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지나치게 무료하다면 지주택에 투자해라.'
지주택 사업 투자 시 한 번쯤 들어볼법한 조언이다. 지주택 투자 실패 및 사기 사례들이 판을 치는 탓이다. 각종 사례들이 축적되면서 지주택 투자 위험성이 충분히 알려진듯 하지만 여전히 투자 시도는 끊이질 않는다.
과대 광고에 현혹되는 것은 물론 최근엔 높아진 집값이나 청약 문턱에 조급해진 무주택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주택에 접근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띈다. 지주택 투자, 마냥 지옥문을 여는 걸까?
무주택자 위한 '반값 아파트'?
지역주택조합은 지난 1970년대 후반에 무주택 서민 및 소형주택 소유자들이 모여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나온 제도다. 청약통장 가입자들에게 공급하는 일반분양제도에 대한 예외적 제도로 무주택이거나 주거전용면적 85㎡ 이하 한 채 소유인 세대주를 대상으로 한다.
재개발과 재건축은 '건축물+토지' 소유자들이 조합을 꾸린 뒤 건물을 허물고 새 건물을 짓는 사업이라면 지주택은 조합원들이 공동으로 토지를 매입하고 건축비를 부담해 직접 개발하는 방식이다.
최소 20명 이상이 조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한 뒤 주택건설 예정 가구수 50% 이상의 조합원을 모집하고 건설대지 80% 이상의 토지사용승낙을 받으면 조합설립이 인가된다.
이후 사업대상 토지의 95% 이상을 매입하면 주택건설 사업계획이 승인되고, 건설대지 100% 소유권을 확보하면 착공 및 일반분양을 진행할 수 있다. 이후 입주, 조합청산, 해산 등 순이다.
지주택은 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는 만큼 비교적 개발 절차가 단순하고 중간마진을 없앨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일종의 '공동구매'이기 때문에 순탄하게 진행한다면 조합원들은 일반분양가의 '반값'으로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지주택 아파트를 '반값 아파트'라고 홍보하는 이유다.
청약 규제에서도 자유롭다. 주택 청약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분양처럼 청약 가점, 1순위, 당첨제한 등의 조건이 없으며 선착순 계약으로 진행된다.
들어가긴 쉽지만 나가긴 어려웠던 조합 탈퇴도 전보다는 수월해졌다.
지난 2020년 7월24일 주택법 개정으로 사업진행 지연 시 강제해산 및 환불조건이 생기면서 조합원 모집신고 수리 날로부터 2년 이내 설립인가가 안 되거나, 설립인가 후 3년 이내 사업계획 미승인 시 총회 의결을 통해 사업종결 및 해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그래서 땅은 샀고?…'입주 하세월' 다반사
그럼에도 지주택 투자 실패 사례는 여전하다. 토지매입이 관건인데 이 과정에서 '세월아네월아' 하는 경우가 많다.
지주택은 남의 땅에 집을 짓는 사업 구조인 만큼 얼마나 땅을 확보했느냐가 사업 성패의 키다. 지주택이 사업계획승인을 따내려면 구역 내 토지를 95% 이상 확보해야 하는데, 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이른바 '알박기' 하는 지주 문제 등으로 인해 이 수치를 채우기 쉽지 않다. 토지 매입에 시간이 소요되면 소요될수록 예상했던 토지 매입비가 대폭 상승할 수 있는데, 이또한 사업 주체인 조합원이 떠안게 된다.
과대 광고도 문제다. 토지 확보가 다 된 것처럼 홍보를 하지만 실상은 '매매계약체결'만 했거나 그조차도 진행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조합원 모집 시 아르바이트를 고용, 계약 건당 수당을 주는 성과제를 적용해 '깜깜이 모집'을 부추기기도 한다.
일부 업무대행사는 사업승인이 나기 전 '준조합원', '2차 조합원' 등의 이름으로 조합원을 추가 모집하기도 한다. 이 경우 법적으로 지위가 인정된 조합원이 아니므로 추후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조합으로부터 돈을 돌려받기도 어렵다.
지주택 추진위와 업무대행사가 결탁, 유령회사를 만들어 토지 매입비 등을 가로채는 사기도 비일비재하다. 자금난 등으로 조합이 부도를 맞을 경우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고 조합원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다.
우여곡절 끝에 조합이 토지 매입을 완료했다고 해도 추가분담금을 무시할 수 없다. 사업이 지연됐을 경우 시공사가 일반분양 지연 등에 따른 추가분담금을 통보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조합원이 일반분양가보다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로 지주택 투자 시 입주 시기가 불분명한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지주택 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많이 알려졌지만 집값이 오르고 청약경쟁이 심화하자 마음이 조급해져 지주택으로 눈을 돌리는 사회초년생이나 노인분들이 있다"며 "토지매입률이 높으면 안전하다 등의 얘기도 있지만 단지 그것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주택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다는 장점이 있지만 잘못 베팅했다가 내집마련 시기가 점점 미뤄질 수 있으니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