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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이 달린 철길' 너머 유라시아 횡단까지

  • 2019.02.28(목) 15:01

개성, 평양, 중국 거쳐 유럽까지…철도연결 잠재력 확인
이미 뚫린 경의선, 현대화로 충분히 가능
'하노이 선언'에 남북경협 제재완화 포함할지 주목

'총 65시간40분, 4500여킬로미터의 여정'

유라시아 대륙 횡단의 꿈

한때 '육로여행'을 꿈꾸며 도전을 한적이 있습니다. 네팔에서 시작해 인도, 파키스탄, 이란, 터키, 그리스까지 이어지는 유라시아대륙 횡단을 말이죠. 물론 이 도전은 파키스탄에서 이란으로 넘어가는 국경에서 막혔지만요.(테러 위험까지 감수할 순 없잖아요)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는 육로여행은 여행자들에겐 로망이나 다름없습니다. 몸이 고되고 무모해 보이긴 하지만 한번쯤 도전해 보고 싶은 그런 것 있잖아요. 물론 항공을 이용하면 더 빨리, 더 편하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겠죠. 하지만 '빠른 것'이 주지 못하는 게 있습니다. 느리게 가야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잔잔한 것'들 말이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든 이들의 예상을 깨고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까지 육로, 즉 철도를 이용한 여정을 택했습니다. 평양에서, 중국을 거쳐 베트남 국경에 있는 동당까지 장장 2박3일이 걸리는 일정이었죠.

이런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졌습니다. 북한의 개혁개방에 대한 의지, 미국에 대한 압박, 철길을 열어준 중국의 뒷배 혹은 중국의 역할론 등 말이죠.

끊어진 허리만 연결하면…

그런 기품(?)있는 해석을 뒤로 하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겁니다. '아! 저런 루트가 진짜 되는구나'라고요. 지금은 잘려나간 허리 때문에 중국에서 혹은 러시아에서, 아니면 저처럼 네팔을 출발점으로 해야 하는 유라시아 대륙 횡단을 서울에서도 가능하다는 것을 말이죠.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리얼미터)에서도 국민 3명 중 1명(33%)이 정부가 중점 추진해야 할 남북경제협력 분야로  '철도·도로'를 꼽았다고 하는데요. 철도연결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뜨겁습니다. 여행이나 관광뿐 아니라 물자수송 등의 다양한 산업적인 효과는 말할 것도 없겠죠. 아마 김 위원장도 우리에게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게 아닐까요.

우리에겐 이미 경의선이 있습니다. 경의선을 이용해 서울에서 개성, 평양까지 갈 수 있습니다. 아주 쉽죠. 이미 10년 전인 2008년 11월 개성공단 폐쇄 전까지 남측의 도라산역에서 북측의 판문역(개성)까지 우리 열차가 달렸던 구간이기도 하고요.

지난해 12월 26일 국토교통부와 통일부는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가졌다./사진=국토부
'개성~신의주' 이미 가봤던 길

지난해 12월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 앞서 남북 공동 조사단이 우리 열차로 개성에서 신의주까지 한차례 지나왔던 길이기도 합니다.

국토부 한 관계자도 "경의선 현대화 작업을 통해 철로시스템과 전기 등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면 우리 열차가 북한, 중국, 베트남까지도 갈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지난해 국제철도협력기구(OSJD)에 가입한 것도 큰 힘이 될 테고요. OSJD는 유라시아 대륙의 철도 운영국 협의체로 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등 28개국이 정회원인데요. 그동안 우리는 북한의 반대로 가입할 수 없었습니다. 이제 중국횡단철도, 시베리아횡단철도, 몽골종단철도를 포함해 유라시아 횡단철도를 이용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겁니다.

물론 이번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한다고 해도 당장에 크게 바뀌는 일은 없을 겁니다. 결국은 UN안보리 제재와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 등이 풀려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철도 및 건설업계에서도 짧아야 1년 길면 2년 이상까지도 걸릴 것으로 보고 있더군요.

서울역에서 시작한 유라시아 횡단기

임종일 국토부 철도건설과장은 "종전선언이 경제협력으로 바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면서도 "제재완화 수순으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경의선과 동해선에 대해 남북공동조사를 하기는 했지만 대북제재때문에 첨단 조사 장비를 북측에 갖고 들어갈 수가 없었는데요. 정밀 조사나 설계에 한계가 있었던 겁니다.

이같은 수준의 제재만 풀어줘도 남북철도 연결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나옵니다. 실제 이번 회담에서 남북경협에 대한 합의내용이 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되고요.

머지 않아 유튜브 등을 통해 '도라산역에서 베트남가기', '서울역에서 시작한 유라시아 횡단기' 등을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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