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야기]
48.1cm 짜리 긴 투표용지가 나왔다고요?
다가오는 이번 선거, 비례대표 투표용지 보셨어요? 투표용지 길이가 무려 48.1cm래요. 이렇게 긴 투표용지가 나오게 된 원인은 바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에요.
투표용지도 길고 이름도 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이름은 복잡하지만 설명은 간단하게 해드릴게요.
우리나라는 지역구에서 대부분의 국회의원(253석)을 뽑고 약간의 비례대표(47석)를 추가하는 방식이에요.
이 방식을 통한 지역구 선거에서는 무조건 1등만 당선되다 보니 사표가 많이 발생하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선거를 할 때마다 실제로 그 정당이 얻은 득표율과 가져가는 의석 수의 불일치가 일어났고, 득표율만큼 의석 수를 가져가는 비례대표제라는 선거제도로 바꿔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나오게 된 거죠.
시간이 흘러 2015년 2월, 중앙 선관위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가자고 제안을 했고, 국회에서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이후 2016년 선거에서 거대 양당 간의 야합에 의해 논의가 묻혔다가 작년에 '패스트 트랙'이라고 하는 절차에 의해 선거 제도 개혁안이 올라오게 됐죠.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는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대신 복잡한 형식의 '준'연동형 비례 대표제가 나오게 됐죠.
그래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뭔데?
우리나라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반쪽짜리라고 생각하면 돼요. 지지율만큼 의석 수를 다 채워주는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면, 그 절반만 채워주는 것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인데요.
말이 좀 어렵긴 해도 유권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간단해요.
그동안 우리는 총선 투표를 해오면서 지역구 후보에게 한 표, 정당에 한 표 찍었어요. 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하느냐는 지역구에서 결정이 됐었고요. 지역구가 300석 중 253석이나 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대체로 거대 정당이 선거에서 이기는 결과가 발생했고, 비례대표라고 해봤자 47표이기 때문에 이걸 지지율만큼 나눠봤자 큰 역할을 하진 못했어요.
그래서 무슨 변화가 생기는데?
하지만 비록 준연동형이지만 이제는 비례대표제를 통한 정당 표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돼요. 정당 지지율을 가지고 먼저 정당 의석을 배분해 주기 때문이죠.
내가 지지하는 정당이 지역구에서 당선이 안되더라도 비례대표제를 통해 최소한 그 정당 지지율의 절반 이상은 확보할 수 있게 되니 더 많은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어요.
그간 정당 입장에서 비례대표는 장식품에 가까웠는데요. 대표들이 밀실 공천을 하든 외부에서 인사를 영입해오든 결국 지역구 선거가 중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서 정당이 지지를 많이 받아야만 선거에서 성공할 수 있기 때문에 정당들은 당의 정체성과 당이 지지하는 정책에 대해서 더 중요하게 여기게 될 거예요. 정책 경쟁이 치열해지면 유권자 입장에서도 입맛대로 고를 수 있는 메뉴가 다채로워지게 될 거고요.
한편 고를 수 있는 메뉴가 너무 많아도 손님 입장에서는 머리가 아플 텐데요.
거대 양당들이 자신과 닮은 비례위성정당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총 35개의 비례 정당이 이번 총선에 뛰어들게 됐어요. 투표지가 너무 길어지다 보니 투표지 분류기를 통해 개표할 수 없어 일일이 수작업으로 분류해야 할 상황이라고 하고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정당들의 꼼수로 인해 막장 드라마로 변해가고 있어요.
그러니 막장 드라마의 결말이 막장으로만 끝나지 않도록 우리는 투표에 집중해야 해요(불끈). 긴 투표용지 보고 머리는 조금 지끈거려도 매의 눈으로 골라 한 표 행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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