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5일(현지시간) 열린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하며 '트럼프 2기'가 열렸다. 지난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미국 금리 향방에 따른 '폭등설'과 '폭락설'이 맞부딪혔다.
폭등설은 미국의 금리 인하로 인한 글로벌 유동성 증가 전망을 배경으로 한다. 그러나 증권가를 비롯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단하기 어렵다고 본다. 트럼프가 금리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서다. 미국 장·단기 국채 금리 상승과 관세 공약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 탓이다. 이에 단기간 국내 부동산시장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하지만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는 확실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보편관세 도입을 현실화하면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경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즉 실물 경기악화가 건설업과 부동산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러-우크라 전쟁과 중동지역 갈등도 국면에 따라 국내 건설업에 긍·부정 효과가 갈릴 전망이다. '지켜봐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말처럼 결과적으로 트럼프 공약의 실질 행보를 하나하나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트럼프發 부동산시장 단기 충격은 '미미'
7일 전문가들은 트럼프 재임과 관련해 "국내 부동산시장의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동산시장에 강력한 영향을 미칠 '금리' 향방이 아직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금리 인하 속도가 더딜 것으로 보고 단기적으로 관망세를 점쳤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요인들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국내 부동산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상승과 하락요인이 복합적으로 물려있어 단순하게 '좋다, 나쁘다'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채권금리 상승으로 금리 인하 속도는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금리 인하가 늦어지는 것은 부정적이지만 내년 시장에는 자체적인 플러스 요인 있다"면서 "수도권은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이슈고 대출 규제도 가격을 내리기보다 수요를 누르는 역할을 하는 중이라 (내년께) 규제가 완화되는 시점에 시장에 상승세를 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추진부 수석은 "트럼프 당선이 국내 부동산시장에 직접적 영향이 크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수출과 맞물려 국내 경기가 위축되면서 대출 규제와 함께 매매 거래가 줄어드는 양상이 당초 예상보다 내년 하반기까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중무역분쟁,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보편관세 시행 등으로 국내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경우 경기악화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여러 변수가 워낙 많고 금리도 '오를거다, 내릴거다' 2가지 이야기가 동시에 나오고 있어 국내 부동산시장 유불리는 지켜봐야 한다"면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반도체, 이차전지, 자동차 등 수출에 차질이 생기면 국내 경기성장률이 둔화해 심리적으로 부동산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바이든 정부 때 고금리, 고물가로 민생환경이 나빠진 부분이 표심으로 나타난 부분이 있다"면서 "금리 인하 속도는 더뎌질 가능성이 크지만 내년 2~3차례 인하 가능성도 열려있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부동산 매매가격은 수도권 위주로 강보합을 유지하고 지방은 하방압력을 좀 더 크게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 금리 '상승' 가능성…주택시장 악재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해 내려갔던 시장 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국내 주택시장 경기에는 하락 요인이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추진부 팀장은 "가계부채를 비롯해 외환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어 미국보다 앞서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면서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느려지면 인하를 예상하고 미리 내려갔던 시장금리가 고개를 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미 9~10월 트럼프 당선 가능성에 미국과 국내 국채금리가 상승했고, 관세 부과, 법인세 감면 시 미국 내 인플레 압력과 재정악화로 국채금리가 상승해 국내 금리에도 상승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매시장 유동성(수요)을 결정짓는 금리 인하 폭이 제한되면 금리 인하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경제회복 및 부동산 수요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져 착공 증가라는 업황 회복 시점도 뒤로 늦춰질 수 있다"면서 "트럼프 당선은 국내 주택(시장)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윤수민 위원도 "기준금리 인하에 집중하고 있지만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채권금리"라며 "국내 대출금리도 채권금리에 연동하는데 채권금리가 오르는 상황이어서 실질 대출금리도 상승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시장에는 마이너스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건설은 청신호?…가능성은 '반반'
반면, 해외 진출이 가능한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건설산업 자체에는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시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으로 건설사들의 수주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기술 개발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로 미국 내 원전 및 소형원전(SMR) 개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미국 리쇼어링(해외에 있던 생산공장을 본국으로 옮기는 것)도 호재로 분석된다.
김승준 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은 해외 활동이 가능한 건설사에게는 긍정적"이라며 "우크라이나 재건, 북미 블루 수소를 비롯해 대형원전 및 소형원전 등과 관련해 EPC(설계·조달·시공) 수주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호재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해외산업이 청신호가 될지 적신호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석인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러-우크라전은 종식 시 재건사업과 관련해 국내 건설산업에 호재가 있을 수 있지만 중동 관계가 긴장되면 최근 해외건설사업을 중동에서 많이 하고 있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리쇼어링도 국내 반도체, 배터리 등 제조설비 투자가 미국으로 가게 되면 국내 설비 투자는 낮아지기 때문에 장단이 있다"면서 "좋은 쪽과 나쁜 쪽이 동시에 있어 산업 전체적으로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랩장 역시 "우크라 재건과 중동리스크 등 해외 건설산업도 사실상 호재와 악재가 '반반'"이라며 "중동전이 확전 양상으로 갈 경우 유가도 불안정해질 수 있어 전반적인 원자잿값 등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