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친(親) 가상자산' 태도를 취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이 일제히 상승했다.
6일(현지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의 텃밭인 중남부에 이어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주 등에서도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를 이겨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애초 두 후보가 팽팽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으나 개표 후 빠르게 트럼프가 우세를 점하면서 판세를 굳혔다.
이에 가상자산 시장은 오랜만에 전 종목이 상승하는 등 환호했다. 비트코인은 8% 가량 올라 가뿐하게 1억원을 넘겼고 도지코인(DOGE), 봉크(BONK) 등 밈코인은 20% 넘게 급등했다. 이더리움(ETH), 솔라나(SOL), 리플(XRP) 등 주요 알트코인도 상승세에 동참했다.
다만 개표 전부터 이른 축포를 터뜨리며 오름세를 이어갔던 시장은 오히려 트럼프의 당선 확실 소식에 다소 조정을 받았다. 트럼프의 당선 연설 이후 비트코인은 당일 고가에서 4~5% 가량 하락했고, 도지코인은 10% 이상 떨어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급격한 변동성이 최소 2~3일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대했던 트럼프가 당선됐지만 단기 급등에 따른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유동성 공급업체 오르비트마켓츠의 캐럴라인 모렌은 “옵션시장에서 투표 다음 날 비트코인 가격이 어느 방향으로든 8%가량 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7일(현지시간) 이후는 변동성에 대한 프리미엄이 두드러지지 않아 변동성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EC 수장 짤릴까…세부 정책은?
가상자산 시장과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승리에 환호하는 것은 그가 다소 과격한 시장 친화적 공약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가상자산에 엄격한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수장 게리 겐슬러 위원장를 해고하겠다고 공언했다. SEC는 가상자산 재단들과 증권성,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의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트럼프는 또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며 비트코인 준비금 설립도 약속했다. 앞서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 참석해 "비트코인을 절대 팔지 마세요"라고 외쳐 시장의 뜨거운 환호를 받기도 했다.
이에 비해 해리스는 시장과 산업 육성에 대해 애매한 메세지를 전달해 업계와 투자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가상자산과 같은 혁신 기술을 장려할 것"이라면서도 "인공지능(AI), 가상자산과 같은 혁신 기술을 장려하는 동시에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의 스탠스가 친 가상자산은 맞지만 그가 시장과 산업의 발전방향과 세부정책에 대해 언급한 적은 없다. 가상자산 종주국 미국이 친시장 정책을 펼칠 것이라는 기대감과 별개로 실제 어떠한 정책들이 나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재정정책·금리 등 중장기 변수가 더 중요"
선거 판세 등 단기 변수에 시장이 출렁거리는 사이, 선거 이후 미국의 경제 상황과 정책 등 거시 변수들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상대적으로 가상자산에 친화적인 트럼프가 당선됐지만 재정 확대나 자국우선주의 등 근본적인 국가 정책의 방향은 사실상 양당이 크게 다르지 않고, 이러한 미국의 거시 경제 정책이 미시적 가상자산 정책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 가상자산 시장은 강한 규제보다 미국의 금리인하 등 유동성 확대에 더 크게 반응해 왔다.
일례로 이번 선거에서 두 후보 중 누가 돼도 유동성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트럼프는 감세를 공언했고 해리스는 재정지출 확대를 내걸었다. 방식은 다르지만 미국 정부가 어떻게든 시장 유동성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러한 시장정책은 금융은 물론 가상자산에도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식이든 코인이든 선거결과 등 단기 변동성에 베팅하기 보다는 정치 변화가 가져올 경제 등 거시적인 정책 변화에 집중해야 한다"며 "시간과 정도 차이가 있지만 누가 되든 규제와 진흥을 통해 시장은 성장할테니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