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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스토리]외면받는 지상파방송 둘러싼 논쟁

  • 2020.06.11(목) 10:21

광고주·시청자로부터 멀어지는 지상파
'과도한 규제 vs 지상파 특수성' 다툼중
다양해진 플랫폼 속 미디어규제 고민할 때

[이미지=Pixabay]

지상파의 인기가 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습니다. OTT와 유튜브, 종합편성채널 등 다양해진 채널들로 방송 및 콘텐츠 시장에 경쟁이 치열해진 탓이죠.

떨어지는 인기와 함께 수익구조도 불안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광고수익은 갈수록 줄어들고 시청자들은 TV보다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도 하죠. 지상파 사업자들의 실적은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퀄리티 높은 콘텐츠를 제작해 다시 시청자들이 지상파 콘텐츠를 찾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쉬운 일이 아니죠.

지상파 악순환의 굴레

현재 지상파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상파의 능력있는 인재들은 좋은 조건과 새로운 시도를 위해 종합편성채널과 유료방송채널, 프로그램 제작사로 이직해 시청자들의 콘텐츠 선호는 지상파에서 다른 채널로 자연스럽게 옮겨 갔습니다. 최근에는 지상파 드라마보다 tvN이나 JTBC의 드라마들이 '웰메이드 드라마'로 꼽히기도 하죠.

시청자들의 외면은 광고 시장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에 지상파의 재정상황은 점점 악화됩니다. 광고주들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에 광고를 하고 싶어하죠. 재정상황이 좋지 않은 지상파는 콘텐츠에 투자할 여력이 점점 더 줄어듭니다. 수익을 내기 위해 드라마를 1, 2부로 나눠 광고하는 '유사 중간광고'도 하고 과도한 PPL을 넣어 시청자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기도 합니다. 더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은 점점 더 요원해집니다.

광고주들은 왜 지상파를 외면할까

광고주들이 지상파를 외면하는 비율이 높아진 이유는 낮아진 지상파의 시청률 때문만은 아닙니다.

광고주의 선택지는 과거에 비해 굉장히 넓어졌습니다. 예전에는 가장 큰 광고효과를 누릴 수 있는 채널이 TV였죠. 하지만 지금은 유튜브, 인터넷 등 광고 플랫폼이 확대됐습니다. 또 과거에는 기업들이 잠재적 소비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이 광고 외에 한정적이었지만 지금은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직접 소비자와 소통합니다.

지상파TV 광고는 광고를 보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들이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등을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 기반의 광고는 다양한 효율 측정과 광고를 본 사람에 대한 분석, 타겟팅 광고도 가능합니다.

광고 내용도 유튜브나 온라인 광고가 훨씬 자유롭습니다. 유튜브나 네이버, 페이스북, 카카오 등도 자체 광고를 심의하지만 과도하게 문제가 있지 않는 이상 광고주의 재량에 맡깁니다. 하지만 TV 광고는 방송광고심의규정을 따라야합니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자유롭게 전달하고 광고 효율 측정과 분석이 가능한 온라인 기반의 광고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한 일입니다.

시청자도 외면하는 지상파

광고주로부터 외면받는 지상파는 시청자들과도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유튜브보다 재미없다'도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가 유튜브보다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지상파 방송사가 과거 방송 프로그램이나 최근 방송 프로그램 중 방송으로 내보내지 못했던 내용들을 최근 유튜브에 업로드하는데 꽤 인기가 많습니다.

유튜브보다 TV 방송이 재미없는 건 '방송심의'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방송심의는 과거부터 규정된 부분이 많아 시대에 뒤떨어지는 부분도 있고 무엇보다 불특정 다수가 본다는 것을 고려해 '자극적인' 부분을 많이 덜어내야 합니다. 또 시청자들이 다른 채널에 비해 지상파에 요구하는 기준도 높습니다.

개그맨 박성호가 개그콘서트 폐지 관련, 한 매체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러한 표현을 했습니다. "지상파에서 개그하는 것은 '건강한 맛'일 수 있으나 '맛이 없다'는 평을 받을 수 있다".

한 방송업계 관계자는 "최근 종편에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우승한 가수들을 자사 프로그램에 다시 출연시키는 등의 연출을 하지만 지상파에서는 꿈도 못 꾼다"면서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가수들을 해당 채널 프로그램의 주요 출연자로 재출연하면 해당 가수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을 받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지상파가 가진 공공성

지상파는 왜 이렇게 과도하게 엄격해야 할까요. 바로 공공성을 띄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상파 방송사는 공공재인 주파수를 무료로 사용해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전달합니다. 그래서 이론적으로는 TV 안테나만 설치하면 누구나 쉽게 시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적으로는 난시청 지역이 많아 TV 안테나만 설치해선 안되니, 울며겨자먹기로 월사용료를 내고 유료방송에 가입하는 가구가 많습니다.

또 지상파가 방만한 운영을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상파 방송사는 몇 십년간 독과점 사업자 지위를 누렸습니다. 그동안 조직도 비대해지고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구조로 커왔습니다. 스스로의 변화에는 뒤로한 채 상황이 어렵다고 호소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토로에 손을 들어주는 이가 많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른 플랫폼에 비해 진흥은 없고 과도한 규제만 있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지상파의 영향력은 기타 방송 채널, 유튜브, SNS, 인터넷 등으로 많이 이전됐는데도 여전히 지상파의 파급력이 높다는 인식으로 인해 과도한 규제가 적용된다는 지적이죠. 오히려 최근엔 TV를 없애는 가정은 늘어나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유야 어쨌든 이제는 지상파 방송뿐 아니라 여러 방송 플랫폼의 역할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봐야 할 시기입니다. 지상파, 종편 등 여러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유료방송, OTT 등 다양하게 성장하고 있는 미디어시장에서 플랫폼별 다른 잣대로 규제하는 것이 맞는지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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