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소위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이 법안이 정무위안 대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어떻게 될까?
김영란법은 공직자 및 공적 업무에 종사하는 자와 그 가족의 금품수수, 부정청탁을 규정하고 이를 적용할 대상을 명시했다. 공직자 및 공적업무에 종사하는 자에는 헌법기관, 중앙행정기관, 자자체, 시도교육청, 국공립학교, 공직유관단체 등 공공기관에 사립학교 및 언론사 종사자가 포함된다. 유치원은 유아교육법상 학교에 해당해서 포함되지만 어린이집은 영유아보육법상 보육시설이라 제외된다.
▲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11월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앞에서 안전사회와 공직부패방지를 위한 김영란법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서한 발표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 유치원 교사는 포함되고 어린이집은 빠진다
금품수수의 제한도 아주 촘촘하다. 일단 기준은 100만원이다. 금품에는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의 사용권, 음식물, 주류, 골프 등의 접대 향응, 교통 숙박 등의 제공, 채무 면제, 취업 등 유형 무형의 경제적 이익이 모두 포함된다. 예컨대 콘도 회원권을 빌려주는 것도 금품수수에 포함된다. 수수 금액이 1회 100만원, 매 회계년도 누적 300만원을 초과하면 직무관련성이 없어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품 가액의 5배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한다.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더 복잡하다. “김영란법 적용 공직자가 포함된 고교동창 10명이 시내 일식집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비용이 100만 원이 나왔는데 공직자는 식대를 내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는 가정적 상황에서 이 공직자가 받은 금품은 전체 식대의 1/10인 10만 원일까?
만약 이 자리가 공직자를 접대하고 관리하기 위해 동창 중 일부에 의해 ‘메이드’된 자리라면? 금품 가액을 100만 원으로 볼 수도 있다는 것이다. 4인 기준 비용이 통상 100만 원을 넘기는 골프는 말할 것도 없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따져봐야 할 경우의 수가 아주 많아진다. 이런 까닭에 시행령 마련도 보통 일이 아닐 것이라는 전망이다.
가액이 100만원 이하일 때도 직무관련성이 있으면 과태료 대상이다. 구체적인 제한 기준은 시행령에서 정해질 예정이다. 정무위 통과 법안에는 원활한 직무수행 등을 목적으로 음식물, 경조사비, 선물 등을 받는 경우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가액 범위 안에 들 경우 과태료 면제 대상으로 삼고 있다. 현재 공직자윤리 강령은 식사나 선물은 3만원, 경조사비는 5만원을 한도로 한다.
부정청탁의 범위도 넓다. 법안은 금지하는 업무의 유형을 15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인허가, 면허, 각종 행정 처분, 인사, 시험 관리, 포상, 비밀 준수, 계약, 예산 배정, 각종 거래, 병역 관련 업무, 각종 평가, 행정지도, 단속, 수사, 재판 등이다. 거의 모든 형태의 공적 업무를 포괄하고 있다. 이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법령을 위반하게 하거나 지위 또는 권한을 남용하게 하는 등의 청탁 또는 알선 행위를 하면 법 위반이다.
부정청탁을 받고 직무를 수행한 공직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정청탁을 받았을 경우 청탁을 한 사람에 부정청탁임을 알리고 이를 거절하는 의사를 명확히 해야 처벌 받지 않는다. 이후 동일한 청탁이 들어올 경우에는 소속 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
◇ 처남이 선물 받으면 소속 기관장에게 즉각 신고해야
적용받는 가족의 범위는 어느 정도일까? 민법상 기준인 배우자 및 직계혈족, 형제, 자매,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혈족 배우자 및 배우자 직계혈족, 배우자의 형제자매까지 포괄한다. 부모나 배우자와 자식 뿐 아니라 형제, 처남, 처제 등도 포함된다.
공직자의 처남이 친구에게 100만 원 짜리 선물을 받았다면? 공직자가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자진신고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문다. 또 신고와 별개로 처남에게 선물의 반환을 요구해야 하고 반환하지 않을 경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김영란법은 공포 1년 후에 시행하고 처벌은 그로부터 1년 후 부터다. 2015년 2월 국회본회의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2017년 봄부터 한국사회는 어떻게 달라질까? ‘
혁명적 변화’를 기대하는 시선과 ‘말도 안 된다’는 회의론이 현재로선 엇갈리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 포괄적이고, 너무 엄격하기 때문에 오히려 실효성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쨌든 법안이 정무위 문턱을 넘은 후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김영란법은 박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고, 정말 무서운 법”이라며 “우리 사회가 정말 깨끗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도 “김영란법을 우리가 반대한 것처럼 이야기가 나와서 과감히 통과시킬 것을 주문했다”며 “우리 사회가 맑아질 수 있는 바탕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속내야 어떻든 간에.
**[김영란法 시대 열리나] 기획 시리즈는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co-work)을 지향한다는 편집방향에 맞춰 외부 기고를 통해 작성됐습니다. 본 기사는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이사(taegonyoun@gmail.com)가 취재 및 작성을 맡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