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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늘어나는 전세, 임대차 시장 움직일까

  • 2018.03.15(목) 15:03

입주 앞둔 주택 증가로 전세공급 풍부
시장은 여전히 월세…전세도 지역 양극화

주택 임대차 시장 분위기가 판이하게 바뀌고 있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전세 품귀현상이 극심했고, 이제는 월세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세 매물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신규 입주물량이 크게 늘면서 이전과는 반대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 역전세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처럼 전세 공급이 늘면서 월세 중심의 시장 구조를 정착시키려 했던 정부 정책에도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 전세가 돌아왔다

15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주대비 0.07%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기간 KB부동산 조사에서도 전국 전세가격은 0.1% 빠졌다.

가격 하락은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최근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와 평택과 인천 등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주택이 입주를 앞두고 있는데 반해 이 지역에서 세입자를 찾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나타나게 된 배경은 지난 2~3년간 신규주택 분양이 초호황을 맞으며 대규모 주택단지가 공급됐고, 이 단지들의 준공 시기가 속속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5년 주택 착공 규모는 71만6759가구로 전년대비 41.2% 급증했다. 이후 2016년에는 65만7956가구, 2017년 54만4274가구로 줄어들긴 했으나 분양시장이 살아나기 이전인 2012~2014년 평균 주택 착공 규모가 47만2547가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속적으로 많은 주택의 공급이 이뤄졌다.


당시 정부는 대출규제를 완화하고 청약 문턱을 낮추며 분양시장을 통해 경기 활성화를 유도했다. 여기에 저금리 시대가 안착되면서 집으로 수익을 얻기 위해 전세를 반전세 혹은 월세로 전환하는 집주인들이 늘어 전세난이 심각했던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크지 않았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 뿐 아니라 투자자들까지 분양시장에 몰렸다. 자금 확보가 쉬웠고 집값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이제 시장 상황이 바뀌었다. 대출 문턱은 높아졌고,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전세입자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받아 잔금을 치르려는 수분양자들이 늘면서 전세물량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그동안 주택 공급량이 많았고, 특히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 구매 후 집값 상승을 기대)자들이 시장에 적극 참여했던 까닭에 입주를 앞두고 전세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 전세 증가 지속…임대사업 영향은

앞으로도 입주 물량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 4월에는 전국에서 2만7542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전년 동기대비 102% 증가한 1만11가구에 달하고, 올 연말까지 전국적으로 집들이가 예정된 가구 수만 4만4350가구 정도로 추산된다.

공급은 계속되는 반면 해당 지역에서 전세를 살려는 세입자는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월세의 무게감이 커지고 있던 임대차 시장에서 변화의 움직임이 생길지 관심이 쏠린다. 과거 정부는 전세난 해법으로 민간 임대사업 확대를 통해 월세시대를 안착시키는데 방점을 찍었고, 지난해 발표한 8‧2 대책에서도 주거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으로 다주택자의 민간임대사업 등록을 독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의 시장 분위기가 전체 흐름을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실장은 “자가 비중이 높은 지방의 경우,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의 비중이 전세보다 높다”며 “최근 전세공급이 늘어나는 곳은 수도권 일부 지역이어서 월세를 기반으로 한 임대차 시장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구 고령화와 1~2인 가구가 늘고 있다는 점도 전세보다 월세 비중을 높이는 요인”이라며 “최근의 전세공급 증가가 정부의 임대차 시장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전세시장에서도 지역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양지영 소장은 “동탄2신도시와 평택 등 대규모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지역은 전세공급은 늘고 세입자를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며 “반면 강남 등 서울에서는 멸실 주택을 감안하면 입주물량이 많지 않고 거주 수요는 꾸준해 전세매물 품귀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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