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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잇슈]'적과의 동침' 건설사 컨소시엄 부활하는 이유

  • 2021.03.19(금) 10:29

[인사이드 스토리]리모델링 수주전, 대형사 합종연횡 활발
재건축·재개발 '단독입찰'선호, 리모델링은 '초기 리스크분담'

'같이 합시다~'

최근 리모델링 수주전에서 대형 건설사들끼리 손을 잡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는데요. 주로 1000가구 이상의 대규모 리모델링 추진 단지에 입찰할 때 금융비용이나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합종연횡하는 추세인데요. 

정비사업을 떠올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집니다. 수천가구 '공룡급' 규모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따낼 때는 단독 입찰을 고수하는데 리모델링사업에선 손을 잡는 이유는 뭘까요.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 대규모 리모델링단지 수주 '컨소시엄' 활발

최근 리모델링 업계에선 대형 건설사들끼리 컨소시엄을 맺고 입찰에 참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규모가 큰 단지들 위주로요. 

경기도 용인 '현대성우8단지' 리모델링사업은 지난해 12월 포스코건설·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시공권을 확보했는데요. 이 단지는 공사금액만 3400억원 규모로 1239가구에서 1423가구로 탈바꿈합니다. 한 때는 이들 건설사의 경쟁구도가 예상됐지만 공동수주한 결과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참석조합원 672명 가운데 660명(98%)의 찬성을 받았습니다. 

올해도 수도권 주요 지역의 대규모 리모델링 수주에 컨소시엄으로 도전하는 건설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경기도 광명 '철산한신'(1803가구) 리모델링사업은 현대엔지니어링·쌍용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인데요. 이 단지는 지난해 말 1·2차 현장설명회 모두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유찰됐다가 올해 1월13일 현장설명회에 이들 컨소시엄이 단독 참여하면서 수의계약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20일입니다. 

서울 송파구 '가락쌍용1차'(2373가구) 리모델링사업엔 쌍용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으로 구성된 쌍용컨소시엄과 포스코건설이 이달 현장설명회에 참여했습니다. 국내 리모델링 준공 실적 1위 쌍용건설과 누적 수주 실적 1위 포스코건설의 쟁쟁한 기싸움이 예상되는데요. 가락쌍용1차 조합은 내달 1일 입찰을 마감하고 5월중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 예정입니다. 

업계 1·2위가 손을 잡고 들어간 곳도 있습니다.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1963가구) 리모델링사업엔 시공능력평가 1위인 삼성물산과 2위인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했는데요. 금호벽산 조합은 이들 컨소시엄이 이달 현장설명회에 단독 참여하면서 재입찰을 진행하기로 한 상태입니다. 경쟁사 출현 가능성이 낮은 데다 대형건설사 중에서도 빅2가 도전장을 내민 만큼 이들 컨소시엄의 수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 정비사업은 단독수주하면서…리모델링은 왜?

대형건설사들의 리모델링사업 컨소시엄 수주가 점점 활발해지는 모습인데요.

정비사업 수주전을 떠올려보면 좀 의아합니다. 재건축·재개발 수주 때는 아무리 규모가 큰 단지여도 '단독' 입찰을 하는 추세가 강하거든요. 지난해 수주전만 봐도 5816가구의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사업은 현대건설이, 2091가구로 조성되는 서초구 '반포3주구' 재건축은 삼성물산이 각각 단독 수주했습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정비사업 조합이 단독입찰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는데요.

좀 거슬러 올라가보면요. 과거엔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이뤄 사업을 진행하는 경우는 국가나 공공기관이 발주한 국책 토목공사 정도였는데요. 2010년대 들어와 민간 주택 시장에서도 컨소시엄 단지를 흔히 찾아볼 수 있게 됐습니다. 

특히 부동산 시장 침체 시기에 컨소시엄 수주가 열풍이었죠. 건설사 입장에선 금융비용, 미분양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으니까요. 규모가 크고 상징성이 높은 곳을 전략적으로 수주하면서 지역 내 랜드마크 단지를 만들 수도 있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컨소시엄의 단점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으니 조합에 불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거나, 시공 하자가 생겼을 때 건설사들끼리 책임을 떠넘기는 사례 등이 나온거죠. 

이에 2017년 반포주공1단지, 한신4지구 등 강남권 주요 단지들이 입찰공고 내 입찰 자격에 '공동참여 불가'라는 단서를 달았고요. 지금도 수도권 주요 단지들은 단독 입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리모델링 시장에선 컨소시엄이 흥하는 모습인데요. 아직 시장 초기인 만큼 '리스크 분담'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리모델링 시장이 활개한지 얼마 안 됐고 시장이 이제 막 커지는 단계라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건설사들도 새 아파트는 많이 지어봤지만 뼈대를 남긴 상태에서 리모델링하는 공사 경험은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수직증축 등 사업성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규제도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 리스크 헷징 차원에서 리모델링 수주는 컨소시엄으로 가는 추세"라고 덧붙였습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정비사업도 단지 규모, 사업성 등을 봐서 컨소시엄을 구성해 들어가고 있다"며 "다만 강남이나 주요 단지는 브랜드 단일화, 경쟁 입찰을 선호하고 단독입찰을 요구하기 때문에 단독수주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리모델링 시장은 이제 막 시작 단계라 정비사업처럼 모든 대형건설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서는 수준은 아니어서 정비사업만큼 조합의 협상권이 높지는 않다"고 귀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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