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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의 두얼굴]①모회사엔 '효자'…입점업체엔?

  • 2018.10.23(화) 10:48

전국 기차역 편의점·음식점 관장하는 코레일유통
모회사 철도공사엔 연 800억원 벌어다 주는 `효자`

비즈니스워치는 매년 추석 시즌 연재하고 있는 고속도로 휴게소 분석 시리즈에 이어 기차역 상점을 따져본 기획시리즈 [기차역의 두얼굴]을 준비했습니다. 전국 기차역에는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편의점 '스토리웨이'가 있는데요. 어떻게 된 사연일까요. 한때 부산역에는 랜드마크 상점이었던 삼진어묵이 있었지만 지금은 사라졌는데요. 이건 또 무슨 이유일까요. 고속도로 휴게소 만큼이나 친숙하지만 잘 몰랐던 기차역 상점. 그동안 언론을 통해 공개되지 않았던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민낯을 들여다봤습니다. [편집자]

 

 

서울역·부산역 등 전국 기차역에서는 CU, GS25, 세븐일레븐 같은 편의점을 볼 수 없다. 대신 '스토리웨이'(Storyway)'란 간판을 내건 편의점이 자리 잡고 있다.

 

스토리웨이 편의점은 전국에 348개(이하 2017년말 기준)가 있는데 CU(1만2372개) GS25(1만2293개) 세븐일레븐(8878개) 등 편의점 '빅3'와 비교하면 초라한 규모다. 하지만 기차역 안에서 만큼은 유일무이한 독점 편의점이다.

 

스토리웨이를 운영하는 곳은 코레일유통이라는 회사다.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게는 친숙한 홍익회가 전신이다.

 

2004년 기존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바뀌면서 같은 해 12월 홍익회에서 유통사업을 분리, 한국철도유통이라는 주식회사로 재탄생했다. 2007년 4월 사명을 지금의 코레일유통으로 바꿨다.

 

코레일유통은 공공기관이다. 공기업 한국철도공사가 지분 100%를 가졌기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정부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으니 따지고보면 코레일유통은 정부의 '손자회사' 격이다.

 

코레일유통이 하는 사업은 스토리웨이 편의점 운영 외에 기차역 안에 입점한 식당·빵집·커피전문점 등 총 702개의 전문점과 임대차계약을 맺고 이들로부터 임대료를 받는 일이다. 기차역에 있는 2940대의 자판기도 코레일유통의 수익원이다.

열차 안에서 음료수와 삶은계란·전기구이 오징어 등을 카트로 실어 판매하는 사업은 한때 코레일유통의 전신 홍익회 사업이었으나 지금은 철도공사의 또다른 자회사 코레일관광개발이 맡고 있다. 이동속도가 빠른 고속철에서는 
카트판매가 많이 사라졌다.

 

 

◇ 모회사에 연 800억원 이상 가져다 주는 코레일유통

아무튼 기차역 안에서 사고파는 제품은 모두 코레일유통의 손을 거친다.

 

전국 모든 기차역의 식음료 유통사업을 손에 쥐고 있는 코레일유통은 지난해 2838억원의 순매출(총매출은 4966억원이지만 이는 역사내 전문점의 매출을 모두 합한 수치)을 올렸다. 이 가운데 스토리웨이 편의점 매출과 전문점으로부터 받는 임대료 등 유통사업부문 매출이 전체의 90%인 2566억원으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코레일유통은 이렇게 벌어들인 매출에서 매출원가와 급여 등 판매관리비를 제외하고 지난해 104억원의 영업이익, 128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올렸다. 

 

판매관리비(1418억원)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구내영업료(687억원)항목이다. 코레일유통이 기차역 안에서 식음료 유통사업을 독점 운영하는 대가로 철도공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다. 기차역 안에는 왜 스토리웨이만 있고 다른 편의점이 없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이다.

 

코레일유통은 128억원의 순이익 가운데 62%인 80억원을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에 배당했다. 결과적으로 모회사 철도공사 입장에서 코레일유통은 해마다 구내영업료와 배당으로 800억원에 육박하는 돈을 가져다주는 '효자'다. 이외에 '코레일'이란 상표권을 사용하는 대가로 철도공사에 지급하는 수수료도 있다. 

