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업계가 맥주 가격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습니다. ‘언제 올리느냐’를 두고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작년 말 일부 술집 주인들은 주류 도매상으로부터 “맥주가격이 2016년 1월쯤 인상된다. 미리 물량을 확보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합니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미리 맥주를 사서 쟁여두라는 얘기입니다.
업계는 시기적으로도 인상할 때가 왔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른바 ‘3년 주기설’입니다. 주류업계는 2009년과 2012년에 맥주 가격을 인상했었습니다. 2012년에 이어 2015년에 가격이 오른 소주 가격도 이 ‘법칙’을 따르고 있습니다. 물론 이 ‘3년 주기설’은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요? 실제로 주류회사가 가격 인상을 고민하는 것은 맞습니다. 맥주 업계 1위 오비맥주에선 내부적으로 맥주 가격 인상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남은 것은 ‘언제 올릴 것이냐’는 시점 문제입니다. 보통 맥주 성수기인 5~8월 전에 가격을 올리는 데요, 올해는 4월에 총선이 있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맥주 가격 인상은 주류회사가 단독으로 결정하기 힘든 구조입니다. 보통 국세청과 사전에 ‘교감’을 가집니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2011년 말 국세청과 의결 조율을 거치지 않고 맥주가격 인상을 발표했다가, 한 달 만에 인상안을 접은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 주류업계가 맥주 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로 2014년 중순 폐지된 할당관세혜택을 꼽고 있습니다. 할당관세는 특정 품목의 관세를 일시적으로 낮춰주는 제도. 그간 주류업계는 맥아 등 수입 원재료에 적용되던 관세 30%보다 낮은 0%(2011년), 8%(2013년), 25%(2014년)를 받아왔습니다. 그러다 작년 7월 할당관세가 30%로 정상화되면서, 주류업계 부담은 그만큼 늘어났습니다.
하지만 주변 시선은 곱지 않습니다. 맥주업계의 원가부담은 늘어난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비맥주의 2014년 매출은 1조5300억원, 영업이익은 328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1.5%에 이릅니다. 이는 2014년 국내 기업의 평균 영업이익률 4%(한국은행 자료, 금융보험 제외)의 5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물론 맥주업계 2위 하이트진로는 맥주 사업부가 적자 상태이고, 롯데칠성음료는 신규 맥주 공장에 5890억원을 투자하고 있어 재정 사정이 빠듯합니다. 오비맥주도 지난해 실적이 한 자리대의 감소세가 전망되고 있습니다. 맥주 가격 인상을 세 업체가 모두 원하는 것이죠.
하지만 맥주 가격 인상은 서민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현재 술집에서 3000~4000원에 판매되는 맥주 가격이 4000~5000원으로 오르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옵니다. 당장 술값이 오르지 않더라도, 주류 출고가가 인상된 만큼 안주 가격이 슬그머니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이미 소주의 가격이 인상된 만큼, 앞으로 ‘폭탄주’ 맛은 더 씁쓸해질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