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포스코가 국세청을 상대로 한 세금 분쟁에서 연패를 기록하고 있다. 국내 최고의 로펌까지 대리인으로 선정해 과세 뒤집기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수임료만 낭비했다.
국세청이 주목한 부분은 포스코가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지급보증 수수료가 너무 적다는 점이었다. 포스코가 지급보증 수수료를 제 값에 받지 않아 이익이 줄었고, 그만큼 법인세도 덜 냈다는 게 국세청 논리다.
국세청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포스코에 세금을 물리고 있다. 그러나 포스코는 온전히 세금을 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상적으로 수수료를 산정했는데, 국세청이 때아닌 신용평가 모델을 들이대며 '오버'하고 있다는 것이다.
◇ 대기업 잡는 지급보증수수료
해외 자회사에 대한 지급보증 수수료 과세 문제는 최근 3년 사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는 이슈다. 국세청이 2012년 자체 신용평가를 기반으로 지급보증 수수료의 정상가격을 매길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면서 대기업들에게 거액의 세금을 물리고 있다.
대기업 중에서도 해외 자회사가 많고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이 지급보증 수수료 문제로 세금을 내고 있다. 모회사의 신용등급이 높을수록 지급보증을 통해 자회사의 차입 이자를 더 많이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지급보증 수수료도 크게 불어난다.
만약 포스코의 중국 자회사가 현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릴 때 적용받는 이자률이 5%라고 가정할 때, 모회사인 포스코가 지급보증을 약속하면 이자가 3%로 떨어질 수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든든한 모회사 보증이 있으니 이자를 깎아준 것이다. 기존 이자비용이 50억원이라면 포스코의 지급보증을 통해 자회사는 이자비용을 30억원으로 낮출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비용을 줄인 해외 자회사는 이자를 낮춘 금액의 일정 부분을 모회사에게 지급보증 수수료로 내는 구조다.
국내 대기업들은 애지중지하는 해외 자회사에게 지급보증을 제공하고 수수료를 적게 받는 경향을 보여왔다. 국세청이 문제삼은 게 바로 이 부분인데,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지급보증 수수료율이 낮게 형성돼 있다고 판단하고 세금을 더 매기기 시작한 것이다. 삼성이나 LG 등 주요 대기업들도 해외 자회사의 지급보증 수수료 문제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 관련기사☞[단독] 삼성·LG도 해외보증 세금 추징
◇ 세금이 억울한 포스코
포스코는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지급보증 수수료를 보증 금액의 0.2%로 매겨 왔다. 1000억원의 보증을 서면 2억원의 수수료만 받아온 셈이다. 그런데 국세청이 신용평가 모델을 돌려 산정한 포스코의 지급보증 수수료율은 2% 내외였다. 포스코가 지급보증 수수료로 20억원을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국세청은 2012년과 2013년 포스코가 중국 자회사인 장가항포항불수강(ZPSS)으로부터 받은 지급보증 수수료율을 2.837%로 계산하고, 기존에 덜 낸 법인세를 추가로 내라고 통보했다. 또 다른 해외 자회사 3곳에 대해서도 최대 2.72%의 지급보증 수수료를 책정해 포스코가 2006~2007 사업연도에 낸 법인세를 높여 잡았다.
지난해 9월에는 포스코의 2011 사업연도에 대해 지급보증 수수료를 최대 1.9%로 계산해 법인세를 더 납부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국세청이 2년 사이 세 차례에 걸쳐 포스코의 지급보증 수수료를 문제 삼아 법인세를 추징한 것이다.
포스코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대리인으로 선정해 국세청을 상대로 세금 취소 청구를 냈다. 국세청이 갑자기 과세 기준을 바꾸면서 '근거과세'와 '소급과세' 금지의 원칙을 어겼다는 주장이다. 국세청이 정상가격의 근거로 제시한 신용평가 모델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 최종 전적은 '1무 2패'
포스코의 심판청구를 검토한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초부터 순차적으로 세금의 적법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심판원은 포스코가 ZPSS로부터 받은 지급보증 수수료 과세에 '재조사' 결정을 내렸고, 3월에는 해외 자회사 3곳(2006~2007 사업연도)과 관련한 심판청구를 기각했다.
지난 10일에는 포스코의 2011 사업연도에 대한 지급보증 수수료 과세 불복 청구에서도 '기각'으로 매듭 지었다. 심판원의 '재조사' 결정은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세금을 다시 계산하는 작업이고, '기각'은 말 그대로 세금 부과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
결국 포스코가 국세청을 상대로 벌인 지급보증 세금 분쟁의 전적은 '1무 2패'였다. 심판원이 포스코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이유는 과세를 뒤집을 만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지급보증 수수료 과세 문제는 정상가격 입증의 어려움 때문에 기업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며 "포스코뿐만 아니라 다른 대기업들도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라고 말했다.
김앤장을 앞세운 포스코는 지급보증 과세 뒤집기에 실패했지만, 최근 검찰의 수사에서 대리인으로 선정하며 다시 한번 믿어보기로 했다. 김앤장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를 배치해 비자금 및 탈세 수사에서 포스코의 입장을 대변한다. 포스코의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김앤장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명예 회복에 나설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린다.