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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줍줍]MBTI, 알파벳 네 개로 날 파악해?

  • 2020.05.08(금) 09:06

이번 주 당신이 바빠서 흘린 이슈, 줍줍이 주워 드려요

우리는 왜 MBTI에 열광하는 걸까

"MBTI 검사해보셨어요? 어떤 유형이에요?" 요즘 애들이라면 한 번쯤은 해봤다는 MBTI 검사. 내 성격 유형이 무엇인지 검사해보고 SNS로 공유하면서 나누는 게 요즘 트렌드래요. 유튜브와 커뮤니티에는 총 16개의 각종 성격 유형을 분석하는 영상이 부쩍 늘었고, 내 성격을 분석하는 영상에 같은 성격 유형의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격하게 공감해요.

 

MBTI 테스트? 초면입니다만

처음 들어보신 분들을 위한 설명. 마이어스-브리그스 성격유형검사(Myers-Briggs Type Indicator), 줄여서 MBTI 검사라고 불러요.  MBTI는 스위스의 정신분석학자인 카를 융의 심리 유형론을 토대로 고안한 자기 보고식 성격유형 테스트인데요. 크게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 등 4가지 축을 기준으로 총 16가지 성격유형이 나눠져요. 테스트를 통해 질문지에 모두 응답하면 알파벳 네 개의 조합이 나오니까 아직 안 해보신 분들을 위해 테스트 링크 첨부해놓을게요.

 

아니 고작 알파벳 네 로 날 파악해?

완벽하게 파악하긴 어렵지만, 전문가에 따르면 MBTI는 세계적으로 잘 쓰이는 검사 중 하나라고 해요. 내가 아는 나, 남이 보는 나 외에도 무의식의 영역엔 내가 모르는 나도 있는데, 검사를 통해 몰랐던 나를 아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래요.

다만 MBTI 검사 결과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에요. 우울증 등 정신 병리가 있는 경우 왜곡될 가능성이 높아 진료실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데요. 또 심리학계에서는 모든 사람이 단순히 16개의 성격유형으로 나뉜다는 MBTI의 과학적 근거가 부실하다고 지적하기도 하죠.

 

지피지기 MBTI

신빙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MBTI를 향한 요즘 세대의 관심은 꾸준히 늘고 있어요. 왜 우리는 이런 성격 테스트에 열광하고 공감하게 되는 걸까요?

먼저,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은 요즘 세대의 욕망을 충족시킨다는 점이에요. 응답자는 MBTI 테스트 결과에 따라 내 성향이 어떤지, 내가 어떤 행동을 한 이유에 대해 좀 더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어요. 나라는 사람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의된 문장과 단어로 시원하게 긁어준다는 생각이 드는 거죠.

또한 검사 이후 제시되는 체계적인 그래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분석 결과는 요즘 20대들의 ‘인증' 욕구를 자극하는데요. 인스타그램, 트위터와 같은 SNS에 자신의 MBTI 검사 결과를 공유하고 소통하곤 해요.

이외에도 유튜브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분석 콘텐츠를 보며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고, 나와 같은 타인을 보며 무한한 동질감을 느끼며 소속감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고 해요. 이러한 요즘 세대의 모습은 같은 MBTI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온라인의 이방인들과도 내적 친밀감 형성이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결과를 나타내기도 하죠. 취업도 결혼도 힘들어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요즘, 나와 비슷한 사람이 지구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위로를 느낀대요.

뿐만 아니라 MBTI를 통해 나 자신을 넘어 타인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돼 좋다는 반응이에요. 남들과 나를 차별화하는 데 몰두하고, 나와 다르면 배척하는데 바쁠 줄 알았던 요즘 세대들의 의외의 모습인데요.

취준생인 A씨에 의하면 "나름 나 자신이 이타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그래봐야 항상 내 기준에서만 생각하고 해석했던 것 같다. 테스트 결과를 통해 순전히 내 기준에서만 불쾌하고 서운했던 상대의 다른 부분을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게 됐다"고 하며 MBTI 테스트가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설명했어요.

나를 알고 상대를 알 수 있어 인기를 끈 MBTI, 이젠 놀이 문화로도 번지고 있는데요.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유형별 대화법, 상황 대처법을 분석한 콘텐츠들이 인기를 끌고 있고, 인기 캐릭터, 연예인에 대입해 MBTI 유형을 패러디한 자체 제작물이 올라오기도 해요. 이렇게 MBTI는 단순한 심리테스트의 경계를 넘어 젊은 세대들이 즐기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어요.

 

MBTI, 과학적 신빙성은?

실제로 동일한 사람이 시차를 두고 MBTI 검사를 했을 때 각기 다른 유형으로 판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해요. 응답자가 재검사를 받았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경우는 최대 61%에 불과하다고 하고요. 그만큼 자기가 처한 상황의 변화에 따라, 또 그동안 겪은 경험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여지들이 있다는 말이죠.

하지만 이런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 심리 진단 방법은 30여 개 언어로 번역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어요. 많은 대기업이 인재 채용 시 MBTI 검사를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고, 직업상담가도 참고하곤 하거든요.

남과 달라야 하고 남보다 잘나야만 하는 각박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해 사유할 수 있는 MBTI 테스트는 소소한 위로로 작용했을 거예요.

어떤 것이든 맹신하고 보는 것은 위험이 따르잖아요. 그러니 16개 유형의 납작한 틀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그냥 공감하고 재미로 소비하자고요. 과대 몰입해서 남까지 그런 잣대로 보거나 자기 자신을 지나치게 한정하지 않기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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