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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웹사이트 무단 크롤링은 불법"

  • 2017.09.27(수) 17:37

잡코리아, 사람인 상대 9년 소송전서 승소
크롤링(데이터 수집) 법적 기준 정립

 

웹사이트 콘텐츠를 긁어오는 '크롤링'을 이용해 확보한 콘텐츠를 자신의 영업에 무단 사용하는 것은 데이터베이스(DB)권 침해 행위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는 온라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업자 사이에서 광범위하게 이용되는 크롤링에 대한 법적 판단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은 온라인 채용정보제공 관련 경쟁 사업자인 잡코리아와 사람인 사이에서 9년간 이어진 '웹사이트 콘텐츠 무단 크롤링' 관련 소송에 대해 이같이 판시했다.

 

앞서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4월 잡코리아(원고)가 경쟁 업체인 사람인HR(피고·이하 사람인)을 상대로 제기한 '웹사이트 HTML 소스코드 무단 복제 등 금지청구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에 사람인은 서울고법 판단에 불복해 법무법인 세종을 대리인으로 선임하고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와 관련 사람인은 원심이 조정조항의 해석에 관한 대법원 판례를 위반하고 관련 법리를 오해했다고 항변했으며, DB 제작자의 인정 요건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사의 분쟁은 9년 여 전인 지난 2008년 사람인이 잡코리아에 등록된 기업 채용공고를 무단 크롤링해 게재한 것이 발단이 됐다. 사람인은 채용공고 무단 복제를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잡코리아는 지난 2010년 사람인을 상대로 법원에 채용정보 복제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고, 지난 2011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사람인이 잡코리아의 채용정보를 무단으로 게재하지 말라고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사람인이 재발 방지를 약속하는 등 사건이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이후에도 사람인은 검색로봇을 이용해 같은 방식으로 채용정보를 무단 복제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게재했다.

이에 잡코리아는 법무법인 민후를 대리인으로 선임, 사람인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금지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사람인은 법무법인 광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해 공방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민후는 사람인이 채용정보를 지속적으로 무단수집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한 점과 몰래 크롤링을 하는 것을 숨기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사용한 점 등을 밝혔다. 그러면서 사람인의 행위는 단순한 조정조서 위반을 넘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공방 끝에 서울중앙지법 민사11부(재판장 김기영 부장판사)는 사람인에 채용정보 396건을 폐기하고 잡코리아에 1건당 50만원씩 총 1억9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사람인의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함도 인정했다. 사람인은 1심 판결에 불복해 대리인을 김앤장 법률사무소로 교체하고 항소했다.

특히 항소심에서 법무법인 민후가 DB권 침해를 새로 추가해 주장하면서 9년의 분쟁은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민후 관계자는 "잡코리아 웹사이트는 저작권법상의 데이터베이스에 해당하고, 잡코리아는 그 웹사이트의 제작이나 그 소재(채용정보)의 갱신·검증 또는 보충에 인적 또는 물적으로 상당한 투자를 한 자"라며 "그러므로 잡코리아 웹사이트에 대해 DB 제작자의 지위와 권리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고법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여 DB권 침해를 인정하고 사람인은 잡코리아 웹사이트의 채용정보를 모두 폐기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조정조서 위반으로 인한 간접강제금 2억원과 데이터베이스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금 2억5000만원을 합해 총 4억 5000만원을 잡코리아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람인은 또다시 소송대리인을 변경하며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심리불속행(본안 심리 없이 기각하는 것) 기각됐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이번 판시에 대해 "경쟁사의 콘텐츠를 무단으로 크롤링 한 다음 이를 자신의 사업기회로 유용한 행위가 저작권법 위반임을 인정한 판시로 크롤링에 대한 법적 판단의 기준을 세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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