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집잇슈]다주택자 6월1일 전에 집 팔 수 있을까?

  • 2022.04.13(수) 06:30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완화 4월 불발
5월11일부터 소급…'시간 촉박' 거래될까
<어느 다주택자의 가상 일기>

집 사는 것만 힘든 줄 알았더니 파는 것도 쉽지가 않다. 6월1일 전에는 팔아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도, 종부세도 피할 수 있는데 시간이 촉박해 마음만 급할 뿐이다. 

물론 좀 더 일찍 준비할 수도 있었다. 대선 전부터 양당 후보 모두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를 약속했기 때문에 규제 완화 가능성이 높은 정책이었다. 하지만 시행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지난달 31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발표다. 인수위는 이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율을 1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기 위한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을 현 정부에 요청하겠다고 밝혔다.▷관련기사: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1년 유예…집 팔어? 말어?(3월31일)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4월중 해당 내용을 발표하면 발표일부터 소급 적용할 수 있으니, 종부세 과세기준일인 6월1일 전 다주택자의 처분을 유도하기 위한 제안이었다. 

나도 2주택자로서 이번 기회에 덜 똘똘한 한 채를 팔아 세금 부담을 줄일 생각이었다. 문 정부 출범 이후 종부세 및 양도세 부담이 모두 커졌기 때문이다. 

현재 다주택자 종부세율은 최고 6%, 양도세율은 최고 75%까지 높아졌다. 특히 양도세율의 경우 1주택자는 과세표준에 따라 6~45%의 기본세율로 과세되지만 2주택자는 여기에 중과세율 20%포인트, 3주택자는 30%포인트가 더 붙는다. 지방세(세액의 10%)까지 감안하면 세금 부담은 더 커진다. 

정부도 인수위의 요청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듯한 분위기라 확정 발표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웬걸. 기획재정부는 지난 11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율 한시 배제와 관련해 "새 정부 출범 이후 새로운 정책 기조 하에 마련될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 로드맵에 따라 다른 정책들과 연계해 검토하고 추진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거부 의사를 표했다. 종부세 부과일까지 50일 정도 남은 상황이었다. 

인수위는 새 정부 출범 즉시 시행령 개정에 착수해 5월11일부터 해당 내용을 소급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시행 시점이 확실시 된 상태라 나처럼 매도 대기자들은 팔기만 하면 된다. 

국세청 간이세액계산기를 통해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을 보유한 나의 경우를 살펴보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면제되면 세금을 1억원 가까이 줄일 수 있다. 

10억원(제반 비용 포함)에 산 집을 2년 만에 15억원에 팔 때, 현 제도 아래서는 양도차익 5억원에 대해 2억7310만원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양도세 기본 공제 250만원을 제한 뒤 남은 과세표준에 세율 60%를 적용한 금액이다. 

그러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피하면 세율 40%를 적용해 양도세가 1억7360만원으로 줄어든다. 내야할 세금이 '억'대라는 점에서 부담은 여전하지만 이전보다 9950만원이나 줄어든다. 

문제는 시간이다. 

5월 11일~30일 내 잔금을 치러야 양도세 혜택을 받고 종부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보통 계약하고 잔금까지 2~3개월 여유를 두는데, 오늘(4월13일) 계약을 해서 5월 말일로 잔금일을 잡는다고 해도 잔금 마련 시간이 2개월도 안 된다. 

그나마 다행히 내가 팔려는 집에 살던 세입자가 계약기간이 다가와 5월에 이사를 나가기로 했다. 지인 중엔 집을 한 채 처분하고 싶어도 전월세가 끼어 있어 매수자가 선뜻 나서지 않는다고 한다. 

여러모로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가격을 시세보다 많이 낮출 수밖에 없다. 부동산에서는 '급매' 수준으로 시세를 낮춰야만 거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 들어 부동산 규제가 더 완화될 수 있어 시장이 일단 관망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최근 매수심리가 일부 살아나긴 했지만 여전히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3월 넷째주, 한국부동산원)는 89.1로 기준선(100)을 밑돌고 있다. 

매도자 입장에서도 당장 자금 사정이 어려운 수준이 아닌 이상 가격을 크게 낮추기엔 아까운 마음이 든다. 이쯤되니 '차라리 더 버텨볼까' 싶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면 지금 양도세 혜택으로 보전한 금액보다 시세차익이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든다. 

중개업소에선 계속 연락이 온다. 가격을 좀 더 낮출 수는 없냐고. 아, 정말 고민된다.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를 앞두고 한창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을 다주택자의 상황을 가상으로 구성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배제는 세금 부담 경감 기회를 노린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유도하기 위한 조치로,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그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그러나 촉박한 처분 기간(종부세 과세 기준일 이전 처분), 규제 완화 기대감 등이 맞물리면서 거래에 숨통이 트일 정도로 매물이 나오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매수자 입장에선 6월 전에 거래하면 집을 산 지 얼마 안 돼서 종부세 등 보유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을 크게 낮추지 않는 한 매수 유인이 떨어진다"며 "종부세를 누가 낼 것인가를 두고 매수자와 매도자의 줄다리기가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