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지속돼 온 지상파와 케이블TV 간의 재송신료(CPS) 분쟁 해결을 위해 공정성이 담보된 법정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방송 산업의 유효한 경쟁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직접 개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미디어 시장구조 변화에 따른 바람직한 지상파 방송 재송신 정책 방안 모색' 세미나에서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는 '의무 동시재송신 대가 산정위원회'(가칭)의 법정화가 그간의 논쟁을 불식시키는데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교수는 "최근 방송산업의 역동성과 각 유료방송사업자의 역사성, 이해관계, 법적 성격이 다른 것을 고려하면 대가산정 기준을 법령에 일률적으로 정하는 것은 제도 운용의 탄력성, 현실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객관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율할 수 있는, 공정성이 담보된 법정위원회를 마련해 대가를 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재송신료란 유료방송(케이블, IPTV, 위성방송) 사업자가 자사 가입자에게 지상파 방송을 송출한 뒤 지상파 방송에 제공하는 일종의 콘텐츠 사용료다. KBS1과 EBS는 의무 재송신 대상으로 재송신료가 발생하지 않지만 KBS2, MBC, SBS 등은 유료 방송사업자들로부터 재송신료를 받는다.
그러나 의무 재송신 채널의 범위와 대가 산정 방식을 둔 지상파와 케이블TV의 입장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지상파가 CPS 산정 시 ‘8VSB(8-Vestigial Side Band)’ 가입자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김 교수는 이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의 법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봤다. 지상파 방송사업이 소수의 허가 사업자만이 진입 가능한 '강학상 특허사업'인 만큼 유효경쟁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경제과정에 직접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그는 "의무 재송신에서 제외된 지상파 방송사업자와의 협상이 결렬된 경우 일방 청구에 의해 대가산정위원회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재정결과의 불복은 오로지 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다만 위원회 설립이 현실적으로 가능할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이날 진행된 토론에서 홍종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연구소 교수는 "법정위원회가 설립되면 지상파 재송신 분쟁 해결을 위한 실효적 조치 수단을 확보할 수 있겠으나, 위원회 설립 자체가 대가 분쟁 해결보다 더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