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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기업 팩트체크]⑤기린·삿포로·아사히 맥주3사 뿌리는

  • 2019.09.25(수) 14:03

<비즈니스워치 특별기획 전범기업 분석> 일본 3대 맥주
미쓰비시家 기린맥주 지분 보유…쿄와기린은 조선인 강제동원
삿포로맥주 '전범' 리스트엔 없지만 미쓰이홍보委 회원사 등재
아사히맥주, 스미토모그룹 계열사 출신을 경영진에 잇달아 영입

일본 청년들이 처음 사회에 발을 딛게 되면 회사별로 마셔야할 맥주가 다르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바로 일본 3대그룹(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별로 서로 다른 맥주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입사 전 오리엔테이션 때 회사 선배들이 미쓰비시는 기린맥주, 미쓰이는 삿포로맥주, 스미토모는 아사히맥주를 먹어야 한다며 각 기업별 맥주계열을 알려주고, 심지어 음식점이나 호텔에서도 손님이 어느 기업 소속이냐에 따라 나오는 맥주가 다르다는 말도 나온다.

물론 반드시 해당 브랜드의 맥주만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것은 일본 3대 맥주가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미쓰이·스미토모와 연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범기업 미쓰비시 회원사 기린맥주 

기린맥주의 대표 제품 '기린이치방시보리'는 한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일본맥주 중 하나다.

기린맥주는 1885년 설립된 재팬양조장회사가 전신이다. 재팬양조장회사는 1888년 기린맥주라는 이름의 제품을 출시하는데 이것이 오늘날 회사의 이름이 된다. 본격적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회사명에 기린을 사용하기 시작한 건 1907년이다.

제품의 인기만큼이나 국내에서는 기린맥주를 두고 전범기업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많다. 기린맥주의 전범기업 관련 여부를 따질 때 짚어봐야할 내용은 두 가지다.

먼저 기린그룹 계열 쿄와기린(協和キリン)이 지난 2012년 당시 이명수 자유선진당 의원실이 국무총리실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로부터 자료를 받아 발표한 299개 전범기업 명단에 오른 곳이다. 쿄와기린의 100% 자회사로 한국쿄와기린도 있다.

이명수 의원실이 발표한 전범기업 명단에 따르면 쿄와기린은 일본에 작업장(확인된 곳은 1곳)을 두고 조선인을 강제동원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기업명은 동아화학흥업(東亞化學興業)이며, 1945년 협화화학흥업(協和化學興業)과 합병하면서 협화산업(協和産業)이 되고 1949년 쿄와발효공업(協和醱酵工業)을 거쳐 현재의 쿄와기린이 된다.

다만 쿄와기린이 기린맥주 계열이 된 것은 2008년 기린그룹 제약회사 기린파마(キリンファーマ)와 쿄와발효공업이 합병하면서부터다. 따라서 전범기업 동아화학흥업(현 쿄와기린)이 태평양전쟁 당시 강제동원을 할 당시 기린맥주가 직접적인 연관관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린맥주의 전범기업 관련성을 판단해볼 수 있는 또 다른 내용은 대표적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와의 관계다. 미쓰비시그룹 홈페이지에 따르면 미쓰비시 회원기업수는 613개(9월 기준)인데 기린맥주와 쿄와기린도 회원기업 목록에 있다.

기린맥주와 쿄와기린이 미쓰비시 회원기업에 들어가는 이유는 역사적 배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미쓰비시 2대 사장 이와사키 야노스케가 기린맥주의 전신 재팬양조장회사 설립 당시 주주로 이름을 올렸고 1907년 기린맥주주식회사 설립 당시에도 4000주(설립 당시 전체 주식 5만주)를 보유해 주요 주주로서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난다.

#미쓰이가 홍보하는 삿포로맥주박물관

삿포로맥주는 1876년에 개척사맥주양조장을 개업하면서 출발했다. 태평양전쟁 이전부터 기업 활동을 시작했지만 공식적인 전범기업 명단에 삿포로맥주의 이름은 없다.

다만 삿포로맥주의 지주회사 삿포로홀딩스가 전범기업에 뿌리를 둔 미쓰이그룹의 회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미쓰이그룹은 일제강점기 미쓰비시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강제동원 작업장 수가 많은 곳이다. [관련기사]미이케탄광과 4700명의 조선인

한국인들이 삿포로를 방문할 때 필수 관광코스 중 하나인 삿포로맥주박물관을 홍보하는 곳이 미쓰이홍보위원회(三井広報委員会)이며, 삿포로홀딩스는 미쓰이홍보위원회 24개 회원사 중 한 곳이다.

미쓰이그룹 내의 친목모임을 봐도 미쓰이와 삿포로가 긴밀한 관계임을 알 수 있다.

삿포로맥주 주최로 열리는 미쓰이삿포로회라는 모임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행사로 지난해까지 80회 개최를 기록했다. 이 행사에서 미쓰이그룹 회원사들은 자사의 사업 및 제품을 홍보하고 삿포로 맥주를 즐기며 교류한다.

#스미토모에서 온 아사히맥주 사장

국내 캔맥주 판매율 1위를 차지했던 아사히는 최근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7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여전히 일본 최대 맥주회사다.

아사히맥주는 일본 3대 재벌이자 주요 전범기업으로 분류된 스미토모(住友)그룹과 간접적인 관련이 있다. 공식적으로 스미토모그룹 소속은 아니지만 2대에 걸쳐 스미토모그룹 기업 인사들이 아사히맥주 사장을 역임했다.

일본의 3대 은행 중 하나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의 전신 스미토모은행에서 부행장을 역임했던 무라이 츠토무(村井勉)는 1982년 아사히맥주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어 1986년에는 스미토모은행 부행장이었던 히구치 히로타로(樋口廣太郎)가 츠토무에 이어 사장에 올랐다. 츠토무는 이후 아사히 맥주 회장을 거쳐 명예회장까지 역임했다.

아사히맥주는 공식적인 전범기업 명단에 없고, 전범행위를 했다는 사실도 밝혀진 것도 없다. 다만 후대에 이르러 전범기업인 스미토모그룹 소속 계열회사 출신이 2대 연속 아사히맥주의 경영진을 맡으면서 일본 현지에서도 아사히맥주와 스미토모의 관계가 깊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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