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소비 패턴이 바뀌었다. 과거 온가족이 거실에 모여 즐기던 TV 시청 패턴에서 모바일을 통한 OTT 소비로 말이다. 모바일 OTT는 기존 미디어 채널에 위협적 존재다.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은 성장 정체기를 보내고 있고, 각 사 마다 나름의 OTT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유료방송의 현 상황과 함께 OTT 대응 전략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SK텔레콤·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들은 IPTV로 사실상 유료방송시장을 장악하고 있으나, OTT로 바뀌는 시대의 흐름에 어느때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은 지난달 지상파3사와 함께 새로운 OTT '웨이브'(wavve)를 선보인 뒤 최근에는 미국 컴캐스트와 글로벌 e스포츠 전문 기업을 설립하고 게임 영상 제작과 스트리밍 방송 서비스를 추진하면서 업계에 돌풍을 일으켰다.
KT도 기존 OTT '올레tv 모바일'을 '시리얼'로 바꿔 이달 10일 출시함으로써 대응에 나서기로 했으나, 출시 시기를 미룬 뒤 더욱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내놓기 위해 사업 전반을 가다듬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넷플릭스, 구글 유튜브 등 기존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협력 관계를 다지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어 향후 IPTV 기반 OTT 사업자들의 경쟁도 불꽃이 튈 전망이다.
◇ SK텔레콤, 웨이브 순항에 새로운 모델도
18일 모바일 시장 분석 서비스 앱에이프에 따르면 웨이브의 지난달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구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기준 131만명에 달한다.
웨이브의 기존 서비스라 할 수 있는 지상파3사의 OTT '푹'의 지난 4월 MAU가 69만명 수준이었으므로 사용자 수가 2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SK텔레콤의 기존 OTT '옥수수'의 MAU는 330만명 수준이었으므로 성장 여력은 더 남아있다.
웨이브 관계자는 "웨이브 출범 전부터 SK텔레콤 제휴 마케팅으로 가입자가 증가하기 시작한 뒤 정식 출범 이후 가입자가 급증했다"며 "콘텐츠와 가격 경쟁력이 가입자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웨이브는 월정액 가입자에게 영화 1000여 편을 무료 제공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에도 나서면서 볼거리를 늘렸다.
웨이브는 베이직(HD) 7900원, 스탠다드(FHD) 1만900원, 프리미엄(UHD 포함 최상위 화질) 1만3900원 등 3종을 제공하고 스탠다드 이상부터는 여러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상품을 구성해 가격 경쟁력도 갖췄다. 오는 2023년까지 콘텐츠 제작에 3000억원을 투자해 가입자 500만명을 유치한다는 목표다.
아울러 SK텔레콤은 컴캐스트와 게임 영상 콘텐츠 제작 및 스트리밍 방송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업계에선 글로벌 게임 방송 플랫폼 '트위치'와 같은 모델일 것이란 관측이 나오나, 회사 측은 이에 대해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게임 관련 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도 검토할 수 있다는 수준이지 트위치 유형의 모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게임 영상 콘텐츠를 만들어 공급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웨이브 측 인사도 "게임 콘텐츠 스트리밍 방송과 방송 월정액 OTT가 직접적인 대체재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SK텔레콤이 비슷한 유형의 OTT를 또 한다면 통합 OTT를 출범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은 디즈니와 협력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고민 깊어지는 경쟁자들
이에 맞서는 경쟁 사업자들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로 IPTV 최강자 KT는 지난 10일 기존 OTT '올레tv모바일'의 서비스 명칭을 '시리얼'(See Real)로 바꿔 새롭게 출시할 계획이었으나, 돌연 이를 연기했다.
당초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콘텐츠 추천 서비스 등 기존 경쟁력을 활용한 새로운 기능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됐다.
KT가 올레tv 모바일 등을 통해 공개했던 시리얼 소개 동영상 내용을 보면 '사용자의 기분, 머리 속에 맴도는 영화, 현재 영화에 나오는 OST(영화 주제곡) 등을 먼저 알고 보여주는 등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해당 서비스의 특징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지상파3사, 미국 컴캐스트와 손잡는 모습을 보여준 SK텔레콤과 비교하면 시장의 눈길을 사로잡을만한 모습은 아니었다는 게 대체적 평가였다. 이에 따라 이번 출시 연기는 다른 OTT 사업자와 함께 사업을 함께 도모하는 수준의 대규모 변화를 준비중인 것으로 관측됐다.
다만, KT는 이보다 복잡한 고민 속에 있다. 익명을 요구한 KT 관계자는 "OTT는 경쟁사 대비 경쟁력 있는 모습을 선보여야 했다"며 "KT의 경우 유료방송 합산규제도 고민의 대상"이라고 귀띔했다.
무슨 의미일까.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한 사업자가 시장 점유율 33%를 넘기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다. 이런 까닭에 LG유플러스는 케이블TV 업계 1위인 CJ헬로 인수를 앞두고 있고, SK텔레콤은 케이블TV 2위 티브로드 합병을 추진중이지만, KT는 케이블TV 3위 딜라이브 인수를 엄두도 못내고 있다.
KT 입장에선 OTT 대응도 중요하지만, 기존 텃밭인 IPTV 시장에서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어떤 사업자와 손을 잡든 합산규제와 연관된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넷플릭스와 손잡고 IPTV 시장에서 성과를 보인 LG유플러스는 최근 하현회 부회장이 미국을 방문해 구글, 넷플릭스 등의 경영진을 만나 앞으로 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종합하면 지난 17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승인을 유보한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티브로드 건을 결정하는 즈음 통신3사의 OTT 경쟁 구도역시 가시권에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