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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집값 담합 제재의 기억

  • 2016.08.11(목) 14:36

말뿐인 당국 개입, 시장 비웃음만 키운다

꼭 10년 전 일이다. 2006년 여름 국토교통부 전신인 건설교통부가 아파트 단지 부녀회를 상대로 칼을 빼들었다. 부녀회가 나서 집값을 '얼마 이상 받자'고 조작하는 짬짜미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집값이 다락같이 올라 무주택자들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던 때다. 이런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게 그 때 정부의 '제1목표'였다.

 

당시 정부는 "집값담합 행위를 뿌리 뽑겠다", "부녀회와 중개업소에 과태료나 벌금, 영업정지 등 행정처벌을 내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그해 7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정부가 적발한 담합 단지는 서울 59곳, 인천 23곳, 경기 83곳 등 총 165개 단지나 됐다.

 

하지만 적발 단지에 대한 제재는 '솜방망이'도 못됐다. 제재라고는 담합 아파트에 대해 당시 공개되지 않던 실거래가 정보를 공개하고, 8주간 국민은행 등 시세정보업체의 집값 정보 제공을 중단하는 게 전부였다. 실거래가는 금세 전국적으로 공개됐으니 제제라 할 수도 없었다.

 

이를 두고 당시 한 기자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고 비꼬았다. 정부 대응이 '태산이 떠나갈 듯 요란스럽더니 쥐 한 마리가 나온 수준'이라는 얘기였다. 시장은 정부가 집값 앙등의 원인을 부녀회에게 떠넘기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국 '말폭탄'뿐이었다고 비웃었다.

 

관련법상 사업자도 아니고, 시장 점유율이 어느정도 있는 것도 아닌데다, 시장 참여자에 강제력을 가진 것도 아닌 부녀회를 처벌할 방도가 현행법상 애초 없기도 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 정부가 분양권 불법 전매와 다운 계약서 작성과 같은 위법 거래를 집중 단속키로 예고한 지난 6월중순 위례신도시에 위치한 부동산들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이명근 기자 qwe123@

 

잊혀질 만하면 나타나는 집값 담합이 최근에는 위례신도시에서 다시 나오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번에는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올려받자고 담합했다고 한다. 강북 일부 지역에서도 "매맷값 하한선을 두자"는 아파트단지 인터넷 커뮤니티 글이 최근 외부에 노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주택당국은 과거의 '공갈포'를 꺼내드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또 "시장 거래 질서를 교란할 수 있는 일인 만큼 현황 파악을 하겠다", "해당 단지에 대한 모니터링에 나서겠다"고 하고 있다.

 

담합은 시장에 독이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는데 내버려두는 것도 정부로서 직무유기다. 하지만 실효적인 제재 수단을 두지 않고 말로만 엄포를 놓는 방식은 오히려 혼란만 키운다.

 

국토부는 지난 6월에도 아파트 청약 및 분양권 관련 불법행위를 척결하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미리 계획을 내놓고 단속에 들어가면서 대상지역 중개업자들은 자취를 감췄다. 성과라곤 2건의 경미한 공인중개사법 위반행위 적발과 불법 천막 철거뿐이었다.

 

단속이 이뤄졌던 위례신도시에서는 예전보다는 다소 덜하지만 실거래 금액보다 수천만원 낮은 가격에 계약서를 쓰는 '다운계약'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고 한다. 집주인들 과욕의 결과물인 전셋값 담합 역시 이 지역 얘기다.

 

정부의 주택시장 대응이 자꾸 이런 식이어선 곤란하다. 당국이 나서는데도 바뀌는 게 없으면 시장은 코웃음만 칠 뿐이다. 비정상적 시장 행위에는 실효적인 제재수단을 두거나 아예 이를 차단할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정부 역할이어야 한다.

 

입으로만 떠드는 건 그때도 틀렸고 지금도 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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