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가 기존 보다 30% 저렴한 5세대(5G) 신규 요금제를 나란히 내놓으면서 요금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부의 가계통신비 경감 정책 기조에 맞춰 서비스 1년 반 정도된 5G 서비스 요금을 자발적으로 내리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반길만한 소식이나 실제로 할인 혜택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일부 요금제는 선택약정이나 가족결합 할인 등 다른 할인 혜택을 적용할 수 없다는 점에서 기존과 별다른 차이가 없어서다.
◇ KT 시작 줄줄이 5G 요금 낮춰
KT가 지난해 말 월 4만원대 5G 신규 요금제를 내놓은 이후 이통사들의 요금 인하가 줄을 잇고 있다. 이통사들은 2019년 4월에 5G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요금을 보통 월 최저 5만원대(청소년 요금제 제외)로 책정했는데 1년 반만에 이보다 낮은 월 3만~4만원대 신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KT가 가장 먼저 요금을 낮췄다. 작년 10월 월 4만5000원에 데이터 5GB(기가바이트)를 제공하는 '5G 세이브'를 내놨다. 아울러 이보다 데이터 용량이 한단계 위인 6만9000원(110GB)의 '5G 심플'을 출시했다.
이들 요금제에 25% 선택약정 할인을 적용하면 각각 3만3750원, 5만1750원으로 요금이 줄어든다. 5G를 최저 3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LG유플러스도 오는 29일 2개의 신규 요금제를 내놓을 계획이다. 각각 월 4만7000원(6GB)과 5만5000원(12GB)이다. 이 가운데 최저 요금제인 4만7000원에 선택약정을 적용하면 3만원대로 떨어진다.
SK텔레콤은 새로운 중저가 요금제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 요금제는 온라인 전용이다. 일반 대리점이 아닌 온라인 사이트에서만 가입할 수 있는데 마케팅 비용을 줄인 대신 요금을 기존보다 30% 낮춘 것이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온라인 전용의 5G와 LTE 요금제 총 여섯 가지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5G 신규 요금제는 월 3만8500원(9GB), 5만3000원(150GB), 6만2000원(무제한)으로 구성된다. LTE는 월 2만2000원(1.8GB), 3만5000원(5GB), 4만8000원(120GB) 세 가지다.
◇ 선택약정 적용 꼼꼼히 확인해야
이통사들의 신규 요금제는 기존보다 저렴하게 책정됐으며 일부는 선택약정 할인 혜택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다만 SK텔레콤이 내놓을 온라인 전용 요금제는 선택약정을 비롯해 가족결합과 멤버십 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이 요금제는 무약정 기반인 만큼 보통 2~3년 동안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혜택을 받는 선택약정이라던지 단말기 공시지원금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가족결합 할인에서 제외되고 이통사가 제공하는 멤버십 할인 혜택도 없다.
이로 인해 기존 요금보다 30% 가격을 낮춘다 해도 25% 선택약정이나 최대 30%의 가족결합, 멤버십 혜택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할인액이 적거나 혜택이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한다.
다만 통신 요금을 약정 제한 없이 자유롭게 바꾸고 싶어하거나 가족 결합이나 멤버십 할인을 활용하지 않는 소비자에겐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 SKT 신규 요금제, 알뜰폰과 직접 경쟁
관련 업계에선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가 알뜰폰과 비슷한 판매 방식인데다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자칫 알뜰폰 시장을 고사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SK텔레콤의 신규 요금제는 알뜰폰보다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이 신고한 월 3만8500원의 5G 요금은 SK텔레콤의 알뜰폰 자회사 SK텔링크의 5G 최저 요금(월3만9600원)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보통 알뜰폰 사업자는 통신사로부터 망을 빌려 가입자를 유치한다. 통신사들이 새로운 요금제를 내놓을 경우,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재판매한다. SK텔레콤은 이번 신규 요금제를 알뜰폰 업계에 도매제공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 알뜰폰 업계에선 성명을 내고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들의 모임인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는 지난 6일 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의 언택트 상품에 대한 조속한 도매제공과 도매제공대가 조정이 없을 경우, 알뜰폰의 경우 5G 시장은 진입도 못 할 뿐 아니라 LTE의 경우는 기존 가입자의 이탈이 급속히 진행될 것으로 심히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알뜰폰 사업자의 시장경쟁 기회를 박탈하는 경쟁 제한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규상품에 대한 도매제공 기본원칙 조속 정립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