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이후 실거래가부터 드라마틱한 가격 하락을 전망한다."
얼마 전 증권가에서 부동산 업계를 술렁이게 한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집값이 장기적으로 현재 가격보다 30%, 최고점 대비해서는 반토막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는데요.
고금리의 충격이 지금 집값에 제대로 반영돼 있지 않고, 정부의 정책 대출이 종료됐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급매물이 늘며 집값이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입니다.
다시 살아나는가 싶던 주택 매매 시장이 최근 다시 주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데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벌써 집값 30% 급락을 점칠 만한 상황으로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는 걸까요. 부동산 업계에서는 내년 주택 시장이 다소 침체할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지만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집값 최대 30% 하락" 리포트에 술렁
백광제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은 최근 '2024년 부동산 시장전망' 리포트를 내놨습니다. 그는 "주택 가격 변동의 주요 변수로서 금리의 중요성이 시장에 점차 알려지고 있지만 아직 실제 금리의 가격 적용이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현 상황을 진단했는데요.
백 수석연구원은 이어 "현재 금리 상태가 장기화하고 내재 수익률과 안전자산 수익률의 역전 상태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대략 현재 가격 대비 최대 30%, 최고점 대비 최대 50% 수준의 추가 하방 압력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이 오랜 기간 유지되면서 집값 상승으로 인한 수익률보다 예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 수익률이 더 높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집값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거라는 의미입니다.
그는 아울러 현재 수도권 주택 물량이 초과 공급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지난 2010년 이후 지금까지 공급된 아파트 물량이 적정수요보다 6만 6000가구 초과해 있다는 주장입니다. 이에 따라 집을 팔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미분양 물량도 여전히 많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당장 내년의 경우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5% 이상 하락할 거라는 전망을 내놨습니다. 그는 "정책대출 종료와 시장금리 상승, 입주 물량 등 공급 증가의 복합 영향으로 올해 10월 이후 실거래가부터 다소 드라마틱한 가격 하락을 전망한다"며 "내년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모두 5% 이상의 하락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청약도 급랭…내년 침체에는 한목소리
최근 국내 주택 시장은 눈에 띄게 식어가는 분위기입니다. 올해 하반기 집값 반등을 이끌었던 서울에서도 이런 흐름이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데요.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1월 둘째 주(13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5%를 기록하며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는데요. 지난 10월 둘째 주 0.09%를 기록한 뒤 반등을 만들지 못하고 상승 폭이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기존 주택 시장뿐만 아니라 올해 하반기 들어 열기를 띠던 청약 시장도 가라앉는 분위기인데요. 직방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24.8대 1로 전달(77대 1)에 비해 3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도 당분간 주택 시장이 침체할 거라는 전망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데요. 주택산업연구원이 최근 내놓은 11월 전국 주택사업경기전망지수는 68.8로 전달보다 18.9포인트 급락했습니다.
이런 흐름이 이어지면서 내년 주택 매매 시장이 침체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에는 전문가들도 한목소리를 모읍니다.
일단 증권가에서 나온 다른 리포트에서도 내년 집값이 오르기는 힘들 거라는 전망이 줄줄이 나왔는데요. NH투자증권 역시 내년 건설업 전망 리포트를 통해 "내년 부동산 매매 시장은 높은 대출금리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상승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역시 고금리 장기화 등으로 내년도 주택 매매 가격이 2% 하락할 거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관련 기사: 건산연 "내년 집값 2% 하락…총선·GTX 효과 제한적"(11월 1일)
"소폭 하락 혹은 보합" vs "침체 이어지면 급락"
다만 과연 집값이 반토막이 날 정도로 급락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매매가격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소폭에 그칠 거라는 전망이 있고요. 반대로 교보증권의 전망처럼 향후 급락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일단 집값 하락세가 가파르지는 않을 거라는 의견이 있는데요. 최근 전셋값 상승과 내년 총선 등의 변수로 집값이 급락하기는 힘들 거라는 전망입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통상적으로 전셋값은 매매 가격의 하방 지지선을 만들어 주는 경향이 있다"며 "최근 전세가격이 워낙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급락보다는 보합세나 소폭 하락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어 "시중 대출 금리 상승세도 우려했던 것보다는 가파르지 않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미국에서도 금리 인상이 마무리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집값 급락의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정치권에서 추가 규제 완화나 지역 개발 사업 등의 카드를 내놓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실제 국회에서는 최근 서울 메가시티 이슈에 이어 1기 신도시 특별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등 눈에 띄는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미분양이 다시 늘어난다면 정부도 개입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며 "특례보금자리론 등을 다시 열어주는 방식 등으로 정책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 변수"라고 설명했습니다.
김 소장은 당장 앞으로 1~2년 내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집을 매도하면서 집값이 급락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전망합니다. 다만 이런 횡보세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질 경우 결국에는 집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지역에 따라 하락 폭이 다르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으로 지금보다 집값이 30% 떨어지는 게 전혀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며 "일단 앞으로 1~2년은 집주인들도 어떻게든 버티면서 횡보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만약 이런 침체기가 계속된다면 피로감이 쌓이면서 급매가 늘며 다시 하락장이 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