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이 찡해지는 겨울이면 거리 곳곳에 들어선 빨간 냄비와 커다란 사랑의 온도탑이 '기부의 계절'이 왔음을 알린다. 날씨는 추워도 마음은 따뜻할 수 있도록 연말연시 집중적으로 기부 행렬이 이어진다. 하지만 최근 지속적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제도 개선은 물론 공익법인 투명성 강화를 고민해야한다.
비즈니스워치가 공익 목적으로 2017년부터 매년 연재하고 있는 [기부금워치]가 시즌3을 맞이했다. 시즌3은 크게 3가지 파트로 나눠 약 3개월간 연재한다. 먼저 [기부금제도]편을 통해 공익법인 투명성과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각종 제도 변화와 의미를 살펴본다. 두 번째로 [기업과재단]편을 통해 우리사회 기부문화의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민간기업이 만든 공익법인의 운영 실태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기부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치후원금] 내역을 분석한다. 우리사회가 기부금 제도 개선, 공익법인 회계투명성, 정치후원금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데 작은 생각을 보태고자 한다.[편집자]
사랑의열매로 유명한 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3년 연속 기부금을 가장 많이 거둬들인 공익법인에 이름을 올렸다. 비즈니스워치가 지난 2017년부터 시작한 [기부금워치] 시리즈 3년 치를 종합 분석한 결과다.
사랑의열매는 지난 2016년(사업연도 기준) 5742억원의 기부금 수입을 거둬들였다. 2017년에는 이보다 253억원 늘어난 5995억원을 기부금 수입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 결산서류 자료인 2018년에는 9032억원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부금 액수가 직전 사업연도와 비교해 3037억원 늘었다. 지난해 유독 기부금이 많이 늘어난 이유는 태안유류피해 특별성금 3057억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랑의열매는 지난달 20일부터 기부금 수입 4257억원을 목표로 '희망2020나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목표액은 4105억원이었다. 전국 17개 시·도에 사랑의 온도탑을 설치, 오는 1월 31일까지 73일간 모금캠페인을 진행할 예정이다. 모금목표액의 1%가 모일 때마다 온도탑의 수은주가 1℃씩 올라간다. 매년 사랑의 열매가 목표금액을 달성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지만 기부금은 얼마나 모금했는지도 중요하지만 거둬들인 기부금이 공익사업에 제대로 쓰였는지도 중요하다. 얼마나 모았고 얼마나 쓰였는지 기록되어 있는 자료가 바로 국세청에 올라오는 결산서류다. 지난해 주요 공익법인들의 결산서류를 통해 일반시민들과 기업 등 각종 사회주체들로부터 십시일반 모은 기부금 현황을 살펴봤다.
#9663개 공익법인, 지난해 수입 167조원
자산총액 5억원 이상 또는 해당 과세연도의 수입이 3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은 국세청에 결산서류를 반드시 제출해야한다. 이보다 자산이나 수입이 적은 공익법인은 결산서류 공시의무가 면제된다. 종교법인은 자산·수입 규모와 관계없이 면제다.
한국가이드스타가 국세청으로부터 각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받아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2017년 사업연도 기준으로 결산서류를 의무로 제출해야 하는 공익법인은 8267곳이었다. 2018년 기준으로는 이보다 1287곳 늘어난 9663곳이 결산서류를 제출했다.
2018년 사업연도 기준 결산서류를 제출한 의무공시 공익법인 9663곳의 총자산은 256조1767억원이다. 이들은 2018년 한 해 동안 167조4873억원의 수입을 거둬들였고 168조7146억원을 사회복지사업에 지출했다.
9663개 공익법인이 2018년 한 해 동안 거둬들인 기부금은 6조 3471억원이다. 거둬들인 기부금보다 지출한 금액이 더 많은 이유는 그동안 누적된 기부금도 있고, 공익법인이 자체적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있기 때문이다.
#사랑의 열매, 지난해 기부금 9032억원 모금
지난해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공익법인을 제외한 사회복지분야 중심의 공익법인 중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은 곳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다.
사랑의열매는 2018년 기준 9032억원의 기부금을 모았고, 9116억원을 고유목적사업에 지출했다. 사랑의열매는 거둬들인 기부금을 다시 다른 공익법인으로 배분하는 데 이 배분사업이 사랑의열매의 고유목적사업에 해당한다.
지난해 사랑의열매가 배분사업에 지출한 금액은 8830억원이다. 2017년(5834억원)과 비교하면 2996억원이 늘었다. 이는 모금한 기부금 수입액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지출금액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랑의열매는 국내 배분사업에만 8695억원을 지출했다. 주요 배분사업에는 ▲현금·현물을 통한 기초생계지원 ▲결식예방 지원 ▲의료비 및 의료서비스 지원 ▲여성관련 지원 ▲기후변화 대응 등 16개 사업이 있다.
한편 사랑의열매에 이어 기부금을 많이 모은 단체는 ▲월드비전(2028억원) ▲어린이재단(1565억원) ▲한국컴패션(703억원)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574억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553억원) 순이다.
#월드비전, 개인기부금 1840억원 거둬들여
해외에서 출범한 비정부단체(NGO)인 월드비전은 지난해 기부금 2028억원을 거둬들였다. 사랑의열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사랑의열매보다 전체 기부금 총액은 적지만 개인기부 즉 일반 시민으로부터 십시일반 모은 기부금 액수는 더 많다. 월드비전은 지난해 개인기부금 1840억원을 모았는데 2위를 기록한 사랑의열매(1319억원) 보다 521억원 더 많다.
월드비전, 사랑의열매에 이어 개인으로부터 기부금을 가장 많이 모금한 단체는 ▲어린이재단(878억원) ▲한국컴패션(615억원) ▲세이브더칠드런코리아(523억원) ▲한국국제기아대책기구(305억원) ▲밀알복지재단(265억원) 순이다.
사랑의열매는 개인기부금 액수는 적지만 기업 등 법인으로부터 기부금을 가장 많이 거둬들였다. 지난해 사랑의열매가 기업 등 법인으로부터 모금한 기부금 액수는 6507억원이다. 전체 기부금 수입의 72%다.
사랑의 열매 다음으로 기업 등 법인으로부터 많은 기부금을 거둬들인 곳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이다. 삼성생명보험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으로 1982년부터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기부금 529억원을 거둬들였고 이 중 영리법인으로부터 모금한 기부금이 498억원이다. 전체 기부금의 94%가 법인으로부터 받은 기부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