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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시장 지각변동]①지니뮤직의 승부수

  • 2018.08.22(수) 16:43

KT·LGU+·CJ ENM과 합세 '1위 도전'
비주얼 뮤직 플랫폼으로 진화 계획

카카오M의 '멜론'이 독보적인 1위를 지키던 디지털 음원 시장이 요동칠 전망이다. KT가 최대주주인 지니뮤직이 지난 3월 LG유플러스의 지분투자를 유치한 데 이어 최근 엠넷닷컴의 운영사 CJ디지털뮤직을 흡수합병키로 하면서 시장구도를 흔들고 있다. SK텔레콤과 네이버 등 강력한 경쟁자들도 시장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고, 글로벌 사업자 '유튜브' 역시 국내 시장을 공략하고 있어 혼전이 예상된다.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 과정과 향후 구도를 전망해본다. [편집자]

 

▲ (왼쪽부터) 정형진 CJ ENM 음악콘텐츠 UNIT IP운영담당 상무,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 고윤전 KT 미래사업개발단장, 이정우 LG유플러스 음악사업부서장이 22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지니뮤직]


"지니뮤직과 KT, LG유플러스, CJ ENM 등 4개 회사가 연합해 음원 시장의 패러다임을 파괴할 것입니다."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는 22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어 'K-라이브'(live)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엠넷닷컴을 보유한 CJ디지털뮤직과 합병하면 음원 시장 유통 점유율 1위로 올라서게 된다"며 "이는 시장의 룰을 바꿔나갈 수 있는 숫자 이상의 의미"라고 강조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 지니뮤직, KT·LGU+·CJ ENM 손잡고 1위 도전

지니뮤직은 지난달 CJ ENM의 지분 100% 자회사인 CJ디지털뮤직을 10월10일까지 합병키로 결정하면서 국내 음원시장 유통점유율 35%를 확보해 업계 1위 유통 파워를 갖게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가온차트에 따르면 지니뮤직의 음원 시장 유통 점유율은 올 상반기 기준 13%로 카카오M의 멜론(33%)에 밀렸지만 CJ디지털뮤직(22%)과 합병 이후에는 35%로 올라서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지금껏 지니뮤직은 멜론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지난 3월 LG유플러스가 지니뮤직(옛 KT뮤직)에 267억원 규모의 지분 투자하고 2대 주주로 올라서면서 서서히 경쟁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에 엠넷닷컴(가입자 수 60만명) 운영사인 CJ디지털뮤직을 흡수하면 가입자 수 기준으로도 1위 멜론(450만명)을 따라 잡고, 3위 NHN벅스(85만명)와의 격차도 벌릴 수 있다는 게 지니뮤직(250만명)의 구상이다.


또 이번 합병을 통해 지니뮤직은 KT, LG유플러스뿐 아니라 CJ ENM과도 손을 맞잡게 되면서 콘텐츠, 플랫폼,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지니뮤직은 오는 2019년 국내 음원 유통시장 점유율 1위, 2022년 500만 유료 가입자를 확보해 국내 음원서비스 시장에서 독보적인 1등 사업자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CJ ENM과의 협력 관계 형성에 대해 "가장 갈망하던 전략"이라며 "CJ ENM은 경쟁력 있는 아티스트를 보유한 넘버원 기획사"라고 평가했다.

 

 

이같은 김 대표의 표현은 지니뮤직이 국내 3대 기획사인 SM·JYP·YG와 맺은 지분 관계가 하나 둘 씩 정리된 바 있어, CJ ENM과의 협력이 그만큼 절실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엠넷닷컴은 국내 최대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CJ ENM이 보유한 음원 판매·유통권을 갖고 있다. 기획사 상대로 목에 힘주기 어려웠던 지니뮤직이 도매상으로서 협상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얘기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합병이 마무리 되면 지니뮤직은 CJ ENM이 제작하고 수급하는 음악 콘텐츠의 유통을 전담하면서 시장 영향력이 크게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CJ ENM 소속 인기 아티스트들의 발매 음원뿐 아니라 CJ ENM이 출시하는 드라마 OST, 방송 음악콘텐츠 유통을 전담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세를 몰아 지니뮤직은 CJ ENM과 함께 콘서트, 쇼케이스, 버스킹 추진 등 다방면의 협의를 진행할 계획이다.

