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부동산 대책 후 주택 매매시장은 한층 한산해졌습니다. 금융·세제 등 다방면에서 고강도 수요억제책이 나오다보니 집을 사려던 사람들의 매수심리가 위축된 건 어찌보면 당연지사입니다.
그런데 대책 이후 주택시장 거래량 통계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시장에서는 거래가 크게 줄었다고 보는 반면, 정부는 예년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통계를 들이밀고 있습니다. 뭐가 맞는 얘길까요? 그 속을 한번 들여다 봤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전국 주택 거래량이 9만6578건으로 집계됐다고 18일 밝혔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9만8130건)보다는 1.6% 줄어든 것이고, 지난 5년(2012~2016년) 평균(7만2615건)보다는 오히려 33.0%나 증가했다는 내용입니다.
이 통계에서 지난달 수도권 거래량은 5만7094건으로 작년 8월보다 0.5% 늘었고, 지방은 3만9484건은 4.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 주택 거래량은 2만4259건으로 작년 동기(2만1649건)보다 12.1%나 늘어났고, 8.2 대책 '직격탄'을 맞았다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거래량은 5481건으로 작년 8월(4333건)보다 오히려 26.5% 늘었다는 걸로 나타납니다.
정말 그럴까요? 월초(8월2일)에 '역대급' 부동산 대책이 나온 8월에 서울이나 수도권은 주택 거래가 작년보다 늘어난 걸까요?
실제로는 그렇게 보기 어렵습니다. 국토부가 발표하는 월별 주택 거래량은 해당 한달간 이뤄진 주택거래 '신고' 건수를 집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주택매매계약 신고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계약후 60일 이내에 하도록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국토부가 내놓은 8월 주택거래 통계는 '8월1일~8월31일에 계약'한 거래 건수가 아니라, '6월1일~8월31일' 계약이 이뤄지고 또 '8월1일~8월31일에 신고'된 거래 건수라는 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 '신고일' 기준으로 집계하는 월별 주택거래량 추이(자료: 국토교통부) |
다시 말해 8월 거래량 통계에는 6~7월 계약한 거래분이 대거 포함되고, 반대로 8월 거래분은 8월·9월·10월 주택거래량 통계에 나눠 반영이 됩니다. 정부가 발표한 8월 거래량 통계에도 8.2 부동산 대책 이전, 거래시장이 들끓었던 6~7월 시장 상황이 더 많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처럼 60일이나 차이가 나도록 돼 있는 실거래 신고 규정은 꽤 큰 통계 시차를 부릅니다. 주택 시장 상황의 '동행' 지표인 거래량을 '후행' 지표로 만들어 버리는 거죠.
최근 시장에는 8.2 부동산 대책 여파로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지난달의 절반이하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는데요. 서울시가 운영하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지난 12일 현재까지 9월 일평균 거래량이 218.7건으로 8월 일평균 거래량(482.9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정부의 대책이 '거래 절벽'이라는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얘깁니다. 하지만 국토교통부는 이를 즉각 반박했습니다. 이 통계가 '신고' 기준이기 때문이라는 시장 상황을 판단하기에 적절치 않다는 논리였죠.
국토부 말은 이렇습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의 아파트 거래량 정보는 실거래가 신고 자료를 활용해 공개되고 있으며, 이는 '신고기준' 통계다. '신고기준' 통계는 계약 시점과 통계 집계 사이에 시차가 있다."
그러면서 대책 이후인 8월3일부터 8월31일까지 계약이 이뤄지고 실거래 신고까지 완료된 물량 통계를 근거로 내놨습니다. 서울의 경우 3458건으로 작년 8월(4137건)보다 16.4% 줄어든 데 불과하고, 5년 평균(2679건)과 비교하면 29.1%나 많다는 것이었죠.
▲ 국토부가 8.2 대책 후에도 주택거래가 예년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내놓은 주택거래량 통계(자료: 국토교통부) |
국토부는 오히려 "작년 동기 대비 거래감소폭도 '거래절벽' 수준의 문제상황이 아니다"라며 "가격 안정세 속에서 실수요자 중심의 정상적 시장 흐름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국토부가 반박을 위해 내놓은 통계는 유의미한 걸까요? 반박 자료에 제시된 숫자(3458건)은 오늘 발표된 8월 신고 건수(2만4259건)의 14.3%, 7분의 1에 불과합니다. 나머지는 85% 가량은 모두 6~7월에 신고된 것이라는 얘기죠. 정부는 '정상적 흐름'이란 판단을 장담할 수 있을까요?
이처럼 신고일 기준의 통계로는 실제 거래상황을 제대로 파악 할 수 없습니다. 대책 후 부작용으로 거래가 절반으로 줄었는지, 실수요자들 중심으로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 어느 숫자든 반박이 가능한 '불완전한 통계'라는 얘깁니다.
제대로 알려면 '계약일' 기준의 통계가 필요합니다. 현 신고 제도대로라면 8월 계약이 이뤄진 모든 거래의 신고가 이뤄지는 10월말에는 물리적으로 8월 계약건수를 집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계약시점 기준 통계는 아예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쪽 말이 맞는지 3개월 뒤에라도 알 수 있다면 대책 효과를 분석하거나 시장을 판단하기에 더 도움이 될 텐 데 말이죠.
거래량을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고일 규정을 '계약 후 15일, 계약후 1주일' 정도로 확 줄이는 것입니다. 아예 '계약-신고' 시차를 좁히는 것이죠. 실거래신고제가 처음 시작된 2006년에는 전자신고 등이 어려웠겠지만 지금은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요?
문재인 정부는 주택시장에서 돈을 벌겠다는 이들을 '투기꾼'으로 규정했습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취임 때부터 '다주택자 주택 구입 통계'를 무기 삼아 강력한 규제를 펼 것을 예고했죠.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에게 통계는 '무기'가 됩니다. 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지는 통계는 혼란만 일으킵니다. 지금은 달콤한 숫자일 수 있어도, 나중엔 외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걸 정부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얘깁니다.
** 오늘(18일) 현재까지 신고된, 그러니까 8월 이후에 신고를 했더라도 8월내 계약이 이뤄진 서울의 주택 실거래건수는 6210건입니다. '계약과 거래가 모두 8월에 이루진 거래건'(3458건)과도, 오늘 발표된 '8월 신고 건수'(2만4259건)와도 차이가 너무 큽니다. (이 역시도 사실 전수는 아닙니다. 국토부는 모든 주택거래를 실거래 신고토록 하고 있지만 정상거래가격 범위 밖에 있는 것을 제외해 실제로는 전체의 95% 가량만 사이트에 올라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