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가상자산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법인계좌 허용 방안에 대해 업계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단계적 허용 방침을 세운 가운데 국내 관련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투자가 아닌 사업 목적 가상자산 보유업체에 원화 계좌를 우선적으로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법집행기관, 학교 등 비영리법인의 원화 실명계좌가 가장 먼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법원 등 사법기관은 범죄 이익으로 몰수한 가상자산을 처분하고 학교나 사회복지기관 등도 기부금으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들 기관의 원화계좌는 이미 열려 있는 상태로 당장 오는 15일 예정된 금융위원회 가상자산위원회에서 별 이견 없이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검찰청은 지난달 자체 명의로 가상자산 매각과 원화 출금이 가능한 계좌를 국내 거래소에 개설했고 일부 복지기관도 거래소 계좌를 갖고 있다.
업계가 주목하는 것은 사업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법인에 대한 계좌 허용 여부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하는 가상자산사업자(VASP)나 플랫폼 기업들이 사업 과정에서 취득하거나 보유한 가상자산을 자유롭게 처분·관리할 수 있어야 업계가 활성화되고 산업이 성장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자에는 토큰 등 가상자산을 직접 발행하지 않고 가상자산 거래와 보관, 플랫폼에 가상자산을 접목한 거래소, 수탁기업,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 기업 등이 해당된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국내에서 회계 처리와 현금화가 어려워 해외 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직접 처분하는 경우도 많다.
업계 관계자는 "법인 거래가 허용이 안되니 가상자산거래소는 보유한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을 처분하지 못하고, 블록체인 플랫폼업체는 계좌가 없어 회계 처리와 수수료(가스비) 지급이 힘들어 아예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가고 있다"며 "사업 목적이 검증되고 투명하게 관리되면 법인 계좌를 열어줘야 국내 관련 산업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 단계인 투자 목적 법인계좌 허용은 이른 시일내에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기업과 금융사 등 일반법인이 투자를 위해 가상자산을 보유하거나 매매하는 것은 시장 과열, 증시자금 이탈, 기업 재무 건전성 등 이슈가 발생할 수 있어 당국이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비트코인 전략자산 비축에 속도를 내고 전세계적으로도 가상자산 수요가 늘고 보유가 폭넓게 허용되면 당국의 스탠스도 빠르게 선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안에 가상자산 투자 목적 법인계좌까지 열리는 게 업계의 희망사항이지만 관련된 제도 정비와 자금 이동 문제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하지만 시기가 늦어질수록 국제적인 흐름에 뒤쳐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