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신약이 총 55개로, 최근 30년 사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세에 있었던 2022년 대비 약 50% 늘었다. 고금리로 투자가 위축된 상황 속에서도 신약 승인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신약 개발과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4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FDA 의약품평가연구센터(CDER)는 신물질신약(NME) 38개, 바이오신약(BLA) 17개 등 총 55개 신약을 허가했다.
이는 지난 2022년 37개 대비 약 50% 증가한 것으로, 지난 10년간 연평균 승인 신약 건수(46개)보다 많은 것이다. 또 1994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30년 간 승인 건수를 비교했을 때 지난해는 2018년 59개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은 신약이 승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 승인기업 중에서는 화이자(Pfizer)가 편두통치료제 '재브즈프레트',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 '리트풀로',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포함해 총 6개 신약이 허가를 획득하면서 지난해 가장 많은 신약을 승인받았다.
적응증별로 살펴보면 항암제가 13개로 전체의 24%를 차지했다. 신경과질환(Neurology) 분야는 9개(16%)의 승인을 받아 2위에 올랐는데 여기에는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도 포함돼 있다.
레켐비는 경도 인지장애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856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에서 알츠하이머 진행을 억제시킨 것으로 확인되면서 지난해 큰 관심을 받은 치료제다. 앞서 2021년 FDA가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조건부허가를 한 바 있지만 해당 약물은 인지기능 저하를 억제하는 기전으로, 근본적으로 증상을 완화해주는 치료제로 보기는 어려웠다.
레켐비는 임상3상 결과에서 2주마다 레켐비를 투여 받은 군에서는 79주차까지 인지기능 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뇌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위약군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가 감소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FDA는 지난해 1월6일 정식 승인을 했고, 개발사인 에자이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도 지난해 6월 품목 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55개 신약을 모달리티로 구분해보면 저분자신약이 34개, 바이오신약이 17개,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가 4개였다. 저분자신약의 경우 31개의 비펩타이드성 저분자신약과 2개의 펩타이드성 저분자신약, 1개의 방사선의약품이 포함됐다.
바이오신약은 8개의 단일클론항체(mAb), 4개의 이중특이항체(Bi-specific), 3개의 효소 치료제, 융합단백질과 호르몬 각각 1개 등 총 17개였다. RNA를 원하는 표적 분자를 찾아가 달라붙도록 만드는 RNA압타머 신약이 사상 두 번째로 승인을 받았고 이를 포함해 총 4개의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기반 치료제가 허가됐다.
CDER의 55개 승인 신약과는 별도로 FDA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에서는 2023년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백신 2종, 당뇨병 세포치료제(Lantidra), 크리스퍼(CRISPR) 유전자치료제(Casgevy), 경구용 마이크로바이옴치료제(Vowst) 등 여러 '최초' 승인 바이오의약품을 승인하며 새로운 신약 기술의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지난해 FDA의 신약 승인 건수가 급증한 것은 2022년에 지연된 신약 승인 상황이 일부 반영된 결과일 수는 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신약 승인 추세로 돌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현재의 고금리, 투자와 상장 감소 등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신약 승인 증가는 투자자와 신약 개발 기업들에게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자극이 되고 분명 신약개발 생태계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