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김동훈 기자] 지난해 7월 경기 오산시에서 발생한 '옹벽 붕괴 사고'는 설계·시공·유지관리 등 건설 과정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 탓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고책임 주체에 대한 신속한 행정처분을 추진하고, 유사 사고가 없도록 법령·기준 정비 등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빗물 빠지지 않아 옹벽에 수압 가중→붕괴"
국토교통부는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작년 7월16일 경기 오산시 가장동에서 발생한 '보강토옹벽 붕괴사고'와 관련한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의 사고 조사 결과를 이같이 발표했다.
해당 사고는 오산시 가장교차로 인근 서부우회도로 보강토옹벽(전체 연장 338m·최대 높이 10.1m)이 약 40미터(m) 붕괴한 일이다. 차량 2대가 매몰되고 사망자 1명, 부상자 1명이 발생했다.
사조위는 조사 결과 보강토옹벽으로 유입된 다량의 빗물이 제대로 배수되지 못해 보강토옹벽에 작용하는 수압이 가중돼 붕괴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권오균 사조위원장(계명대 토목공학 교수)은 "보강토옹벽 상부에 있는 배수로와 포장면의 균열을 통해 보강토옹벽으로 빗물이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뒤채움재(보강토옹벽 뒤쪽 공간을 채우는 흙)'가 약화됐다"며 "이어 보강토옹벽 상단에 설치된 'L형' 옹벽이 침하되면서 포장면 땅꺼짐과 균열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사고 직전 시간당 39.5밀리미터(mm)의 집중호우에 의해 균열과 땅꺼짐 부위로 빗물 유입이 증가했다"며 "이 유입수가 제대로 배수되지 않아 보강토옹벽에 작용하는 수압이 가중돼 붕괴로 이어졌다"고 했다.
총체적 부실
사조위는 이번 사고에 대해 '설계·시공·유지관리 전 단계에 걸친 부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파악했다.
오산 서부우회도로 개설공사 설계는 오산시의 발주로 건화ENG, 동일기술공사, 동림컨설턴트가 설계했다. 시공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로 현대건설이 했다. 감리는 한국건설감리공사, LH가 맡았다. 현재 관리주체는 오산시다.
권오균 사조위원장은 "설계사는 보강토옹벽 상단에 L형 옹벽이 설치되는 복합구조에 대한 위험도 분석·검토를 부실하게 했다"며 "보강토옹벽에 수압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배수 설계도 미흡했고, 뒤채움재 품질기준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아 시공 불량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시공사는 세립분이 많이 포함된 흙을 뒤채움재로 사용했다. 배수가 잘되지 않는 자재다. 보강토 블록과 같은 자재의 변경 승인 여부와 품질시험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게다가 설계변경 사항이 반영되지 않은 최초 설계 도면을 준공 도면이라고 제출했다.
감리·감독자는 시공사의 이런 잘못된 업무처리를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않았다. 해당 시설물은 2011년 준공됐으나 2017년에 현재 관리주체인 오산시로 인계될 때까지 오류가 방치된 채였다.
이에 따라 2023년 개통 전까지 FMS(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에 등록되지도 않았다. 이런 배경에서 안전점검 등 법적 의무가 이행되지 않은 채 장기간 방치됐다는 것이다. '시설물안전법'에 따라 시설물을 준공하면 FMS에 등록해 주기적 안전점검을 시행해야 한다.
박명주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 직무대리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는 LH가 관리했으므로 LH에서 등재해야 하는데 등재를 못한 부분이 있다"며 "이후 오산시에서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또 등재를 안 했기 때문에 (오산시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다만 국토부와 사조위는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곳을 특정하진 않았다. 권오균 사조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어느 한 분야의 문제점이라기보다는 모든 분야에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라며 "어느 회사가 가장 큰 책임이 있는지는 정확하게 정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박명주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 직무대리도 "설계, 시공, 관리·감독, 인수인계, 유지관리 전반적으로 문제점이 있었다"며 "이런 전반적 문제에 대해 관계기관에 통보하고 행정기관·경찰 수사를 거쳐 명백한 잘못이 밝혀지면 행정조치 처분을 이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동일 시공사 사고 2차례 , 20여일 전 민원도
이번 사고와 동일한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공사한 구간에서 보강토옹벽 붕괴사고가 2018년과 2020년 두 차례 있었으나, 해당 구간 내 보강토옹벽의 안전성 검토 및 재발방지 대책이 미흡한 측면도 있었다.
2023년에 시행한 정밀안전점검에서도 배수불량, 배부름 등의 문제가 지적됐으나 이에 대한 조치도 미흡했다.
심지어 국민신문고를 통해 사고 발생 20여 일 전부터 사고 당일까지 사고 구간의 포장면 땅꺼짐, 붕괴 우려 등 민원이 다수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관리주체인 오산시는 원인 분석이나 안전성 검토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사조위는 재발방지대책으로 △건설기준 개선 △유지관리체계 강화 △보강토옹벽 특별점검 등을 제안했다. 아울러 내달부터 전국의 복합구조 보강토옹벽 및 배수 설계에 대한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오는 6월부터 조사 결과 미흡 시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을 벌여 보수·보강 작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사조위 조사 결과를 반영해 관련 법령과 기준을 정비하는 한편, 사고 책임 주체에 대해서는 행정처분·수사 등이 조속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할 방침이다.
권오균 위원장은 "이번 사고는 설계와 시공, 유지관리 등 건설 프로세스 전반에서 발생한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며 "유사한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관계기관의 철저한 대책 이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