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SNS, 포털사이트가 장악한 콘텐츠 유통시장에 돌멩이가 던져졌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상에 게시물과 댓글을 등록, 저장하도록 한 동영상 서비스업체 디튜브. 언뜻 유튜브와 이름과 화면 구성에서 차이가 없어 보인다. 자세히 보면 창작자에게 시시각각으로 보상이 지급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동영상 밑에 창작자에 지급된 가상화폐 금액이 달러로 표시된다. 23일 오후 2시(한국시간)경 올라온 '내가 태국에서 온라인으로 돈을 벌며 생활한 방법'이라는 영상만 해도 1시간 만에 약 23달러(2만6000원)를 벌어들였다.
디튜브 처럼 블록체인을 적용한 콘텐츠 플랫폼은 플랫폼의 중간 개입을 최소화하고 창작자에게 직접 보상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트래픽을 올려줄 만한 창작자를 골라 수익의 일부를 정산하는 기존 플랫폼과 달리 누구나 콘텐츠 생산에 보상받게 한다. 대형 포털 등에서 소외된 창작자를 끌어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최근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플랫폼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웹소설 사이트 블라이스, 만화 서비스업체 배틀엔터테인먼트가 주도하는 웹툰 서비스 픽션 네트워크 등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플랫폼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기존 콘텐츠 플랫폼은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마련한 후 스타 작가나 크리에이터(동영상 제작자) 등을 선별해 계약을 맺고 수익을 나눴다. 조회 및 구독 수를 토대로 트래픽 기여도를 판단해 일부 창작자를 골라낸 후 콘텐츠가 유발한 광고 수입 등의 일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은 압도적인 트래픽을 올리는 콘텐츠를 내놓지 않는 한 생산활동에 대해 보상을 받을 수 없었다. 생산된 콘텐츠로 플랫폼이 돈을 벌면서도 이를 일부 창작자와만 나누는 것이다. 정산을 받는 창작자도 플랫폼에서 제시하는 계약조건을 일방적으로 따라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블록체인을 적용한 콘텐츠 플랫폼은 코인 공개(ICO)를 통해 마련한 자금을 토대로 가상화폐를 발행, 이를 모든 플랫폼 이용자에게 지급한다.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등 플랫폼을 활성화하는 행위에 보상을 주는 것이다. 이용자는 지급된 가상화폐를 현금화하거나 플랫폼 안에서 콘텐츠 창작자에게 직접 결제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KT는 지난 7월 선보인 웹소설 플랫폼 블라이스는 블록체인 기반 펀딩 시스템을 준비하고 있다. 이용자가 KT에서 개발한 케이(K)토큰을 창작자에게 지급하면 이를 웹소설 기반 영화 제작에 사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플랫폼이 아닌 이용자가 직접 작품을 선택해 지원한다는 점에서 기존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방식이다.
배틀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블록체인 클레이튼을 기반으로 웹툰 서비스 픽션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있다. 픽션 네트워크도 블라이스와 마찬가지로 이용자가 콘텐츠 창작자에게 가상화폐를 직접 지급하는 방식이다. 창작자에겐 서버 유지에 필요한 수준의 수수료만 받을 예정이다.
해외에선 블록체인 기반 사회관계망(SNS) 서비스 스팀잇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디튜브와 같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이 서비스도 게시물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때마다 가상화폐를 준다.
이 같은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플랫폼은 보상을 확대하면서 기존 플랫폼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한 창작자를 모은다는 구상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를 다수 확보하면서 결과적으로 플랫폼 이용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규 배틀엔터테인먼트 이사는 "픽션 네트워크는 대형 포털의 과도한 수수료 부과 문제를 해결해 창작자를 끌어 모을 것"이라면서 "인기 작가는 물론 대형 플랫폼에서 덜 알려진 창작자가 다수 유입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준희 한국정보화진흥원 주임도 "블록체인 이념 자체가 중앙화된 시스템을 통해 돈을 벌어선 안 된다는 것"이라면서 "블록체인 기반 콘텐츠 플랫폼은 모든 참여자에게 수익이 돌아가는 생태계를 정착시키면서 서비스 이용을 늘릴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