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아파트 낙찰률이 14.2%로 직전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경매 시장에 나온 서울 아파트 10개 중 1~2개만 낙찰된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도 80%대로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규제지역을 해제하면서 부동산 경기 연착륙을 시도했지만 경매 시장에 찬바람만 불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증가했으며 실거래가가 하락하면서 상대적으로 감정가액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 32.8%·낙찰가율 78.6%
6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2년 11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11월 전국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32.8%로 전달(36.5%) 대비 3.7%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09년 3월(28.1%) 이후 13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낙찰가율은 전월(83.6%) 대비 5.0%포인트 하락한 78.6%를 기록했다. 2013년 5월(79.8%) 이후 처음으로 80% 선이 무너졌다. 낙찰가율이 80%면 감정가가 10억원인 아파트 매물이 8억원에 낙찰됐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낙찰률은 14.2%로 전월(17.8%) 대비 3.6%포인트 하락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번 경신했다. 낙찰가율은 83.6%로 전달(88.6%) 보다 5.0%포인트 떨어져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하고 있다.
서울 주택 최고가는 강남구 청담동의 한 주택에서 나왔다. 이 주택은 80억6890만원에 낙찰(감정가 91억1525만원)되면서 낙찰가율이 88.5%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신논현마에스트로 오피스텔에 21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이 오피스텔은 1억9721만원에 낙찰(감정가 2억1000만원)되면서 낙찰가율이 98.1%였다.
경기도 아파트 낙찰률은 40.8%로 전월(31.9%)보다 8.9%포인트 상승했다. 가격 부담이 적은 경기도 외곽의 감정가 2억원 이하 아파트에 많은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률이 반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낙찰가율은 78.9%로 전달(81.0%) 보다 2.1%포인트 하락했다.
인천 아파트 낙찰률은 전달(31.1%) 대비 8.2%포인트 하락한 22.9%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낙찰가율은 69.7%로 전달(78.7%) 보다 9.0%포인트나 떨어지면서 전국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실거래가 하락에 '경매 감정가'가 더 비싼데
매매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면서 경매시장 아파트 매수 수요도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최근 규제지역을 해제했지만 경매 시장에서도 매수 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9일 서울, 과천, 성남(분당·수정), 하남, 광명을 제외한 수도권과 세종을 규제 지역에서 해제했다.▷관련기사: 경기·인천·세종도 규제지역 해제…서울등 제외(11월10일)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대부분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해제됐지만 낙찰가율은 오히려 하락하고 있다"며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때문에 수요자들이 경매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감정가가 실거래가보다 높아졌다는 점도 경매 시장 위축의 원인으로 꼽힌다.
보통 경매의 경우 경매 시점보다 6개월 전에 감정이 이뤄지면서 부동산 경기가 침체할 경우 감정가격과 시세간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
가령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 신림푸르지오 전용 84㎡는 지난달 7억2130만원에 낙찰(감정가 10억40000만원), 낙찰가율이 69.4%였다. 같은 조건의 매물이 지난 10월 8억원, 지난 4월 10억8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지난달 감정가액이 반년 전인 4월 실거래가와 비슷한 수준인 셈이다.
지난달 경매가 유찰된 서울시 양천구 신정동 목동신시가지 14단지 전용 108㎡ 감정가는 19억7000만원이지만, 지난 10월 16억원에 손바뀜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일부 강남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감정가가 실거래가보다 높다"며 "감정가가 높아 낙찰가율이 더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