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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해외건설]①꺼지지 않는 불씨

  • 2018.03.05(월) 10:58

작년 해외수주 반등…올해도 성장 전망
이전 수주사업 위험 여전…경쟁 심화

초부터 해외건설 부실사업장이 국내 건설업계를 덮쳤다.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예정됐던 대우건설이 모로코 사업장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견되면서 결국 매각자체가 불발된 것. 대우건설 뿐 아니라 국내 건설사들은 여전히 해외 부실사업이라는 폭탄을 안고 있다. 최대한 터지지 않도록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언제 터질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현황과 부실 원인, 향후 전망 및 성장을 위해 필요한 전략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한동안 잠잠했던 건설사들의 '해외 부실사업'이 또 다시 수면위로 드러났다.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현장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 대우건설이 작년 4분기 143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부터다.

대우건설은 호반건설로의 매각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해외 사업장에서 예상치 못한 손실이 드러나며 결국 무산됐다. 국내 건설업계에 해외 부실사업 트라우마가 재차 드리운 이유다.

특히 그동안 해외사업에서의 부실을 메울 수 있었던 국내 주택사업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그 만큼 해외 수주의 중요성이 커지는 까닭이다. 여전히 해외 부실사업장이 존재하는 가운데 신규 수주 시장에서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어 국내 건설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 해외수주, 6년 만에 반등

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는 290억56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2.9% 증가한 수치다.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는 2010년 정점에 달했다. 당시 연간 수주액은 715억7881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걸었고 2016년에는 281억9231만달러에 머물며 3분의1 토막 났다.

무엇보다 무분별한 저가 수주 여파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 영향이 크다.

2000년대 후반부터 고유가 시대가 안착되면서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플랜트를 비롯해 다양한 공사발주가 대규모로 이뤄졌다. 당시 국내 건설사들은 사업 규모를 키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 수주시장을 공략했고, 경쟁적인 저가 공략으로 눈에 띄는 수주성과를 확보했다.


하지만 기술력 부족과 중동 지역 특유의 사업 환경 등으로 공기지연을 비롯해 해외사업장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중동은 국내와 다르게 건설 산업 인프라가 부족하고, 정세불안 등 다양한 요인으로 자재를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며 "또 2014년부터 유가가 급락하는 등 발주사들의 경영상태가 악화된 점도 해외사업에서의 부실이 커졌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2014년부터 국내 분양시장이 초 호황기를 맞았고, 국내 건설사들도 이 시기를 최대한 누리기 위해 주택사업에 집중했다.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해외 사업 비중을 낮추는 대신 국내 사업 비중을 높였고, 이는 해외사업 수주 감소세로 이어졌다.

그러던 것이 작년을 기점으로 해외수주가 다시 성장세로 전환됐다. 올 들어서 국제유가가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발주량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서다. 증권업계에서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성장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다.

◇ 중요성 커졌지만…부실 위험 여전

해외시장에서의 발주는 산유국이 몰려있는 중동 지역과 최근 경제가 급성장하고 있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KB증권은 올해 글로벌 플랜트 부문 발주는 지난해보다 27.6% 증가한 1472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해외 발주량 증가는 국내 건설사들에게는 기회다. 새로운 사업 기회가 생기는 까닭이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대형 건설사들이 주도했던 재건축 및 재개발 사업 규제가 촘촘해지면서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다시금 해외 시장 수주의 중요성이 커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기술격차가 줄어들면서 경쟁강도가 점차 심화되고 있어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해외 EPC(설계‧조달‧시공) 시장의 낮은 진입장벽과 높은 수주경쟁 강도, 경기 민감성과 거시경제변수 변동에 취약한 수익구조 등을 이유로 올해 해외건설에 대해서도 위험이 높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김창현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양적완화 기조에 힘입어 선진국 건설사들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졌고, 신흥국 건설사들은 이전보다 기술력이 제고돼 올해도 높은 경쟁강도가 지속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국내 건설사들의 사업 환경과 해외매출 및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내 건설사들이 다수 진출한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 등의 이유로 기존 사업장들의 채산성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해외사업에서의 어려움을 지속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선영귀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저하된 해외수주 여건이 계속되고 있고 주요 사업의 준공 시기 지연 등을 고려하면 건설사들의 해외부문은 부진한 실적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며 "사업 준공시기와 추가손실 발생여부, 신규수주 회복 및 신규 수주의 채산성 확보 여부는 계속 지켜봐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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