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정보격차' 문제를 취재하며 [디지털, 따뜻하게] 연재 기사를 쓰고 있는 비즈니스워치 기자들은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면 과연 얼마나 불이익을 받을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두명의 기자가 직접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떠났습니다.
한명(김동훈)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이른바 '디지털 프리(Digital Free·디지털 활용하지 않기)'로 겁없이 도전했습니다. 다른 한명(이유미)은 평소처럼 스마트폰을 한손에 들고 산뜻한 발걸음으로 제주도를 돌아다녔습니다.
제주 여정의 첫번째 관문 김포공항에서의 항공권 구매부터 렌트카 및 숙박 예약, 음식 주문 등을 이들 기자가 디지털 유무 상태에서 비교체험 해봤습니다. 이 기간 동안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준수했습니다.
◇ 숙소 근처 횟집 방황 Vs 모바일앱 간단 주문
비교 체험의 마지막 미션은 숙소에서 생선회를 주문해 먹기입니다. 제주에 왔으니 회와 해산물을 먹고 가야겠죠. 이번에도 룰은 비슷합니다.
한명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의 도움없이 숙소 근처의 횟집을 직접 찾아가 먹을 만큼의 회를 사오는 것이고, 다른 한명은 숙소에서 모바일앱으로 배달 주문을 하는 것입니다. 누가 빠른지 비교해 봤습니다.
길찾고 주문, 기다리니 한시간 훌쩍
전날 편의점에서 대충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다보니 자주 허기가 졌습니다. 마지막 미션은 성대한 생선회 파티로 마무리하기로 했습니다. 미션 수행을 하기 위해 숙소 밖으로 무작정 나왔습니다. 근처 횟집을 찾기 위해서 입니다. 물론 스마트폰 등 디지털의 아무런 도움 없이 찾아야 합니다.
사거리가 보입니다.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가야할 지 막막했습니다. 둘러보니 오전에 버스를 탔던 병원, 끝이 안 보이는 큰 길, 커피숍과 편의점이 보이는 곳,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파트와 마트들이 모여 있는 주택 단지로 크게 구분됐습니다.
병원 방면은 환자와 보호자가 선호하는 한식당이 있을 것이라 추측했습니다. 큰 길은 얼마나 걸어가야 횟집이 나타날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커피숍과 편의점 쪽은 전날 가봤기에 횟집이 없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답은 나왔습니다. 주택 단지 부근은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횟집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인터넷으로 검색했으면 맛집을 금방 찾았을텐데, 이런 일종의 추리 과정을 거쳐야 했습니다.
점찍은 방향으로 조금 걸었더니 운좋게도 곧바로 횟집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명탐정 코난이 된 기분을 뒤로 하고 횟집에서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회를 주문하고 회 뜨는 과정을 한참 기다리다 포장된 음식을 들고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도착해서 시간을 보니 어느덧 한시간이나 시간이 흘렀습니다. 숙소에는 다른 기자가 배달앱으로 주문한 회가 이미 도착해 놓여져 있었습니다. 역시 비교체험 마지막 미션까지 '디지털 프리'의 완벽한 패배였습니다.
모든 것을 완료하니 피로가 몰려왔습니다. 문뜩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횟집 주인 아들이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깻잎과 상추 따위를 나르는 등 일을 도와주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게임하고 TV를 볼 법도 한데, 참 대견했습니다. 그나마 스마트폰으로 주문했다면 보지 못했을 인간적이고 따스한 풍경이라 생각하고 미션을 마쳤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음식 배달 주문을 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근처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 직접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모바일앱 지도상에서 위성항법장치(GPS)를 켜고 메뉴를 설정하면 내 주변에 해당 음식점들이 주루륵 나옵니다. 맛집을 찾기 위해 이용자들이 매긴 별점이나 리뷰 등을 꼼꼼히 읽어 보느라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가까운 식당 중 별점이 4.5점 이상인 식당을 골라 메뉴를 주문합니다. 그리고 미리 앱에 등록된 카드로 결제를 합니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이 5분이 넘지 않았습니다.
전화 주문으로도 할 수 있었지만, 전화 주문보다 앱 주문이 더 편리한 이유는 메뉴 구성과 가격을 자세하게 확인하고 천천히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앱에서는 주문 후 배달되기까지 40-50분이 걸릴 수 있다고 나와 있었지만 주문 후 30분이 지나자 도착했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음식이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도 디지털이 이겼습니다.
디지털 극과극 비교체험 에필로그
소외층 불편함·불이익 새삼 환기
스마트폰이란 필수품 없이 제주란 낯선 공간을 돌아다녀보니 힘든 점이 많았습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스마트폰이 없던 10여년 전의 세상으로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지금에야 한 손에 스마트폰 지도앱을 켜고 실시간으로 나의 위치를 파악하면서 버스나 지하철의 대중교통 수단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으나 그 시절(?)에는 길치·방향치가 자유롭게 돌아 다니기 어려웠었죠. 친절하게 목적지를 안내해주는 지도앱에 익숙해지다보니 종이로된 관광 지도 같은 '올드'한 길찾기 수단은 해독하는 것만도 어려웠습니다.
디지털 수단 없이 길을 찾는 것은 순전히 '감'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자동차를 운전할 때 종이로된 지도를 펼쳐 놓고 길을 찾는 것은 너무도 위험했습니다. 눈으로 두리번 거리며 운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울러 다치거나 탈이라도 나서 인근 병원 응급실을 찾을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었다면 앞이 깜깜해졌을 겁니다. 길을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스마트폰 지도앱이나 내비게이션앱 없이 돌아다니기는 너무도 힘들 겁니다.
디지털을 활용하면 확실히 모든 생활이 편리하고 빠르고 더 저렴했습니다. 디지털이 가진 이점이죠. 하지만 그 생활에 너무 익숙해지다보니 디지털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불편함과 불이익은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디지털 프리와 디지털 활용 비교 체험을 통해 디지털을 활용하지 못하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죠.
우리의 모든 생활과 사회가 디지털화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디지털이 어렵게 느껴진다고 해서 계속 디지털을 멀리할 수는 없었습니다.
제주도 디지털 프리 생활을 통해 경험했듯이 나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도 결국 디지털을 이용해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죠.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앞서 항공권을 사고 렌터카를 이용할 때도 디지털을 이용하지 않을 경우 크게 3배나 비쌌고, 실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까지 훨씬 많은 시간이 들었습니다.
디지털은 이제 바꿀 수 없는 흐름이 됐습니다. 디지털을 통해 많은 편리함과 혜택을 누리고 있고 그 이점을 버릴 수는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 혜택을 누리는 만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조금은 더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극과극 비교 체험기 시리즈 끝]
▷편리했던 디지털의 역설, '디지털, 새로운 불평등의 시작'
http://www.bizwatch.co.kr/digitaldivi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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