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완화한다는 뜻을 밝히자 일각에서는 정부가 또다시 '하우스 푸어'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한도를 확대해 집을 사는 사람을 늘리면 당장 주택시장 회복에는 도움이 된다.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주택 시장이 위축될 경우 결국 이들도 대출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하우스 푸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다.
◇ '1000조' 가계 빚..이자부담 점점 커지는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가계신용(부채)은 1021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었다. 이는 1년 사이 57조5000억원 늘어난 것이다. 특히 수도권 지역 아파트담보대출의 약 70%는 규제 하한선을 넘어서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집계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전체 금융권의 LTV는 평균 50.5%로 1년 새 0.5%포인트 높아졌다. 이에 따라 수도권 대출 51조6000억원의 약 70%는 LTV나 DTI 규제 하한선인 5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집값이 떨어지면서 담보가치가 하락했고 소득대비 부채 규모는 더욱 커졌다는 의미다. 가계 빚이 늘고 이자 부담이 커지는 흐름은 전세가격의 급등과 함께 정부가 전세수요자들을 매매시장으로 유도하는 정책을 진행하면서 더욱 속도가 붙었다.
국토교통부는 작년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제공하는 국민주택기금 대출금리를 낮추고 이들에 대한 LTV도 70%로 완화했다. 집을 살 때 주택기금에서 지분을 나눠 사주는 방식인 공유형 모기지도 도입하는 등 주택구입을 촉진하는 정책을 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LTV·DTI 완화 방침과 관련해 "내수 활성화가 플러스 효과라면 부채 증가와 금융시스템 불안은 마이너스 효과로 볼 수 있다"며 "효과를 잘 따져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 KDI는 지난달 LTV를 50%에서 60%로 완화할 경우 가계부채가 29조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근거로 "가계부채 문제는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 중 하나"라며 "이 문제를 심화시킬 수 있는 LTV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 집값 전망 회색빛..부실 '돌려막기'
정부는 이미 작년 '4.1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통해서도 다양한 '하우스 푸어' 지원방안을 내놨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지만 집값 하락으로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계층이 늘어나면서 사회 문제화 되자 이를 구제하겠다는 것이었다.
우선 희망임대주택 리츠(부동산투자신탁회사, REITs)'를 도입해 집을 처분하려 해도 팔리지 않을 때 정부가 리츠를 통해 집을 사주기로 했다. 아울러 하우스푸어에 대해 채무조정시 LTV 규제 예외도 허용키로 했다. 미리 금융권에 채무조정을 신청하면 집값이 떨어져도 대출받을 때의 LTV를 그대로 인정해 준다는 것이다.
하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이들을 정부가 나서 구제하는 것이 오히려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무리한 대출로 집을 사 재산을 늘리려던 이들에게 주택기금을 투입하는 것이 맞느냐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향후 집값 전망도 밝지 않다. 국토부 산하 국토연구원은 올해 주택 가격 상승률은 물가상승률에도 못미치는 1.3%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대외 불확실성도 주택시장을 냉각시킬 수 있는 추가적 변수다.
한편 대출 규제 완화는 시장에 우량 수요자를 끌어들여 대출 부실을 물타기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전문가는 "거래 활성화를 통해 주택시장에서 당장 대출에 부담을 느끼는 층과 가처분 소득에 여유가 있는 수요층 간 손바꿈을 이끌어 주택시장을 연착륙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