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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700억대 인증서 시장, 기업들 왜 달려들까

  • 2020.06.02(화) 16:38

[공인 없는 인증서 시대]②IT·금융사, 인증 시장 진출
효율성 높이기 위해 내재화하거나 플랫폼 확대 전략

21년만에 '공인인증서'가 사라진다. 공인인증서는 온라인 상에서 안전하게 금융거래, 행정 업무, 온라인 쇼핑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입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온라인 상에서 사라져야 할 적폐가 됐다. 결국 정부에서 인증해준 '공인' 역할을 하는 인증서는 시장에서 사라지게 됐고 자율경쟁이 시작됐다. 자율경쟁으로 인증서 사용자를 끌어모이기 위한 기업들의 서비스 품질 경쟁도 시작된다. 21년만에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그간 인증서 시장을 독점했던 공인인증서가 사라지면서 인증서 시장에도 자율경쟁 문이 열렸다. 국내 전자인증서 시장 규모는 700억원대에 불과해 매력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국내 IT 및 금융업계는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기업들은 700억원 규모로 크지 않은 시장에 왜 진출하는 것일까.

>> 관련기사: '공인' 없는 '인증서' 시대 열린다
편의·보안 갖춘 '블록체인' 인증서 통해 플랫폼 구축한다

금융서비스에 필수, 인증서비스

금융실명제로 인해 사용자는 금융상품 가입이나 금융거래 시 본인인증을 해야하고 금융사는 안전한 금융 생활을 위해 강력한 보안 시스템이 필수다. 그간 금융업계는 이를 위해 공인인증서를 도입했지만 금융고객들은 공인인증서의 불편한 절차 때문에 보다 편리한 인증 및 보안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은행연합회와 카카오페이 등 금융기관이 인증서비스에 나서게 된 이유다.

가장 먼저 공인인증서를 걷어낸 곳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였다. 사용자들은 간편한 인증 절차를 경험한 후에는 카카오의 금융 서비스는 편리하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고객 확대에 성공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인증서와 본인인증은 금융사업을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자체 내재화하기로 했던 것"이라며 "이용자 편의성도 높일 수 있고 사업적 확대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2017년 자체 인증서를 출시하고 2018년 3월 카카오페이 인증은 업계 최초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공인전자문서 중계자로 지정받았다. 그해 20개 보험사와 인증서비스 협약을 맺고 현재 행정·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금융기업의 각종 전자문서를 받아볼 수 있도록 진화해 나가고 있다. 

카카오 외에도 은행연합회는 삼성SDS와 '뱅크사인'을 2018년 출시했으며 KB국민은행은 사설인증서 'KB모바일인증서'를 연내 모든 계열사 연동 인증을 추진한다. IBK기업은행도 자체 사설 인증 'IBK모바일인증서'를 구축했다.

본인확인기관인 통신·카드사, 빠르게 진출

통신3사의 '패스(PASS)'는 인증서 시장에서 가장 많은 이용자를 확보했다. 통신3사는 이미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돼 패스를 비롯한 모바일 신분증 등 본인확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기업은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됐다. 하지만 카드사나 통신사, 신용평가회사 등 일부 기업들은 본인확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주민번호 수집이 가능하다. 카드사, 통신사, 신용평가사들은 사용자의 본인확인을 한 후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통신3사는 빠르게 민간 인증서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 2018년부터는 공동 브랜드 '패스'를 통해 '패스 모바일 운전면허 확인', '패스 간편 로그인'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 2018년 방통위로부터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았던 카드사 7곳도 현재 본인확인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향후 카드사들도 서비스를 확대해 전자서명 기능이 포함된 인증서 사업 진출 가능성도 높아진 셈이다. 

플랫폼으로 확대 기대

인증서비스 시장 진출의 가장 큰 목적은 인증 플랫폼을 통한 사용자 확보다. 플랫폼은 사용자와의 접점을 넓힐 수 있는 길이며 플랫폼을 가지지 못한 기업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기회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온라인 기반의 다양한 서비스를 끝없이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사용자와의 접점이 높은 플랫폼을 보유한 덕분이다. 

SK텔레콤은 패스를 기반으로 통합 모바일 인증 플랫폼 전략을 세우고 있다. 본인 확인 서비스를 통해 공공기관의 온라인 서류발급 신청, 금융거래, 계약서 전자서명 등 다양한 인증 서비스로 제공하고 향후 비대면 계좌 개설, 자동이체 전자서명, 보험, 전자상거래 서비스 등 금융 서비스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단순히 인증서비스 제공을 넘어 민감한 개인 정보를 담고 있는 금융 및 공공기관의 전자문서를 받아보고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네이버는 디지털 인증 인프라 및 노하우 등을 자체 브라우저인 웨일 브라우저에 탑재해 인증 기술 분야에 최적화된 브라우저를 선보여 사용자들을 웨일로 끌어모으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향후 네이버 외 다양한 웹사이트에서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할 시, 한층 보안이 강화된 2중 보안 장치로 인증 서비스를 활용할 예정이다"라며 "현재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서비스는 약 2만5000곳에 적용하고 있으며 인증서가 적용되면 온라인 생활 전반에서 한층 향상된 보안성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김민정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존 공인인증서로만 제공받을 수 있었던 서비스를 IT 기업이 자체 개발한 인증서로 대체하면 입영통지서, 자동차 검사안내, 주차 및 속도 위반 과태료 등의 공지를 간편결제 플랫폼으로 받을 수 있고 결제도 플랫폼 내에서 가능해진다"면서 "아이디 기반으로 인증이 가능해지면 증권 및 보험 등도 빠르게 가입할 수 있게 되고 향후 고관여 금융서비스를 확장해 종합 자산 관리 플랫폼으로 진화할 수 있는 우호적 환경이 마련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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