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스피커의 전원이 갑자기 들어오지 않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40-50대 이상인 분들은 제품설명서를 먼저 찾는다고 합니다. 그보다 조금더 젊은 세대는 네이버에 'AI 스피커 전원이 들어오지 않을 때'를 검색합니다. 10-20대는 유튜브에서 'AI 스피커 사용법'을 검색해 영상으로 사용법을 터득합니다.
동일한 문제에 부딪혔을 때 세대별로 각자 다른 해결 방법을 찾아봅니다. 제조사에서 제공한 종이 설명서를 통해, 나와 같은 경험이 있는 블로거가 작성한 글과 이미지를 통해, 사용방법이 나온 유튜브 영상을 통해서죠.
디지털의 등장, 우리의 사고방식을 바꿨다
인터넷이 등장하기 전 우리가 주로 정보를 얻는 방법은 책, 신문, TV 등이었습니다. 물론 TV가 영상 매체이긴 하지만 책, 신문 등 문자 기반의 정보가 훨씬 많았죠.
인터넷이 등장하고 난 뒤, 우리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다양해졌습니다. 인터넷에서도 처음에는 문자 위주의 정보가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인터넷 용량과 속도가 빨라지면서 이미지나 동영상을 통한 정보 공유가 늘어났습니다. 이제는 문자보다 영상이 대세가 됐습니다.
이는 단순히 정보를 얻는 방법의 변화를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세대마다 달라지고 사고의 방식도 변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를 다룬 책 '디지털 디바이드'의 저자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NIA) 연구위원은 "디지털 네이티브들이 답을 구하는 방식은 이전 세대와는 달라졌다. 또 사고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도 보인다. 요즘 아이들은 깊은 사고보다는 순발력이 뛰어나다. 선형적 사고 패턴이 아니라 키워드 중심으로 현상을 이해한다. 깊게 보기보다는 넓게 본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가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바꾸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습득하는 방법을 변화시키고 사고 방식의 변화도 가져온 셈입니다.
서로 다른 사고를 가진 세대의 공존, 겪어보지 못한 사회
사고 방식이 문자에서 동영상 기반으로 변하고 있는 것은 지금껏 겪어보지 못했던 상황입니다. 인터넷이 등장한 건 이제 겨우 20∼30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죠. 사고 방식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공존하고 있는 사회인 것입니다.
동영상 중심의 정보를 얻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들이 만드는 디지털 서비스에 문자를 중심으로 정보를 얻었던 이전 세대들이 더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지난해 학술지 '비판사회정책'을 통해 발표된 논문 '고령자 정보격차의 또 다른 위험, 정치참여의 소외(저자 최혜지, 최혜진)'에 따르면 '수직 문화와 일방향적 소통구조에 익숙한 고령자에게 수평적 문화와 쌍방향적 상호작용에 기반한 정보화 체계는 새로운 사고 방식을 요구한다. 따라서 장년기 이후 정보화에 노출된 고령세대는 정보화 체계에 적합한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에 익숙하지 않고 정보 취약계층으로 남게 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결국 고령층이 디지털 기기와 서비스를 잘 다루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익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기기와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의 사고 차이 때문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디지털 정보 격차, 교육으로 해결될 수 없어
디지털 기기 사용법을 모른다고 해서 천편일률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만으론 디지털 정보 격차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또 서로 다른 사고를 가진 세대가 한 사회에 공존하다보니 같은 정보를 보더라도 이를 받아들이고 해석하는데 차이가 있죠. 세대간 갈등이 그 어느때보다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정부에서는 디지털 포용을 위해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될 수 없는 이유입니다. 기업이 사회 공헌 차원에서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해 기기 지원이나 어르신을 위한 스마트폰 교육만으로 격차를 줄일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디지털 정보 격차는 눈에 보이는 '기기와 서비스 사용의 어려움'보다는 그 내막에 더욱 복잡한 원인과 배경이 얽혀 있습니다. 디지털 사용법을 가르치는 교육보다 디지털과 사람에 대한 보다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편리했던 디지털의 역설,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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