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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뜨겁게 달아올랐던 코인 시장이 이달 들어 빠르게 식고 있다. 미국의 유동성 축소 우려 등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세와 거래가 급격히 줄었다.
14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이달 일평균 거래대금은 거래소별로 지난해 연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엑스알피(XRP) 시세 폭발 등으로 일거래금액이 10조원을 넘겼던 업비트는 최근 5조원 정도로 줄었고, 빗썸도 한창 때 4조~5조원에 육박했지만 2조원대로 급감했다.
가상자산 뉴스와 데이터를 제공하는 더블록의 집계에 따르면 이러한 국내 거래량 감소는 더 뚜렷이 확인된다. 지난 12월 5개 원화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118억8000만달러(약 17조3000억원)였으나 이달에는 하루 평균 58억달러(약 8조4000억원)로 절반 이상 급감했다.
이조차 지난 4일 미국의 관세정책에 대한 우려로 가상자산 시장이 폭락하는 '검은 월요일'에 거래량이 폭발했기 때문으로, 이 날 폭증한 거래량을 제외하면 실제 일평균 거래대금은 6조원대 수준이다.
가상자산 시세도 지지부진하다. 지난달 1억6000만원을 찍었던 비트코인(BTC)은 이달 들어 10% 가량 조정을 받고 거래량도 감소 추세다. 엑스알피도 현재 3700원대로 12월초 가격으로 되돌아갔고 거래량도 3개월래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밖에 밈코인을 비롯한 알트코인 대부분도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불장'에 뜨겁게 달아올랐던 가상자산거래소의 신규 상장 경쟁과 마케팅 열기도 식었다. 불장에 하루에 한 개 꼴로 신규 상장을 진행했던 빗썸은 이달 들어 4개만 상장했고, 업비트도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8개를 상장하는데 그쳤다.
거래를 늘리고 고객을 모집하기 위한 마케팅도 잠잠해졌다. 신규 상장에 따른 에어드랍 이벤트만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비트코인 증정, 수백억원 상당의 대규모 마케팅은 이미 시행 중인 것 외에는 새로 나오는 게 없다.
짧은 불장 이후 찾아왔던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침체기)'를 여러 차례 겪었던 가상자산거래소들은 다시 거래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신중모드로 돌아섰다.
가상자산거래소 한 관계자는 "최근 미국 유동성 축소 위기로 시장이 움츠러 들었지만 금리인하가 재개되고 국내도 법인투자 허용 등 제도가 개선되면 다시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면서도 "선두 거래소를 제외하면 시장이 안 좋을 때 대부분 사업자들은 수익을 내기 힘들어 얼마전부터는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자제하고 시장 상황을 지속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