 

철도공사의 7개 자회사 중 지난해 순이익을 가장 많이 올린 곳이 SR(수서고속철도 운영)이며 그 다음이 코레일유통이다. 나머지 5개 자회사는 적자 또는 미미한 수준의 이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코레일유통이 운영하는 스토리웨이 편의점과 기차역사내 수많은 상점 운영자와의 관계는 모회사와의 '효자 관계'처럼 착하지만은 않다. 이른바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부산역을 대표하는 인기 매장이었다가 고가 임대료 논란 속에 철수한 삼진어묵 사태가 대표적이다. 삼진어묵은 부산역에서 영업하던 2년8개월 동안 월 평균 3억1000만원을 임대료(정식 명칭은 수수료) 명목으로 코레일유통에 지불했다.

기차역에 입점하는 상점들은 매달 코레일유통에 임대료를 내는데 '최저하한 매출액'이라는 제도를 적용받는다.

 

쉽게 말하면 장사가 잘 되면 임대료를 더 내고, 장사가 잘 안 되더라도 애초 입찰계약때 제시한 금액만큼의 최소임대료를 내야하는 방식이다. 코레일유통 입장에선 기차역에 입점한 점포들의 매출이 많아지면 임대료 수입이 늘고, 매출이 줄어도 크게 손해 볼 일 없는 구조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의 임대료 체계는 기차역에 입점한 크고 작은 상점들을 다시 기차역 밖으로 몰아내는 이유가 되고 있다.

 

비즈니스워치가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부산진구을·국토교통위원)이 코레일유통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코레일유통과 임차계약을 중도 해지한 점포는 총 252개였는데 이중 174개(69%)는 매출 부진을 이유로 계약기간을 못 채우고 영업을 중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데 그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영업을 포기하는 게 더 이익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코레일유통은 국회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연이은 지적을 받고서야 올해 6월부터 최저하한매출 제도를 폐지하고 성과공유제라는 새로운 임대료 체계를 도입했다.

 

 

◇ 모회사엔 효자.. 그러나 자영업자에겐?

 

코레일유통이 운영하는 기차역 편의점 스토리웨이도 잘 알려지지 않은 뒷모습이 많다.

스토리웨이는 코레일유통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과 일반인에게 용역을 주는 매장으로 나뉘는데 두 형태의 매장에서 벌어들이는 매출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

코레일유통이 직접 운영하는 매장(64개)의 지난해 연평균 매출은 7억9000만원, 일반 용역 매장(258개)은 4억300만원을 기록했다. 일반 용역 매장은 다시 철도유관기관 퇴직자들에게 용역을 주는 곳(18개, 연평균 4억4000만원), 순수 일반인에게 용역을 주는 곳(240개, 연평균 4억100만원)으로 나뉜다.

 

순수 일반인이 운영하는 스토리웨이 편의점의 연매출액 4억100만원은 적지 않은 금액으로 보이지만 이 매장을 실제 운영하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실질 보수는 최저임금에도 못 미친다.

스토리웨이는 코레일유통이 전체 매출을 관리하고 매출액의 약 10% 수준을 운영자에게 수수료(개인사업자여서 급여라고 부르진 않지만 실제로는 급여와 유사함)로 지급하는 구조다. 

 

전국 평균 수준의 연매출(4억100만원)을 올리는 스토리웨이 일반 용역매장 운영자가 받는 수수료는 월 334만원 가량이다. 그러나 이 조건을 채우기 위해선 첫 기차부터 마지막 기차까지 하루 15시간 가량, 주 7일, 월 450시간을 일해야 한다. 시급으로 따지면 7440원 수준이다. 그마나 일반인 용역 매장 가운데 평균 매출액을 웃도는 곳은 40% 남짓에 불과하다.

 

이처럼 모회사에게는 효자 노릇을 하면서 사업상 관계를 맺는 편의점, 전문점 운영자들과는 불편한 관계를 갖는 배경에는 높은 부채비율로 빚더미에 허덕이는 모회사(철도공사)의 경영난이 있다. 

 

하지만 코레일유통의 사업은 직접적으로는 수많은 자영업자의 생계가 달려있고, 더 나아가 기차여행을 하는 수많은 이용자들의 편의와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수익성만 추구할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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