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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세무조사 '아프지 않게'..1년만에 U턴

  • 2015.02.04(수) 14:14

지난해 상장사 세금 3150억원 추징..전년의 1/3 수준
법인세 등 기업 세부담 완화..소득세는 가파른 상승세

기업들이 국세청을 두려워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세무조사다. 회계장부 조작 등을 통해 회피했던 거액의 세금을 추징당한 기업은 기업 재무상황이나 이미지 손상은 물론 자칫 존립 자체에 위협을 받기도 한다. 박근혜 정부 초기 기업들을 떨게 만들었던 이런 '세무조사'의 칼날이 최근 들어 예전만큼 아프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우선 지난해 초 국세청이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기업들의 세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선언한 이후, 세무조사가 눈에 띄게 줄어든 모습이다.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고 세금 추징을 당했다고 공시한 상장사는 14곳으로 전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이들에게 추징된 세금은 3000억원대로 2013년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이처럼 완화된 분위기에서도 기업들은 여전히 뾰루퉁한 모습이다. 경기가 워낙 침체된 상황이다보니 영업이 부진하고, 이익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서다. 경기가 좋고 영업이 잘돼야 세금 낼 돈이라도 생기는데, 요즘 같아선 세무조사가 약해지고 세금 좀 깎였다고 반가워 할 여유마저 없는 경우가 많다.

 

여기저기에서 볼멘 소리가 들려온다. 최근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난 근로자들은 정부가 기업들만 봐주는 것 같이 불만스럽다. 세무조사나 세금 분쟁이 많아질수록 즐거워지는 로펌(법무법인)이나 회계법인도 '일 거리'가 없어졌다고 하소연이다.

 

 

◇ 상장사 세무조사 '살살'

 

"정상적 기업활동이 지장을 받는 일이 없도록 세무조사를 세심하고 신중하게 운영하겠습니다."

 

지난해 2월 당시 김덕중 국세청장은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세무조사 완화를 약속했다. 세무조사 건수를 전반적으로 줄이고, 대기업에 대해서는 심층 조사 대신 정기 조사 위주로 운영한다고 했다. 1년이 지나고 보니, 그 약속은 정확히 지켜졌다.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공시한 상장기업은 14곳으로 전년보다 9곳 줄었다. 지난해 상장사들이 낸 세무조사 추징액은 3150억원으로 1조원이 넘었던 2013년에 비해 8000억원 가까이 감소했다.

 

2013년에는 효성이나 OCI 등 추징액만 3000억원이 넘는 대형 과세가 포함돼 있었지만, 지난해 상장기업 세무조사에선 1000억원이 넘는 경우가 한 차례도 없었다. 현대로템이 세무조사를 통해 981억원을 추징 당하며 상장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골프존(475억원), 한국공항(450억원), 포스코엠텍(435억원), 현대엘리베이터(359억원), 에스엠(102억원)이 추징액 100억원을 넘겼다. 신세계건설과 경남기업 등 건설사들도 각각 98억원과 95억원의 세금을 통보 받았다.

 

 

◇ "그래도 뽑으면 아파요"

 

지난해 공시된 상장기업의 평균 추징 세액은 225억원으로 2013년(440억원)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런데 효성과 OCI를 빼놓고 보면 2013년의 기업당 평균 추징액은 161억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대형 과세는 사라졌지만, 막상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들은 체감 세부담이 높아진 셈이다.

 

기업당 평균 세액은 2007년 479억원 이후, 매년 100억원 내외로 유지돼왔다. 2013년에 비해서는 세무조사 강도가 다소 약해졌지만, 이전 5년의 평균 세부담(85억원)과 비교해보면 지난해 세무조사는 상당한 '고효율'이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지난 19일 전국세무관서장 회의에서 "올해도 세무조사가 투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지 않도록 신중히 운영할 계획"이라며 "다만 성실신고 궤도를 이탈하는 고질적 탈세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과세 처분이 급격히 줄면서 로펌이나 회계법인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세무조사 대응이나 세금 불복에 나설 '건수'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대형로펌 관계자는 "지난해 초부터 국세청 세무조사가 완화되면서 일이 확 줄었다"며 "수십명의 인력을 새로 뽑았는데, 실적이 없어서 인건비 부담만 커졌다"고 말했다.

 

 

 기업은 봐주고..근로자는 '봉'?

 

기업의 세무 부담은 가벼워졌지만, 근로자와 자영업자의 세금은 점점 무거워지고 있다. 2012년까지 정부가 걷은 법인세가 소득세보다 더 많았지만, 2013년부터 두 세목의 세수는 역전됐고 해가 갈수록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소득세 수입(예산)은 42조원에서 58조원으로 16조원이 늘었지만, 같은 기간 법인세수는 불과 1조원 증가했다. 소득세가 최고세율 인상과 각종 공제 축소로 부담이 늘어난 사이 법인세는 꾸준한 세금감면 정책과 경기 침체가 맞물리면서 주춤한 모습이다.

 

실제 소득에 비해 납부한 세금 비율을 뜻하는 '실효세율'도 근로자와 기업이 전혀 다른 행보를 보였다.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은 2009년 10.6%에서 2013년 11.3%로 0.7%p 올랐고, 자영업자가 내는 종합소득세도 꾸준한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법인세 실효세율은 같은 기간 3.6%p 하락했다.

 

기업에 대한 법인세 감세 기조에 이어 연말정산에 대한 근로자들의 조세저항까지 겹치면서 2월 임시국회의 법안 처리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여야는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하면서 근로자의 세부담 완화와 법인세 증세를 추진할 방침이다. 세금 정책에 대한 논란은 연초부터 국회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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