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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法 시대 열리나] ①'김영란法'이 도대체 뭔가

  • 2015.01.19(월) 14:35

청와대와 여야 정치권이 생각하는 각종 개혁 방안이 제각각이지만 2015년 1월 현재 가장 진전을 보이는 것은 이른바 ‘김영란법’이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를 여야 합의로 통과했고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2월 임시국회 우선 처리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상자가 너무 광범위한 과잉 입법이다’는 주장과 ‘이번엔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약간의 부작용이 있다면 시행 중에 고치면 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과연 ‘김영란법’은 무슨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떤 경과를 밟아오고 있는 지, 과거 유사한 시도와 시뮬레이션 효과, 현재의 쟁점과 전망 및 정치적 배경 등을 3회에 걸쳐 짚어보기로 한다. 

▲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 소회의실에서 열린 가운데 김용태 소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 등 소관법안을 심사하고 있다.


◇ ‘벤츠 검사’ ‘그랜저 검사’가 촉발시킨 김영란법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인 이른바 ‘김영란법’을 촉발시킨 것은 검찰이다.

내연 관계 변호사에게서 벤츠 리스 비용과 명품 핸드백을 선물 받고 동료 검사에게 사건을 청탁한 이른바 ‘벤츠 검사’, 배임 혐의로 조사를 받던 기업인으로부터 그랜저를 받고 후배 검사에게 청탁해 무혐의로 종결받게 한 ‘그랜저 검사’, 건설업자로부터 각종 향응과 금품을 수수한 ‘스폰서 검사’ 등이 방아쇠였다.

2010년을 전후해 발생한 이 사건의 해당 검사들은 알선수재, 뇌물죄 등으로 기소됐지만 상당수가 무죄 선고를 받았다. 사건 청탁 전에 승용차를 받았다거나 일상적 향응은 직무연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여론이 후끈 달아올랐고 최초의 여성대법관 출신인 김영란 위원장이 이끌던 국민권익위원회가 칼을 빼들었다. 2012년 8월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을 입법예고한 것이다.

‘향응을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청탁을 들어줄 위치에 있지 않거나 직접 연관성에 대한 증거를 못 찾아서 무죄’가 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권익위의 원안은 직무 연관성이나 대가가 입증되지 않더라도 금품을 받은 행위에 대해 과태료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공직과 관련된 모든 기관 종사자와 그 가족까지 법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켰다. 헌법기관(국회·법원·헌법재판소·선거관리위원회·감사원) 종사자, 국가·지방 공무원 등 154만여 명과 그 가족이 법 적용 대상이 됐다.

 

1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은 공무원에 대해선 직무상 관련성이나 어떤 명목을 불문하고 예외없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수수 금품 5배 이하 벌금에 처하기로 했다. 100만원을 넘는 금품을 준 경우라면 대가성을 바라지 않았을 수 없고, 금품을 주고받은 시점에선 대가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투자 목적’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위직 공무원은 소액의 뇌물을 받아도 목이 날아가고 실형을 살기 일쑤인데 검사 등 힘있는 사람들은 큰 돈을 받아도 무죄 선고를 받고 옷을 벗어도 변호사 개업을 하거나 전관예우를 받는 자리로 옮겨가는 현실에 염증이 난 여론은 환호성을 질렀지만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 제동 건 법무부, 원안보다 축소 제출된 정부법안

친족까지 의율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한 연좌제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견, 축의금이나 부조금 등 까지 과도하게 제한을 둬선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그리고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을 지닌 검찰이 먼지털이를 하면 피해나갈 공직자들이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법무부는 반대의견서까지 제출하며 권익위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결국 1년 만인 2013년 8월, 총리실의 중재로 원안에서 수정된 국민권익위 정부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대가성이 없더라도 관련 직무와 관련된 공직자가 금품을 받을 경우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 것. 입법예고 원안과 비교해보면 ‘대가성이 없더라도’는 살아남았지만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는 빠지면서 범위가 축소된 것이다. 과잉입법 논란은 줄어들었지만 ‘직무관련성이 없는’ 일상적 관리와 접대가 도망갈 구멍이 마련되기도 했다.

정부안에 대해 “현실성이 마련됐다”는 환영과 “금품 수수의 우회로를 만들어놓았다”는 반발이 엇갈렸지만, 이 정부안에 대해서조차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5월 19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담화에서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사과와 국가안전처 설치를 비롯한 재난대응 시스템 개편, '관피아(관료+마피아)' 등 공직사회의 적폐(積弊) 청산, 공무원 채용 및 인사 시스템 개편 등의 방안이 발표됐다.

◇ 세월호 참사, 논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다


지지부진하던 논의를 가속화시킨 것은 2014년 4월의 세월호 참사였다. ‘관피아’ 논란이 재점화됐기 때문. 대선 이후 김영란법에 대해 별다른 언급이 없었던 박근혜 대통령도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 담화에서 이 법안을 조속 처리할 것을 주장했고 여야 정치권도 힘을 보탰다.

이 법의 주체인 권익위도 다시 뒤집기를 시도했다. 권익위는 2014년 5월 27일, 이미 국회에 제출했던 법안보다 한층 강화된 내용을 담은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 적용 대상 범위를 사립학교와 사립유치원 등으로 넓히고, 가족의 개념은 좁혀 부정확한 개념을 분명히 했다. 법무부의 반발로 빠졌던 ‘직무관련성이 없더라도’도 부활시켰다. 애초 원안 쪽으로 다시 힘이 실렸고 거센 여론 속에서 반대 의견은 고개를 숙였다.

소관 상임위인 정무위가 이 법안을 만지면서 오히려 범위는 더 확대됐다. 모든 민간 언론사 종사자도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직접 당사자 뿐 아니라 법의 적용을 받는 친족까지 포함시키면 해당자가 1800만 명에 달한다는 추산이 나왔다. 원안이 축소됐다가 다시 확대되는 등 롤러코스터를 탄 것이다.

정무위는 지난 12일 이 법안을 통과시켜 법사위로 넘겼다. 여야 지도부는 2월 우선 처리로 뜻을 모았지만 일이 끝나지는 않은 것 같다. 이상민 법사위원장이 "국회의원이나 행정부 고위공직자, 사법부의 판·검사들과 같은 고위 공직자들을 타깃으로 삼아야 실효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는 등 ‘다듬어야 한다’는 주장도 거세기 때문이다. “법안을 너무 광범위하고 세게 만든 것은 위헌소지를 포함시키거나 무력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음모론까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영란法 시대 열리나] 기획 시리즈는 외부 전문가와의 협업(co-work)을 지향한다는 편집방향에 맞춰 외부 기고를 통해 작성됐습니다. 본 기사는 '의제와 전략그룹 더모아'의 윤태곤 이사(taegonyoun@gmail.com)가 취재 및 작성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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