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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바벨탑의 꿈' 산산이 부서지다

  • 2014.01.16(목) 15:05

금융위기 후 줄줄이 포기..제2롯데월드만 착공

현대차그룹이 서울 뚝섬에 지을 예정이었던 110층짜리 사옥 건립 계획을 포기했다. 서울시 규제로 개발이 막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제성이 떨어지자 방향을 바꾼 것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6년 성동구 성수동 삼표레미콘 공장 자리(2만7830㎡)에 2015년까지 총 2조원을 들여 지상 110층, 높이 540m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를 짓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지난해 고층건물 신축을 제한하는 ‘초고층 건축 관리 기준안’을 수립함에 따라 사옥 건립 계획에 제동이 걸렸다. 이 기준은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은 도심 및 부도심에만 지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에 앞서 서울시와 현대차는 기부채납 비중을 놓고 협상을 벌였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뚝섬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건립 계획이 무산되면서 서울의 100층 이상 빌딩은 제2롯데월드 1곳만 남게 됐다. 부동산 광풍을 타고 바벨탑의 꿈을 꿨던 지자체(서울시), 공기업(코레일), 민간기업(삼성물산, 대우건설 등)들이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손을 턴 것이다.

 

 

◇ 상암→용산→뚝섬, 줄줄이 무산


지난해 9월엔 단군이래 최대 규모로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31조원)이 무산되면서 111층짜리 랜드마크 빌딩 건립도 물거품이 됐다. 경기 침체로 투자한 돈을 회수할 가망이 보이지 않자 최대주주인 코레일과 민간 출자사 29곳이 핑퐁게임을 하다 두 손을 든 것이다. 7년 동안 투입된 사업자금 1조5000억원은 공중으로 날아갔다. 사업 무산과 책임 소재를 둘러싼 막대한 규모의 소송전만 남은 상태다.


재작년엔 서울시가 지난 2008년 상암동의 상징 건물로 계획했던 ‘서울 라이트타워’(133층) 사업을 접었다. 대우건설 등 민간 사업자와 뜻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공공시설 사유화 방지를 위해 연면적의 80%를 업무시설로 지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던 반면 민간 사업자는 주거 비중을 늘리자고 맞섰다.


다만 롯데물산이 시행하는 제2롯데월드는 123층 목표를 향해 솟아오르고 있다. 하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해 11월엔 안전성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홍역을 치렀다. MB정부가 서울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고 서비스분야 일자리 창출을 명분으로 서둘러 건축 승인을 내줬다는 주장이 여당에서 나온 것이다. 또 지난해 초에는 건물 뼈대에 금이 갔다는 의혹을 사 대대적인 안전진단을 거쳤으며 구조물 붕괴로 인명사고를 겪기도 했다.

 

◇ 부동산 경기 침체로 사업성 뚝

 

초고층 빌딩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이유는 투입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건물 임대료나 아파트 분양가로 건축비용을 충당하고 수익을 남기기 어려운 것이다.

 

일반적으로 100층 이상 되는 초고층 빌딩의 건축비는 20~30층짜리 빌딩보다 4~5배 더 든다. 건축비를 충당하려면 아파트는 3.3㎡당 4000만원 이상(타워팰리스 3000만원선), 업무시설은 3500만원 이상(서울 파이낸스센터 3000만원선)을 받아야 하는데 이럴 경우 무더기 미분양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좋을 때는 분양 가격이 상승해 수익성이 담보되지만 침체기에는 경제성을 맞추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서울의 초고층 건물도 모두 부동산 호황기 때 계획됐다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무산된 케이스다. 제2롯데월드의 경우는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그룹 오너가 적자를 감수하고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추진했기 때문에 착공이 가능했다.

■서울지역 초고층빌딩
잠실 제2롯데월드 : 123층, 3조원, 롯데물산
용산 랜드마크빌딩 : 111층, 4조원, 코레일+29개 출자사
상암 서울라이트타워 : 133층, 3.7조원, 서울시·대우건설 등
뚝섬 글로벌비즈니스텐서 : 110층, 2조원, 현대차그룹

■마천루의 저주(skyscraper curse)

1999년 도이체방크의 애널리스트 앤드루 로런스가 100년간의 사례를 분석해 내놓은 가설. 초고층 빌딩 건립 프로젝트는 경제가 활황일 때 시작되지만 완공 시점에서는 거품이 꺼지면서 불황을 맞는다는 것. 1931년 엠파이어스테이트(102층·381m)가 완공된 때는 대공황이 깊어졌고, 1998년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타워(88층·452m)가 완공된 때는 아시아가 외환위기 상태였다. 두바이 부르즈할리파가 완공된 2010년에는 금융위기 여파로 두바이 경제가 디폴트 직전까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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