 

양사는 또한 신예 아티스트의 신보 출시 마케팅 협업과 마케팅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사업도 진행하기로 했다. 지니뮤직은 장기적으로 '지니 플랫폼'과 연동한 CJ ENM 서바이벌 방송 투표 진행, 음악방송 온에어 등 방송 콘텐츠와 결합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정형진 CJ ENM 음악 콘텐츠 유닛(UNIT) IP 운영담당 상무는 "새로운 기술과 디바이스 환경의 변화로 듣는 음악에서 보는 음악으로, 다시 보는 음악에서 체감하는 음악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CJ ENM 음악 콘텐츠 유닛이 보유한 아티스트 IP(지적재산권), 영상 콘텐츠와 ICT 테크놀로지를 융합해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 22일 지니뮤직이 개최한 기자 간담회에서 가수 유재하의 홀로그램(왼쪽)과 남성 보컬 그룹 스윗소로우의 콜라보레이션 라이브 공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지니뮤직]


◇ 지니뮤직 '비주얼 뮤직 플랫폼'으로 진화한다

이날 지니뮤직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미래형 비주얼 뮤직 플랫폼'을 진화하겠다는 비전도 소개했다.

 

지니뮤직은 오는 2022년까지 KT의 ICT 기술을 활용 360도 전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차세대 홀로그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5G 시대 미디어 콘텐츠를 지속 선보일 예정이다. 이날 지니뮤직은 홀로그램 기술을 활용해 고 유재하를 무대에 올린 공연을 선보이기도 했다.

구체적으로 올 연말까지 전체 가입자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인텔리전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발표할 방침이다.

 

이는 사용자 취향을 분석해 음악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전체 가입자 개인의 취향을 세분화한 다음 비슷한 사람들끼리 분류해 적절한 콘텐츠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KT의 AI 스피커 '기가지니'를 비롯해 '클로바'(네이버), '빅스비'(삼성전자) 등을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또 차세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IVI(In-Vehicle Infotainment) 지니 서비스'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차량의 통신제어장치(CCU, Communication Control Unit)를 통해 도로상황과 운행정보는 물론 탑승자의 음악적 취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음악을 제공하는 공감형 AI 서비스다.

가령 차량 정체나 장시간 운전으로 운전자가 피로감을 느낄 때는 운전자가 즐겨 듣던 노래 중 경쾌한 노래를 큐레이션해 블랙핑크의 '뚜두뚜두'와 '휘파람' 같은 노래를 재생하는 식이다.

내년 1분기에는 CJ ENM의 최신 음악 영상 콘텐츠를 중심으로 지니 애플리케이션(앱)을 전면 개편한다. CJ ENM이 갖고 있는 5만여 편의 동영상 중 인기 콘텐츠를 지니 앱에 탑재해 '채널 지니'(가칭) 코너를 새롭게 선보인다.

VR 기술을 적용한 아티스트의 4차원 라이브 영상을 즐기고, AR 기술을 접목해 스마트폰 촬영만으로 아티스트의 영상, 이미지 등 맞춤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미래형 서비스를 얹을 계획이다. 채널 지니 시청으로 인한 데이터 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KT 가입자 대상으로 전용 데이터를 추가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누구나 음악 서비스를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지니 오픈형 SDK'(Software Development Kit,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도 출시한다.


김훈배 지니뮤직 대표는 "KT그룹의 ICT 역량과 최근 확보한 콘텐츠 경쟁력을 접목해 고객들이 지금까지 체험하지 못했던 음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5G 기반의 미래형 음악 서비스를 바탕으로 500만명 이상의 유료 가입자를 확보해 지니를 대한민국 대표 음악 플랫폼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니뮤직의 이번 도전은 카카오M과 같은 강력한 경쟁사들의 방어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멜론의 경쟁력이 여전히 압도적이라는 평가가 지니뮤직 내부에도 있다.

 

김 대표는 "K사(카카오M)의 매출이 지니뮤직의 4배"라며 "K사는 오랫동안 멜론을 서비스해왔고 로열티(충성도) 있는 가입자가 누적돼 극복이 쉽지 않겠지만, CJ ENM 등 협력사들을 잘 활용해서 결국 극복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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