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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OTT, 기대와 우려

  • 2020.01.07(화) 16:32

콘텐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해야

"실례지만 고객님, 너무 안타까워서 말씀드려요."

114에서 '안타깝다'는 내용의 전화가 왔다. 이용중인 이동통신사였다. 문득 들었던 생각은, 지난해 가을 돌아가신 어머니의 휴대전화를 여전히 해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가 하는 것이다.

그는 '가족 결합'을 얘기했다. 현재 결합된 이동통신 회선이 2명뿐인데, 양가 부모, 자녀 등과 결합하면 최대 5명까지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1년이면 할인 금액이 20만원이 넘는다"며 거듭 "안타깝다"고 했다.

겸사겸사 고향으로 내려갔다. 홀로 계신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바꿔드리면서, 가능하면 가족결합할인도 받아볼까 했다. 최신 스마트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통신요금 정보포털 '스마트초이스'에 접속했다. 검색해보니 5G 스마트폰 요금제는 부담이 될듯했다.

4G LTE 스마트폰 중에서 프리미엄 제품을 점찍었다. 공시 지원금이 지난해 11월 45만원으로 변경돼 있기도 했다. 공시 지원금의 15%까지 주는 추가 지원금은 6만7500원이었다. 출고가는 99만8800원인데, 이런 할인을 적용하면 단말기 값이 38만2300원까지 내려갔다.

저렴한 구성은 어떨까. 그러나 이른바 '노인용 요금제'는 데이터 및 동영상 시대에 턱없이 부족한 구성이었고, 저렴하다고 보긴 어려웠다. 공시 지원금은 6만9000원짜리보다 30만원 정도 적었다. 애매한 수준의 스마트폰을 애매한 금액으로 쓰는 것보단 조금 더 내고 좋은 걸 사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사업자들이 이걸 노린 것인지도 모른다. 어머니와 아버지 모두 프리미엄 스마트폰 한번 못 써본 것도 늘 마음에 걸렸다. 대충 결론이 나왔다.

휴대전화 판매점으로 갔다. 번호이동인데다 6만9000원짜리 요금제를 6개월 이용하는 조건을 적용하면 단말기 가격이 33만원 정도까지 내려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6개월 뒤 저렴한 요금제로 바꾸면 나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는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가족결합은 적용할 수가 없었다. 특정 통신사에서만 이같은 할인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다른 판매점으로 가봤다. 쿨하게 한자리에서 결정하면 참 좋겠지만, 혹시 더 싸게 살 수 있을까 해서였다. 대박. 옮긴곳은 3만원 가까이 저렴했다. 그런데 처음 갔던 곳에서 듣지 못했던 얘기를 들었다.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와 음원 서비스를 2개월 이용하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다른곳에선 그런 얘기를 못들었다고 하니 "이 통신사에서 OTT가 새로 나와서 미는 것 같다"며 "그 판매점에서도 판매가 완료될 때쯤에 얘기해줄 것"이라며 이른바 '영업 전략'을 전해줬다. 확인 차원에서 처음 갔던 곳에 다시 방문했다. 최근 5년간 휴대전화를 판매해왔다는 그는 "그럴 수도 있는데, 휴일이어서 잘 모르겠다"는 황당한 답변을 했다. 아버지는 "혼자 왔으면 무슨말인지도 몰랐겠네"라며 하품을 했다.

여기까지 3시간이나 걸렸다. 다른데 가도 비슷한 얘기를 들을 것 같았다. 서울 어떤 곳에 가면 게릴라성 할인도 된다지만, 거기도 그냥 주는 게 아니라는 걸 안다. 신용카드를 발급해야 하는 등 각종 조건이 붙는다. 할부 수수료를 아끼고 월 납부하는 통신요금이 적어 보이는 효과라도 보기 위해 단말기 대금은 일시불로 내기로 했다. 다음날 아버지 홀로 개통할 때는 OTT와 음원 서비스 이용 요금이 포함됐다.

이같은 과정을 크게 두가지 입장으로 나눠보면, 사업자와 이용자의 윈윈일 수도 있다. 사업자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면서 가입자를 모은 뒤 통신 관련 서비스 소비를 풍부하게 경험하게 함으로써 수익성 제고를 도모할 수 있다. 이용자는 하지 않아도 되는 소비를 경험해야 하므로 조삼모사(朝三暮四) 같을지라도 할인을 받는 것 자체는 사실이다.

산업적 시각에서 살펴보면 보면 흥미로운 대목이 하나 더 있다. OTT를 끼워 파는 행태의 배경이다. 사정이 있다. 현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 주도로 인수·합병(M&A)과 사업 제휴 등 합종연횡(合從連衡)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다양한 사업자들과 손잡고 새로운 OTT도 내놓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유튜브, 넷플릭스 등 외국 OTT의 국내 시장 잠식에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은 업계에서 불문율과 같이 통용된다. 정부도 이같은 움직임에 긍정적인 모습이다. 국내 사업자들의 경쟁력 강화에 기대감이 형성된다.

그러나 OTT를 확산하는 방식은 조금만 더 세련됐으면 한다. 상품을 묶어 파는 것만으로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이용자는 그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이들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결합상품을 이용하지 못하게 해드려 안타깝다고 하지말고, 훌륭한 콘텐츠를 볼 기회를 놓치는 느낌이 나게 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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