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제자리 걸음했던 '강남 재건축 상징' 은마아파트가 오는 30일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를 시작한다. 조합설립 절차에 나서면서 재건축 사업 추진이 더욱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10월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를 통과한 데 이어 지난달(16일)에는 은마아파트 일대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다만 아직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조합 설립을 위해선 상가 소유주 50%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상과 소유주와의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벌써부터 조합장 선출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도 감지된다.
은마, 오는 30일 조합설립 동의서 징구 시작
강남구는 지난 20일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조합설립 동의서 검인 절차를 밟고 있다.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가 지난 15일 조합설립 동의서 검인을 신청하면서다.
지난달 16일 은마아파트 일대가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한 달여만이다. 당시 강남구는 은마아파트 추정 분담금 검증위원회를 열고 3.3㎡당 분양가를 7100만원으로 결정했다.▶관련기사: '이런 분양가는 처음이지' 은마 국평 분양가 '26억'?(2월17일)
강남구청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조합 정관 적합성 등을 검토한 후 이르면 이번주 중으로 추진위에 검안한 동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라며 "조합설립 동의서에 연번을 부여하고 구청 직인을 찍는 데까지 시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해서 추진위원회는 토지 등 전체 소유주의 4분의 3(75%) 이상, 각 동마다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때 상가는 하나의 동으로 간주해 상가 소유주의 50% 이상의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최정희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오는 28일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동의서 징구 안건을 의결하고 30일께부터 본격적으로 조합설립 동의서를 징구할 예정"이라며 "동의서와 별개로 평형과 세대수에 대한 설문조사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르면 오는 6월, 늦어도 7~8월엔 조합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가 협의·조합장 선출 등 난항 예상
은마아파트의 경우 상가와의 협의가 조합 설립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상가를 포함한 은마아파트 단지 전체가 하나의 정비구역으로 묶여 있어 은마아파트와 상가가 함께 재건축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린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도 상가 소유주들과의 불협화음으로 공사가 지연되는 등 골머리를 앓았다. 상가 '지분 쪼개기(지분 나눠 매매)'로 들어온 상가 소유자들이 분양권을 요구하면서다.
서울시 전통시장 현황 자료(2월28일 기준)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상가 부지는 연면적 2만8723㎡에 달하고 상가 수는 549개(빈 점포 제외)다.
특히 상가의 경우 공사 기간 영업 손실 보상으로 아파트 분양권 등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조합과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해 상가 소유주 50% 이상 동의가 필요한 만큼 상가와 원활한 협의가 중요하다"며 "사업성을 유지하면서도 상가와 협의를 끌어내기 위해 추진위원회 쪽의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도 "은마아파트는 이미 용적률이 상당히 높은 편"이라면서 "상가와 따로 재건축을 진행한다면 일반분양 가구 수가 줄어들면서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상가와 원만한 협의를 통해 가구 수를 늘리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최 추진위원장은 "은마상가 내부에서 어느 정도 자체적인 여론이 형성되길 기다릴 것"이라며 "4월께부터 구체적인 협의안 조정을 진행하려 한다"고 밝혔다.
조합장 선거도 난항이 예상된다. 벌써 여론이 갈리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현 재건축 추진위원장 외에도 은마소유주협회(은소협)라는 단체가 후보를 내고 조합 선거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은소협 측은 최근 강남구청에 조합장 선거를 위한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요청하자며 은마아파트 소유주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요구하고 있다. 최 위원장의 조합장 당선을 견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사실상 이제 시작일 뿐이고 '산 넘어 산'일 것"이라며 "세대수가 많고 상가가 크다는 점도 문제일뿐더러 서로 다른 세력이 조합장 자리를 두고 다투게 된다면 이주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