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색

세금..'국민은 더 짜고, 기업은 덜 짜고'

  • 2013.09.26(목) 18:22

소득세수 3년 증가율, 법인세의 10배
세법도 소득·부가세 '증세' 기조 지속

박근혜 정부의 조세정책이 점점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달 직장인들의 세부담을 늘리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번에는 내년 세금을 어디에서 얼마나 걷을지 낱낱이 공개했다.

 

국세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3대 세목(소득세·법인세·부가가치세)에서 명암이 엇갈렸다. 다수의 국민들이 내야 하는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많이 걷고, 기업들이 내는 법인세는 사실상 '동결'했다.

 

경기상황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 이지만 마른 수건을 짜는 강도가 국민들에게는 더 강하고, 기업에게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셈이다. 정부의 세법개정도 같은 방향이어서 이런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4년 국세 세입예산에 따르면 내년 국세청과 관세청이 걷을 세금은 총 218조5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조1000억원 늘어난다. 세입예산 증가율은 3.9%로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침체된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다.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9%로 가정해 예산을 짰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2.1%에서 3.6%로 올라가고, 수입 증가율도 2.2%에서 6.5%로 상승한다고 가정했다. 내년 경기가 전반적으로 살아난다는 시각이 깔려 있다.

 

◇ 3년새 소득세수 28%↑…법인세는 2.4% 불과

 

경기 회복은 곧 부가가치세 수입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내년에 정부가 걷을 부가세는 사상 처음으로 60조원을 돌파할 예정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를 겪은 1998년을 제외하면 부가세는 줄곧 전체 세목 가운데 1위를 지켜왔다.

 

소득세는 최근 세수 증가율이 심상치 않다. 2008년 이후 줄곧 세 번째 세목이었지만, 올해부터 단독 2위 굳히기에 나선 것이다. 올해 추경 세입예산에서 소득세 예상 수입은 49조8000억원으로 법인세(46조원)을 제쳤고, 내년에도 4조5000억원 늘리며 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소득세가 법인세보다 많이 걷혔던 2007년은 양도소득세 실거래가 과세를 앞두고 3조원의 세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영향이 컸다. 올해부터 나타난 세수 역전 현상은 지하경제 양성화와 명목임금 상승의 여파로 소득세가 잘 걷히기 대문이다.

 

 

반면 법인세 수입은 상대적으로 더딘 추세를 보이고 있다. 1년 전 정부는 올해 법인세로 47조5000억원을 걷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지난 5월 추경 편성을 통해 46조원으로 줄였다. 내년에도 법인세 증가 규모는 560억원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됐다.

 

2011년 이후 소득세가 12조원(28%) 늘어난 사이 법인세는 10배도 못 미치는 1조1000억원(2.4%)만 증가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부가가치세 수입 증가율은 28%로 소득세와 같은 수준이었다.

 

◇ 소득·부가세 부담 더 커진다

 

새 정부는 역대 최악의 세수부족 사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복지공약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만큼, 안정적인 세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재원 마련의 출발점은 기존에 새고 있던 세금을 메우는 방식이다. 정부는 내년 지하경제 양성화로 5조5000억원, 비과세·감면 정비로 1조8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그래도 정부가 짜놓은 복지재원 135조원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정부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신설과 같은 직접적 증세가 없다고 공언했지만, 세법개정 방향은 이미 증세로 흐르고 있다.

 

이날 기재부가 확정한 세법개정안에는 근로자의 연말정산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는 등 세부담을 늘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구조로 설계됐다.

 

음식점이나 제조업자는 현재 받고 있는 농수산물 의제매입세액공제율 축소로 인해 부가가치세 감면 혜택이 줄어든다. 법인세 분야는 별다른 세부담 증가 방안이 없다. 기재부가 내달 초 제출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이후 직장인이나 자영업자가 내야 할 소득세와 부가세 부담은 더 커진다.

 

정부는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서도 현행 소득세와 부가세 부담이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인식 아래, 관련 세수입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국민들이 접하는 체감 세금 부담은 생활 속으로 점점 깊게 파고들 전망이다.

naver daum
SNS 로그인
naver
facebook
goog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