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르포]다운계약 '숨바꼭질' 거래..꺾일줄 모르는 시세

  • 2016.06.21(화) 11:20

위례지역 중개업소, 단속 피해가며 전화로 응대
'매도자들 버티기'..거래 줄었지만 웃돈 그대로

국토교통부가 '다운계약(실거래가격보다 낮은 금액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 등 분양권 불법거래 실태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설 뜻을 비친 뒤 위례신도시 분양권 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듯 보였다.

 

대부분의 중개업소들은 영업을 하지 않는 것처럼 차양막(블라인드)를 내려놓거나 문을 걸어잠근 채 혹시 모를 단속에 '시범케이스'가 될까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분양권 불법거래를 하려는 움직임들이 노출됐다. 중개업자나 분양권을 사고 팔려는 이들 모두 '단속만 피하면 된다'는 식이었다.

 

▲ 지난 17일 위례신도시 공인중개업소는 문을 잠근채 영업중이다./이명근 기자 qwe123@

 

위례신도시는 분양권에 대체로 1억원 넘는 웃돈이 붙으면서 '다운계약'이 관행적으로 이뤄진 곳으로 지적돼온 곳이다. 국토부가 지난 16일 분양권 불법거래에 대해 단속 의지를 밝히기 전에도 성남시가 점검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주말 돌아본 위례신도시에서는 종전의 활기찬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입주 단지 내 중개업소들은 일제히 문을 걸어잠궜다. 수도권에서 분양권 거래가 가장 활발했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한산한 광경이었다.

 

그렇다고 아예 영업을 중단한 건 아니었다. 전화 통화로 연결된 위례신도시 내 A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대적인 단속이 예정돼 있다고 해서 문을 닫고 전화로만 상담하고 있다"며 "분양권 매물이 있긴 하지만 지금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개업자들은 위례에 다운계약이 만연하다는 시각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중개업소 상당수는 "다운계약서 작성을 한 적이 없다"고 불법 거래 사실을 부인하면서 "왜 유독 위례만 다운계약이 많다고 표적 단속하는 지 모르겠다"고 불평했다.

 

하지만 매도자나 매수자를 가장해 구체적인 분양권 금액을 문의할 때는 매도자가 원한다면 양도소득세를 매수자에게 넘기거나 계약서에 금액을 낮춰 쓸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위례동 주민센터 인근 B중개업소 관계자는 "요즘은 워낙 조심스러워서 다운계약은 매도자와 매수자간 비밀 유지 등에 대한 협상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전화로 얘기하지 말고 일단 방문 약속을 잡자"고 했다.

 

▲ 지난 17일 굳게 잠긴 위례신도시 공인중개업소 출입문./이명근 기자 qwe123@

 

단속 때문에 거래가 뜸해졌지만 분양권 시세는 그대로다. C공인 관계자는 "위례호반베르디움' 전용 98㎡의 경우 웃돈이 지난 4월말에 1억2000만원까지 올라간 뒤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분양권 보유자들은 올 12월 아파트 입주까지 시간이 많은 편이라고 보는지 웃돈을 깎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약 6억5000만원인 위례호반베르디움 전용 98㎡는 지난달에는 17층 물건이 7억5780만원에, 지난 4월에는 25층이 6억7860만원에 거래됐다고 국토부 실거래 사이트에 올라있다. 웃돈 시세를 생각하면 많게든 적게든 '다운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분양권을 팔려는 일부 보유자들은 실거래 신고로 추가로 내야하는 수 천만원 수준의 양도소득세 과세분까지 더해 매도가격을 올려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D 공인 관계자는 "하지만 이미 분양권 가격이 많이 올라 있어 갑작스럽게 더 높인 가격에는 매수자들이 붙지 않는다"고 전했다.

 

당장은 일선 중개업소나 분양권 매도·매수 희망자들 모두 '소나기만 피하자'는 식이다. 위례신도시 D중개업소 관계자는 "분양권 거래가 끊겨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는 상황을 정부도 바라진 않을 것"이라며 "대대적인 단속이 지나면 다시 예전처럼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