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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그게 그렇게 억울하십니까?

  • 2014.07.21(월) 16:24

강원국의 '직장인의 말하기·글쓰기'(5)
억울한 회장을 위한 변명

회장이 거나하게 취했다.
“강 상무, 회장이라고 마냥 좋을 것 같지? 억울한 게 회장이야.”
“뭐가 억울하신데요?”
“내가 모르는 줄 알아? 나 없는 데서 내 욕하는 거. 하지만 회장에게는 해명할 기회가 없잖아. 늘 일방적으로 당하는 거지.”

듣고 보니 그럴 법도 하다.
한 부서 안에 대리와 과장이 있다고 하자. 대리가 한 일이 미진하다고 생각하면 과장이 묻는다. 그러면 대리는 여차저차 해서 그렇다고 설명한다. 해명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는 과장과 차장, 차장과 부장 사이에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과장은 차장에게, 차장은 부장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해시킬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 반대 방향은 성립이 안 된다.
과장은 ‘차장의 생각이 이럴 거야.’ 일방적으로 추측한다. 차장은 ‘부장이 어떤 의도로 저런 일을 하고 있어.’라고 판단한다. 윗사람은 모른다. 아래에서 무슨 생각과 판단을 하고, 무슨 불만이 있는지. 물어보지 않으니까. 당연히 해명과 변명의 기회도 없다. 하물며 정점에 있는 회장은 오죽 하겠는가.

술자리가 길어져 회장이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가 됐다. 기사와 함께 부축하고 차에 태우려는 순간, 회장이 푸념인지 하소연인지 모를 한마디를 내뱉는다.

 

“나도 직원들에게 혼나고 싶어.”

억울한 게 하나 더 있는 것이다.
회장만 죽어라고 일한다. 그게 억울하다. 자기도 쉬고 싶다. 그런데 회장만큼 고민하는 직원이 없다.
회장도 태어날 때부터 일벌레는 아니었다. 문제는 직원들이다. 하는 짓을 보면 마음이 안 놓인다. 못미더우니 사사건건 관여한다. 참견하면 할수록 직원들은 회장님 입만 쳐다본다.

 

겉으로 보면 일사분란하고 매끄럽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회장은 역시 내가 나서야 일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바삐 움직인다. 회장이 종횡무진 하니 직원들은 더욱 더 회장만 바라본다. 그래서 회장도 직원들에게 혼나고 싶단다. ‘회장님, 일을 그 정도 밖에 못하시겠습니까. 제가 한번 보여드려요?’

회장 혼자 보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회장 차 앞좌석에 앉았다.

“화내는 놈들이 없어.”

회장이 세 번째 억울함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회사생활에서는 화가 나야 정상이다.
뭔가를 잘해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해 스스로에게 내는 화, 몸담고 있는 조직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안타까워 내지르는 화, 이 모두가 발전을 위한 좋은 에너지다.


모든 게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화낼 일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십중팔구 열정이 사그라졌거나 무사안일, 적당주의 함정에 빠진 사람이다. 고상한 사람이라 화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아마도 그 사람은 눈에 뻔히 보이는 문제를 보고도 외면할 사람이다.

무엇인가 개선하고 발전하려는 조직에서 어떻게 화낼 일이 없을 수 있는가? 아무도 화내지 않는 조직, 그것은 역동성을 잃어버린 조직이다. 심하게 얘기하면 죽은 조직이다. 적어도 살아있는 조직이라면 큰소리도 나고 때로는 격한 논쟁도 벌어져야 한다.

화내는 것은 회장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선과 발전의 열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를 낼 수 있고, 화내야 한다. 그런데 어찌하여 회장만 화를 내고, 회장만 나쁜 사람이 되어야 하느냔 말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회장이 자초한 일이다. 억울해 할 일 아니다.
첫 번째 억울함부터 보자. 직원들이 독심술을 배워 회장님 속을 들여다 볼 순 없지 않은가? 왜 직원들이 묻기를 기다리나? 먼저 물어보지. 그리고 변명이건 해명이건 하면 될 일이다. 그게 소통이란 것이다.

두 번째야말로 억울해도 싸다. 잘못된 리더십의 문제니까. 켄 블랜차드(Ken Blanchard)의 유명한 책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에 이런 말이 나온다. ‘도망가는 죄수를 잡는 스포트라이트처럼 잘못한 것에 집중하여 그것을 강조하면 할수록 더욱 잘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부정적인 힘만 키운다.’ 길게 얘기 않겠다.

세 번째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강요할 일은 아니다. 그저 회장의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니까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이고, 사람들이 ‘회장님, 회장님’ 하는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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