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과 OCN·엠넷 등 방송채널을 보유한 콘텐츠 제작사 CJ ENM과 종합유선방송(SO) 사업자 딜라이브가 방송 프로그램 사용료 인상을 놓고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CJ ENM이 딜라이브에 사용료를 올려주지 않으면 방송 송출을 중단하겠다는 이른바 '블랙아웃'을 통보하자 딜라이브는 무리한 요구라며 맞서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이 재편되는 가운데 방송 플랫폼과 채널간 주도권 다툼이 돌출되는 형국인데 자칫 시청자 피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유료방송 업계에 따르면 CJ ENM은 딜라이브에 오는 17일 tvN과 OCN, 엠넷, 투니버스 등 총 13개 채널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CJ ENM의 송출 대행사 CJ파워캐스트는 13개 채널의 디지털 수신기를 회수할 방침이다. 이렇게 되면 약 200만명의 딜라이브 가입 시청자들이 CJ ENM 채널을 볼 수 없게 된다.
앞서 CJ ENM은 올 3월 딜라이브에 공문을 보내 자사 콘텐츠 프로그램 사용료를 전년보다 20% 올려줄 것으로 요구했다. 프로그램 사용료는 플랫폼 사업자인 SO가 CJ ENM과 같은 채널 제공 사업자에게 지불하는 수신료다.
CJ ENM은 딜라이브가 지난 5년간 내야하는 프로그램 사용료를 동결한 것을 들어 이번에 20% 인상안을 제시했다. 이에 딜라이브가 응하지 않자 블랙아웃 경고라는 초강수를 띄운 것이다.
이와 관련 CJ ENM 관계자는 "매년 관행이라는 이유로 콘텐츠는 선공급하고 대가는 그해 말에 정산 받는 불공정한 행태를 바로 잡기 위해 올해부터 프로그램 공급을 위한 계약 협의 기한을 3월말까지 요청했었고 코로나19 특수 상황을 감안해 6월까지 연장해 협의해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딜라이브와 6월23일까지 협의 기한을 두고 공급 계약 합의를 위한 수차례 협상을 지속했으나 무성의한 태도로 인한 기한 내 미합의에 따라 공급을 종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딜라이브는 CJ ENM으로부터 받아야할 홈쇼핑 송출 수수료가 작년 하반기부터 일방적으로 깎이면서 그만큼 받지 못한 미지급금을 상계한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딜라이브에 따르면 CJ오쇼핑(CJ ENM과 2018년 합병한 홈쇼핑 업체)은 작년 7월부터 딜라이브에 내는 송출 수수료를 일방적으로 20% 인하해 지급하고 있다.
딜라이브 입장에선 CJ오쇼핑으로부터 받을 송출 수수료가 깎인 만큼 CJ오쇼핑과 한 회사인 CJ ENM에 지급할 프로그램 사용료를 동결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딜라이브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청자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 갑자기 20%의 과도한 사용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딜라이브는 가입자 200만명의 수도권 최대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다. 양측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자칫 딜라이브 가입자가 CJ ENM 채널을 못 보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우려된다.
전국개별SO발전연합회는 양측의 갈등이 개별SO 전체로 확대될지 주목하고 있다. 개별SO는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방송 수신료 매출과 가입자가 모두 역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콘텐츠 사업자의 일방적인 요구가 개별SO를 또 다른 위기로 몰아넣지는 않을까 두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 5년간 개별SO의 수신료 매출과 가입자 모두 감소했고 그 감소분에도 불구하고 SO는 수신료를 삭감하지 않고 보존함으로써 실효적으로는 인상을 해왔다"며 "그동안 CJ ENM은 과거에 없던 IPTV로부터의 추가적인 수신료를 받아왔으며 결과적으로 CJ ENM의 총 수신료 수익은 성장했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9일 CJ ENM, 딜라이브 실무자가 참석하는 회의를 열고 두 회사에 대한 중재에 나설 계획이다. 과기정통부는 이번 회의에서 양쪽의 프로그램 송출 수수료 분쟁의 중재를 시도하되 방송법상 시정명령이 가능한 '정당한 사유없이 시청자의 이익을 현저하게 저해하는 경우'에 해당하는지 살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