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부동산 시장 경착륙을 막기 위해 대대적인 규제 완화책을 예고했다. 시장에서는 완화 수위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들이 규제지역 해제에 포함될지 관심이다. 여기에 더해 연내 발표할 재건축 안전진단 완화 방안과 추가 대책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시장 침체기가 이어졌던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대출·세금 규제는 물론 정비사업과 분양제도 등 전방위적인 완화 방안을 쏟아낸 바 있다. 다만 이런 완화책이 자칫 다시 시장을 자극하는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달 주정심 개최…서울·경기 핵심지 풀릴까
국토교통부는 이달 중 부동산 규제지역 지정이나 해제를 결정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주정심)를 열 예정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실수요자 보호와 거래 정상화 방안의 일환으로 11월 중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9월 주정심에서 조정대상지역 101곳 중 41곳, 투기과열지구 43곳 중 4곳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현재 서울·수도권 주요 지역과 인천, 세종 등이 규제지역으로 지정돼있다.
시장에서는 과연 이번 규제 해제 지역에 서울과 수도권 핵심 지역이 포함될지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집값 하락세 등을 고려하면 규제를 해제할 정도의 요건은 충족했다는 평가지만, 자칫 시장을 자극할 수 있는 탓에 대대적인 해제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과 경기 핵심 지역의 경우 해제 논의 대상에 오를 수는 있지만 아직 시기상조라는 여론도 있는 만큼 해제를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서울 외각의 경우 시장 반응을 보기 위해 해제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그간 정부가 규제 완화에 속도 조절을 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을 포함하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규제 해제 이후 시장의 반응을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기 때문에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서울 외곽을 먼저 풀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박근혜 대대적 규제 완화…이번에는?
전문가들은 정부가 규제지역을 대폭 해제하더라도 최근의 집값 하향 흐름이 뒤바뀌지는 않을 거라는 전망이 많다. 금리 인상이 지속하는 데다가 경기 침체의 흐름이 갈수록 뚜렷해지는 탓에 정부 정책의 효과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되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책을 줄줄이 쏟아냈지만 수년간 하향세가 지속했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양도세와 취득세 등 부동산 세금은 물론 대출 규제와 재건축 규제 등을 줄줄이 풀어줬다. 규제지역의 경우 단계적으로 해제 절차를 밟다가 정권 말에는 강남3구까지 해제했다.
하지만 시장이 지속해 침체하면서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거나 대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등의 강도 높은 방안을 추진했다. '빚내서 집사라'는 정책이란 평가를 들을 정도로 규제완화책을 내놨다.
윤석열 정부 역시 부동산 침체기를 맞은 만큼 이런 단계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규제지역 해제로 시장의 반응을 살핀 뒤 연말로 예정한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방안, 취득세 등 부동산 세금 완화 방안 등을 내놓을 거라는 전망이다.
윤 수석연구원은 "서울과 경기 핵심지역 규제를 해제한 뒤에도 거래가 살아나지 않는 등 시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추가로 취득세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완화 여부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 대표는 "지난 정부에서 부동산 시장을 과하게 통제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정상적인 거래가 가능한 정도의 '정상화'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취득세 완화 등은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가능한 방안"이라며 "다만 DSR 완화의 경우 가계부채 문제나 개인 신용 리스크 등의 문제를 심화할 수 있는 만큼 정부도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