. 이 차량이 택시라면 손님을 태우기 위해 도로 한복판에 정차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이 도로는 택시 차량 한대의 운행 정보에 의지해 0km 속도가 나오는 막힌 구간으로 인식한다. 아울러 이 내비게이션은 다른 이용자에게 이 지점을 피해 돌아가라고 지시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내비게이션을 켠 다른 차량들이 이 도로를 운전 중이라면 예외적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이용자의 운전 정보를 많이 받을 수록 길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실시간 교통 상황이 더 정밀해지는 것이다.

 

SK텔레콤이 자사 고객에게 제공하던 T맵을 다른 통신사 고객에게 개방한 것이나 KT와 LG유플러스가 각각의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하나로 합친 것은 더 많은 정보를 확보해 길안내 기능 등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 네이버가 공개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in-vehicle infotainment) 시제품. IVI란 차량 안에서 즐길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와 정보 시스템을 총칭하는 용어로, 음악·영화·게임·TV 등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기능과 내비게이션, 모바일 기기와 연동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기 또는 기술을 말한다.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 차세대 서비스의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할 내비게이션 시장을 선점해 다양한 사업 모델을 찾으려는 목적도 있다.

 

네이버는 올해 열린 서울모터쇼에서 자율주행차와 함께 차량 내에서 내비게이션은 물론 정보 검색이나 음악 콘텐츠 등을 즐길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플랫폼을 공개했다. 길쭉한 스마트폰 형태의 이 제품을 장착하면 네이버 로그인을 통해 어느 차량에서나 네이버 서비스들을 이용할 수 있다.

 

구글과 애플이 스마트폰과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연동하는 운영체제인 카플레이(CarPlay)와 안드로이드오토(Android Auto)를 각각 내놓고 완성차 업체 등과 경쟁적으로 기술제휴를 벌이는 것처럼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담당할 내비게이션을 선점하기 위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의 경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시리즈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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