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기계가 노예를 대신했습니다. 뒤 이어 정보화에 따라 인터넷이 노동자가 하던 일을 처리했고요. 앞으론 블록체인이 인간을 속박 상태에서 또 한번 해방시킬 것입니다."
가상화폐 광풍 속에서 기반기술로 주목 받은 블록체인이 산업화와 정보화 못지 않은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가상화폐를 비롯한 다양한 자산을 빠르게 거래하도록 해 공유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것. 결과적으로 재화와 서비스를 얻기 위한 비용을 줄여 인간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게 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2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와 블록미디어 주최로 열린 '블록페스타 2018' 컨퍼런스에선 이 같은 블록체인이 가져올 삶의 변화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이 제시됐다.
블록체인이란 유무형 자산 거래정보를 기록한 장부를 여러 참여자들이 분산해 보유하는 기술이다. 중앙기관 등 제3자를 거치지 않고도 참여자들이 곧바로 거래정보를 열람, 확인하도록 해 거래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블록체인기업과 가상화폐 거래소로 구성된 한국블록체인협회의 전하진 자율규제위원장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블록체인을 활용한 거래는 물물교환 경제, 곧 공유경제"라고 강조했다.
참여자간에 빠르게 거래를 진행하는 블록체인을 통해 사용하지 않는 보유자산을 타인에게 빌려주거나 교환하는 경제활동이 활성화된다는 것. 이에 따라 재화나 서비스를 싼 값에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게 전 위원장의 전망이다.
전 위원장은 "내가 어릴 적만 해도 한 아이의 부모가 집을 비우면 옆집에서 밥을 먹이는 등 동네에서 공동으로 아이를 키웠다"면서 "마을 사람들간 품앗이를 하면 별다른 지출 없이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것과 같은 원리로 블록체인 거래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전 위원장은 이 같은 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로 일본 블록체인기업 바스아이드(BaaSid)를 소개했다. 바스아이디는 블록체인 상에서 개인의 스마트폰 공기계를 모은 후 확보한 저장공간을 토대로 거대한 인터넷데이터센터를 만들었다는 것. 그러면서 관련 토큰을 산 이용자에게 해당 센터를 저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거래를 통해 비용을 줄인 만큼, 최종적으론 구매력을 얻기 위한 장시간 노동을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전 위원장은 "수렵과 채집을 하던 인간이 노동에서 해방되는 과정이 곧 인류의 역사"라며 "이제는 블록체인 발전에 따라 자아 실현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또 다른 연사인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블록체인을 비롯한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임 위원장은 "블록체인을 비롯한 핀테크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나 정작 금융권에선 어떤 규제가 풀려야 발전을 도울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규제를 완화하려고 해도 매번 하나하나 검토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지적했다.
임 위원장은 대안으로 금융 혁신 지원 특별법 입법을 제안했다. 금융 혁신 지원 특별법이란 금융당국이 핀테크기업의 사업을 시범 차원에서 승인한 후 일정 기간 동안 모든 규제를 풀어주는 법안이다. 시범 사업기간 동안만큼은 자유롭게 사업을 하도록 하고 경과를 지켜보면서 규제 조치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새로운 기술의 부작용에 대한 과도한 우려로 핀테크기업이 시장에 자리 잡기도 전에 발목 잡히는 일을 막는다는 취지다. 지난 3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임 위원장은 "IT업계에선 블록체인은 마치 줄기세포와도 같다는 말을 하는데, 잠재력은 있지만 뒤 따르는 제약과 리스크를 파악해 돌파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한계를 거듭 넘어서면서 세상을 바꾸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