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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권오준]2조원어치 팔았다는데..

  • 2015.03.23(월) 10:47

구조조정 30건 중 11건 마무리
'알짜' 포스코특수강은 왜 팔았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구조조정' 성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실적이 소폭 개선됐지만 현재 포스코가 처한 상황을 감안하면 여전히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당초 계획했던 구조조정의 절반도 채우지 못한 데다 강도와 속도도 떨어지고 있다. 여기에 최근 포스코 전반에 걸친 검찰의 비리 수사가 진행되면서 권 회장의 구조조정 동력이 더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 속도 더디고, 약발 떨어지고  
 
권오준 회장은 작년 30건의 구조조정 계획을 세웠다. 방만해진 조직을 다잡기 위한 조치로, 포스코 전반에 대한 조사를 통해 계열사와 비핵심 자산을 매각키로 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11건의 구조조정을 완료했다. 포스코는 권 회장의 구조조정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와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여전히 포스코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구조조정의 효과가 기대에 못미쳐서다. 구조조정의 강도가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데다 속도마저 내지 못하고 있어 자칫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포스코-우루과이, 부산 센트럴스퀘어, 포스코엠텍 도시광산사업부, 호주 구리광산 샌드파이어 지분, 광양 LNG터미널 지분 등은 매물로 나온 지 오래됐음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구조조정이 지연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희석되고 있다. 포스코의 작년 3분기 연결기준 차입금은 27조7727억원이었다. 권 회장 취임 전보다 1조원 가량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지난 2013년 84.3%에서 작년 88.2%로 증가했다. 현금성 자산은 7조원대에서 5조4000억원 규모로 떨어졌다.
 
작년은 권 회장이 취임한 첫 해인 만큼 권 회장의 구조조정은 힘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다르다. 조직 피로감 해소,  실적 개선 등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실적이 나아지지 않으면 권 회장의 리더십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철강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점도 부담이다. 철강업을 기반으로 하는 포스코에게 시황 부진은 악재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철강업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철강업은 대표적인 투자 산업이다. 불황일수록 선제적 투자가 중요하다. 하지만 포스코는 올해부터 내년까지 매년 투자 규모를 줄일 계획이다. 올해는 전년대비 1조2000억원 줄어든  4조2000억원, 내년에는 더 축소된 3조원이다.
 
◇ 산으로 가는 구조조정
 
권오준식 구조조정의 핵심은 재무구조 개선이다. 포스코가 작년 한해동안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비핵심 자산을 정리한 건수는 총 11건이다. 이를 통해 2조원의 자금을 확보했다는 게 포스코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확보자금을 1조~1조5000억원 선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는 매각 건별 확보자금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계열사 매각만큼 좋은 아이템도 없다. 권 회장과 포스코는 작년 알짜 회사인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했다. '철강 본연의 업에 충실하겠다'고 했던 권 회장이 철강 계열사인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한 것에 대해서는 회사 내부에서도 말이 많다. 하지만 권 회장은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강행했고 결국 세아그룹으로 넘어갔다.
▲ 포스코는 작년 총 11건의 구조조정을 통해 2조원의 자금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 매각건별 구체적인 매각 규모를 밝힐 수는 없다고 했다. (그래픽=김용민 기자).

포스코는 우선 세아그룹에 전체 매각 대상 지분 72.1%중 52.3%를 매각했다. 이를 통해 56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유입됐다. 노조 위로금과 우리사주조합 지분 매입에 들어간 720억원을 제외해도 49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 20%도 세아그룹에게 넘길 예정이다. 이에 따라 총 7810억원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포스코특수강 매각으로 확보한 현금 규모가 시장 예상치에 못 미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 팔기 쉬운 것부터 정리

포스코의 매각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속절없이 불어난 몸집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욱 강도 높은 정리작업이 필요했다. 보유하고 있던 타법인 지분과 채권 유동화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활용도가 떨어지는 비업무용 부동산도 매각했다.
 
포스코는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지분을 모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1280억원 규모다. SK텔레콤은 지난 2000년 신세기통신 인수 자금 조달을 위해 신세기통신 대주주인 포스코와 지분을 맞교환했다. 포스코가 매각한 지분은 작년 4월 매각 후 남은 잔여지분이다.
 
이어 포스코건설 소유 베트남 백화점과 대우인터내셔널의 마산 대우백화점 영업권도 롯데쇼핑에 총 1600억원에 넘겼다. 미국과의 합작사인 USP지분 35%도 러시아 기업에 매각했다. 매각 규모는 165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 작년 포스코는 계열사 매각 뿐만 아니라 각종 비핵심 자산 매각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권오준 회장의 생각이다.(사진=이명근 기자)

부동산도 예외가 아니다. 포스코는 작년 서울 역삼동 소재 포스타워 빌딩을 조선내화에 230억원에 매각했다. 여기에 포항, 광양에 갖고 있던 건물과 부지 등을 280억원에 매각했다. 대부분 업무와 관련이 없는 토지나 건물이 대상이다. 올해는 470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매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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