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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포스코]정준양 덫에 걸린 권오준...'세금폭탄'

  • 2015.03.13(금) 17:52

납세 1위 기업에서 탈세 기업 '굴욕'
포스코P&S 역외탈세 혐의 내사중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던 포스코가 사정당국에 쫓기는 신세가 됐다. 5년 전까지만해도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며 국가 재정의 '효자' 노릇을 했지만, 최근 비자금 조성과 탈세 혐의가 드러나며 '미운 오리'로 전락했다.

 

포스코의 비리 수사에는 이례적으로 국무총리까지 나섰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지난 12일 대국민 담화에서 대기업 비리를 거론하며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앞서 지난 달 26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도 포스코건설의 해외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사정당국에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사정당국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검찰은 13일 포스코건설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베트남에서 조성한 비자금의 뿌리를 캐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포스코에 3700억원의 세금을 추징했고, 계열사인 포스코P&S의 탈세 혐의를 포착해 검찰에 고발했다.

 

 

◇ 효자에서 미운오리로

 

이명박 정부 시절 포스코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세금을 내는 기업이었다. 2009년 국세 1조7000억원을 납부하며 이듬해 '고액 납세의 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종전 삼성전자의 '1조3000억원 탑' 기록을 뛰어 넘는 등 '세금 효자' 기업으로 우뚝 섰다.

 

포항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자 포스코의 기세('企勢')도 한풀 꺾였다. 2013년 9월 시작된 국세청 세무조사는 포스코에겐 재앙의 신호탄이었다. 국세청의 '중수부'인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서 실시한 '심층 세무조사'는 포스코에게 3700억원의 세금 통지서를 안겼다.

 

포스코는 주로 계열사와의 거래를 부풀리거나 축소하는 방법으로 세금을 탈루했다. 이 과정에서 비자금이 조성됐고, 그 중심에는 정준양 전 회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국세청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정 전 회장을 겨냥했다는 추측도 제기됐다.

 

◇ 꼬리 무는 세무조사

 

포스코의 탈세 몸통을 잡은 국세청은 계열사까지 이 잡듯 뒤졌다. 중부지방국세청은 지난해 초부터 포스코엠텍을 세무조사해 435억원의 세금을 추징했다. 2012년 포스코엠텍이 합병한 나인디지트가 2011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구리 거래과정 중 위장사업자로부터 세금계산서를 받았고, 세금계산서 질서를 위반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철강 판매회사인 포스코P&S는 지난해 3월 납세자의 날 행사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직후, 국세청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고발 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당시 검찰은 국세청에서 포스코 세무조사 자료를 넘겨 받고, 포스코P&S의 임원이 거액의 금품을 받은 정황을 포착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최근 포스코에 대한 재수사에 나선 검찰은 포스코P&S의 역외탈세 여부까지 내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포스코P&S가 철강 원자재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조작하고, 해외에 자금을 빼돌렸는지 여부를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 포스코 비자금 찾아라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3위인 포스코건설도 수백억원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13일 오전 인천 송도 포스코건설 사옥을 압수수색했다. 이완구 총리가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한 지 하루 만이다.

 

포스코건설은 베트남 제철소 사업과 관련해 임직원들이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현지에서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일부를 횡령했다는 혐의를 받고있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의 해외사업 전체를 들여다보고 그룹 전체에 퍼져 있는 비자금의 줄기를 찾아낼 방침이다.

 

다만 검찰이 비자금의 용처를 찾아내는 일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비자금 장부를 확보하고, 로비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는 게 까다로운 작업인 데다 자칫 베트남 정부와의 외교적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비자금을 확인하려면 증거자료를 확보해야하고, 해외 사용처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며 "포스코건설이 조성한 비자금이 베트남 공무원에게 로비자금으로 흘러갔다면 외교 문제가 있어 밝혀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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